- 본 내용은 창업가, 실무자 등 다양한 일하는 사람들의 커리어 여정과 관점을 전하는 그로스스크랩에서 발행한 글입니다.
- 전체 인터뷰 내용 중 [Scrap2. 프로덕트 디자이너에서 창업가로] 부분을 담았습니다.
“망할 수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그렇다면 더 진실된 창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스포카·토스 출신으로 10년 넘게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이어오다 지금은 AI 영어 회화 앱 ‘엘스’를 만들고 있는 강영화 님을 만났습니다.
엘스에 이르기까지 그는 여러 번의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네컷 사진관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고, 6~7개의 아이템을 직접 테스트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타로 사주 앱 ‘우주고양이 보라’를 운영해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고, 매각까지 경험했습니다.
이후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어 공부를 이어가던 그는 기존 서비스들만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학습 경험을 채우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각자의 관심사와 맥락 안에서 영어를 배우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AI 영어 회화 서비스 엘스를 직접 선보이게 됐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에서 창업가로 이어진 여정부터 실리콘밸리에서의 경험, AI 시대의 제품과 디자인에 대한 생각까지 함께 들어봤습니다.
Scrap2. 프로덕트 디자이너에서 창업가로
2023년 1월 말, 동남아시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던 중 ‘네컷 사진관’ 아이디어가 창업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토스에서는 3년 정도 근무하면 안식월이 주어지는데요. 그때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던 동생을 만나러 갔어요. 페낭에 가보니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네컷 사진관이 없더라고요. K컬처와도 연결되는 아이템이다 보니 사업으로 해봐도 잘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동생 부부와 함께 말레이시아 페낭과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방콕, 치앙마이까지 다섯 개 도시를 돌며 현지 시장을 살펴봤습니다. QR 결제가 활성화돼 있으니 QR 코드를 찍어 결제하는 방식도 떠올렸고요. 방콕이나 치앙마이에는 비슷한 형태의 사진 부스가 이미 꽤 많았어요. 직접 보니 노트북과 프린터, 조명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구현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개발자를 찾았고, 토스에 함께 다니던 분과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정작 적절한 장소를 구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동남아시아는 한국처럼 로드숍 형태가 많지 않아 대부분 쇼핑몰 안에 입점해야 했거든요. 결국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화까지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그때 함께한 개발자분이 지금 엘스의 공동 창업자라고요. 두 분은 이후 어떻게 창업을 준비하게 되셨나요?
네컷 사진관 사업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워낙 실력이 뛰어난 분이어서 언젠가 꼭 같이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후에도 다양한 아이템을 계속 찾아봤죠. 반년 동안 6~7개 아이템을 직접 테스트해 봤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둘 다 토스에 다니고 있어서 퇴근 후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어갔어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업무가 끝난 뒤 만나 함께 일했고요.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아이템을 실험하셨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가능성을 판단하셨나요?
저희는 처음부터 돈을 버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엘스 전에 시도했던 제품이 전화로 타로 상담을 해주는 ‘타로 보라’라는 서비스였는데요. 연락처를 받는 광고 페이지를 만들고 3일 만에 바로 매출이 발생했어요. 제가 원래 타로를 볼 줄 알아서 초반에는 직접 상담을 하다가 매출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규모를 키워보기 위해 다른 타로 상담사분들도 모셨죠.
그런데 막상 운영해 보니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를 맞추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피봇을 거쳤고, 타로·사주 앱 ‘우주고양이 보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이후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고, 유저 수도 120만 명까지 늘어났어요.
다만, 이 일을 10년 동안 한다고 했을 때 제가 지속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비스는 잘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각을 준비했고, 감사하게도 좋은 인수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서비스인 엘스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여러 실험 끝에 결국 영어 교육 서비스까지 오게 된 배경도 궁금합니다.
사실 그전부터 미국을 몇 번 오가면서 언젠가는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제가 가진 역량을 더 큰 시장에서 활용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기존 앱들은 저희가 원하는 방식의 학습을 충분히 도와주지 못한다고 느꼈어요.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지만 정작 AI 네이티브로 만들어진 서비스는 많지 않다는 아쉬움도 있었고요.
결국 직접 겪고 있는 불편을 해결해 보자는 방향으로 이어졌죠. 그렇게 관심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AI 영어 회화 앱 엘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기존 영어 학습 앱들과 비교했을 때 엘스가 가장 다르게 접근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엘스는 사용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학습지처럼 만들어 매일 보내드려요. 그걸 바탕으로 학습하고 직접 말해보면서 AI와 대화하고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죠.
UX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는 AI와 대화할 때 별도의 버튼 없이 바로 대화가 시작된다는 점이에요. 실제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는 상대가 마냥 기다려주지 않잖아요. 말이 느리면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요. 그런 현실적인 대화 감각을 최대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또 중요한 건 사용자의 맥락을 기반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VC라면 창업자나 스타트업 관련 콘텐츠 중심으로 학습할 수 있고, 이전에 나눴던 대화를 기억한 상태에서 관련 질문들이 계속 이어져요. 저는 디자이너라 디자인 관련 이야기를 더 자주 나누게 되고요.
각자가 가진 맥락 안에서 영어를 공부해야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방향으로 엘스를 만들었어요. 실제로 저 역시 서비스를 만들면서 영어가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웃음).
이전 스타트업 경험들이 창업 과정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느끼시나요?
우선 스타트업은 생존이 먼저잖아요. 생존하지 못하면 월급이 밀리기도 하고, 인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도 생기니까요. 그런 현실을 직접 겪으면서 생존하는 방법을 익힌 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또 스타트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경계 없이 일한다는 점인데요. 생존을 위해서는 ‘내 일, 네 일’을 나누기보다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저도 그런 방식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지금 팀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스타트업을 경험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여러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 결국 본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경험이 쌓이면서 어떤 건 남겨야 하고, 어떤 건 버려야 하는지도 점점 알게 됐고요.
창업 초기에 스스로 자주 했던 질문이 있었나요?
창업 초기였던 2023년쯤에는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던 것 같아요. 그때는 “나는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자주 했거든요.
당시에는 EO 스튜디오 태용 님의 글도 자주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회사가 망하고 창업가가 실패하더라도 진실된 창업가는 결국 시장이 다시 품는다”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됐어요. 망할 수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그렇다면 더 진실된 창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고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결국 사업을 한다는 것도 내가 얼마나 뾰족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내가 그리는 미래를 얼마나 선명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더라고요. 그때 스스로를 깊게 돌아본 경험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데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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