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혁신 생태계는 왜 '침묵의 양'이 되었나?

거리는 뜨겁지만, 스타트업 씬은 차갑도록 고요하다.


최근 선관위 문제와 투표용지 부족 등 참정권 침해 논란을 둘러싸고, 잠실 핸드볼경기장 주변에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재선거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고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이토록 거센 사회적 파동에도 공감하는 글 하나, 작은 목소리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과연 이들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 기이한 침묵의 기저를 들여다보면 ‘자본의 종속성’이라는 뼈아픈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의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라, '정부의 돈이 필요하다'는 생존의 절박함에서 기인한다.

현재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벤처캐피탈(VC)과 액셀러레이터(AC)의 투자금 상당수는 모태펀드와 수 많은 정부 용역들을 마중물로 삼아 움직인다. 그리고 대다수 초기 스타트업들 역시 정부 지원사업 없이는 첫걸음조차 떼기 힘든 기형적인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생존의 줄이 정부와 기관의 평가에 단단히 묶여 있다 보니, 자칫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냈다가 '눈 밖에 나면'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가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특히 책임져야 할 직원과 지켜야 할 회사가 있는 대표들에게 '침묵'은 가장 안전한 생존 전략이자 리스크 관리로 둔갑해 버렸다.

나 역시 과거 이와 비슷한 해프닝을 겪은 적이 있다. 지난번 '모두의 창업' 생태계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남겼을 때였다. 이 글은 이내 곧 화제가 되었고 그렇게 마무리 되는듯 했다. 그로부터 몇일 뒤 전 직장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 고위 관료가 내 글을 보고 그분에게 연락을 취했고, 돌고 돌아 나에게까지 상황을 묻는 연락이 온 것이다.

"무슨 저의가 있는 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물음에, 나는 "실효성 없는 멘토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 그저 제도가 더 잘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다행히 서로 웃으며 가볍게 통화를 마무리하긴 했지만, 누군가 이런 글들을 주시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내심 꺼림칙하게 다가왔다. 당시 나는 이미 퇴사를 했고 또 현재도 전혀 지원금을 받지 않는 상황이니 가벼운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었지, 만약 지원금에 생사가 걸린 초기 창업자였다면 그 꺼림칙함은 묵직한 압박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우리는 왜 사업을 하고, 왜 살아가는가?

혁신이란 기존의 낡은 관행과 문제를 부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의를 보고도 자본의 논리 앞에 눈감아야 하고, 옳음을 옳다고 말하지 못하는 씬이라면 그것을 과연 '혁신 생태계'라 부를 수 있을까. 눈앞의 지원금에 연연하며 스스로를 검열하고 입을 닫는 순간, 스타트업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인 주체성과 야성은 죽어버린다.

이제는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할 때다. 정부 자금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자생력을 갖출 때, 비로소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는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며, 불합리한 것에 당당히 의문을 제기할 때 우리 사회와 생태계는 한층 더 건강해질 것이다.

자본에 길들여진 '침묵의 양'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세상의 문제를 꿰뚫고 행동하는 진정한 혁신가가 될 것인가. 지금 스타트업 생태계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가장 뼈아픈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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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총 YGSC

기업과 사람 모두 성장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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