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트렌드
낭만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1. 모든 유튜브 채널은 한 줄로 요약되어야 한다.

2. 허름한 허세는, 돈 없고 평범하지만 "굳이?" 싶은 일을 진지하게 저지르는 청춘 브이로거다.

3. 무교인데 교회를 탐방하고, 길거리 인생 상담소를 열고, 웹드라마 오디션을 보고, 무전 여행을 떠나고, 혼자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연다.

4. 그리고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웨딩드레스를 입고 제주도를 여행한다.

5. 처음엔 부끄러워하지만 "뭐 어때?" 하며 드레스 자락을 끌고 걷는 그 모습에, 시청자는 낭만에 찬사를 보내고 대리만족과 해방감을 느끼며 그녀를 부러워한다.

6. 허름함은 비루한 현실, 허세는 닿고 싶은 이상.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단어의 충돌이 채널 자체에 낭만주의 서사를 입힌다.

7. 자본주의 잣대로 보면 한없이 초라할 현실이지만, 내면의 멋을 끝까지 폼나게 지켜낸다.

8. 2020년대 초까지만 해도 플렉스 열풍에 맞춰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5성급 호텔이 낭만으로 포장됐다. 하지만 완벽하게 세팅된 환경에서 잡는 분위기는 자본의 결과물일 뿐, SNS를 가득 채운 그 매끈한 '전시된 완벽함'에 사람들은 이미 지쳐 있다.

9. 진짜 낭만은 결핍과 한계 속에서 피어날 때, 가장 짙은 향기를 낸다.

10. 이젠 가성비, 시성비를 넘어 뇌성비(뇌 에너지 대비 도파민)까지 따지는 극단적 효율주의 사회다. 1.5배속 시청과 쇼츠 요약본이 기본값이 된, 매 순간 생산성을 증명해야 한다.

11. 하지만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고, 낭독회를 여는 '의도된 비효율'이야말로 낭만이며, 스펙과 돈으로 모든 걸 평가하는 세상을 향한 작은 반항이다. 모든 게 효율화된 시대에, 쓸모없는 짓에 정성을 쏟는 무용함은 아무나 흉내 못 낼 가장 희소한 사치가 된다.

12. 저성장 시대, 내 집 마련과 계층 이동 같은 거대한 성취 서사는 무너졌다. 결과물로 나를 증명하기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과정과 태도'에서 자아의 의미를 찾는다.

13. AI와 알고리즘이 완벽한 경로를 큐레이션해 주는 예측 가능한 시대. 그러나 낭만은 계산과 데이터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기행이다.

14. 즉,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누군가는 별을 바라본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을 완벽히 영상화한 것이 허름한 허세의 제주도 편.

15.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 갖추지 못해도 네 인생은 그 자체로 멋지다고, 그녀는 끊임없이 허름함을 긍정하고 있으니까.

16. 같은 맥락에서 리센느 원이와 미나미의 거제 여행도 마찬가지다.

17. 일반적인 아이돌 브이로그가 세련된 시밀러룩으로 완벽한 비주얼을 전시한다면, 원이는 동네 마실 나온 듯한 헐렁한 츄리닝을, 미나미는 시골 바다와는 한없이 이질적인 일본 갸루룩을 입는다.

18. “남들이 뭐라든, 화면에 어떻게 담기든, 우리는 입고 싶은 대로 입는다”는 ‘주체성’이 폭발하는 이 투샷은, 한 편의 일본 독립영화 같다.

19. 케이팝 아이돌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가장 극강의 효율과 기획이 집약된 직업군이다. 분초 단위 스케줄은 기본이고, 카메라 앞 모든 행동이 성과를 위해 설계된다.

20. 하지만 해외 핫플도 아니고, 거창한 미션도 없이 땅끝 거제로 떠나 떡볶이를 먹고 방파제를 거닐며 시답잖은 장난을 친다. 생산성은 1도 없지만, 그 자체로 낭만이다.

21. '서울'이 끊임없이 시선과 평가를 견뎌야 하는 빡빡한 생존의 공간이라면, 거제의 동네 골목에서 원이는 순수한 10대 소녀로 회귀하고, 일본인 미나미는 투박한 로컬 풍경에 완벽히 동화된다. 성과도 경쟁도 소거된 채 오직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둘만의 순간들은, 잃어버린 학창 시절의 우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22.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맹렬한 순수함은, 완벽히 통제된 초효율 시스템에서 탈주해 길어 올린 해방의 낭만이다.

23. 즉, '초효율 케이팝 시스템을 탈주한 소녀들의 청춘 탈환기'가 리센느 원이 채널의 한 줄 요약이다.

24. 허름한 허세는 돈과 스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내 폼은 내가 정한다"며 버티는 낭만을 보여준다.

25. 원이와 미나미는 효율과 평가로 숨 막히는 시스템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의 무해한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탈주하는 낭만을 보여준다.

26. 진짜 낭만은 돈으로 발라낸 게 아니다. 세상이 뭐라 하든, 얼마나 비효율적이든,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 방식대로 이 시간을 낭비하겠다는, 투박하지만 빛나는 주체적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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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힘찬 채널 피보터 · 콘텐츠 크리에이터

데이터와 콘텐츠로, 죽은 채널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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