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비주류VC의 이상한 뉴스레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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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VC심사역을 대체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이 질문이 굉장히 많이 등장했었죠?
이 해묵은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 알려드리려고 해요.
USV(Union Square Ventures)가 AI 에이전트를 팀에 풀어놨더니, 오히려 사람을 더 뽑기로 했습니다.
AI가 VC 심사역을 대체할 거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AI 에이전트 군단을 6개월간 운영해본 VC가 내린 결론은 정반대였어요.
세계 최고 수준의 VC 중 하나인 USV가 직접 겪고, 직접 고백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Source :
- USV Blog, "Meet the Agents at USV: Arthur, Ellie, Sally, and Friends," Union Square Ventures (2026)
- USV Blog, "USV Analyst Program 2026: Heads Up," Union Square Ventures (2026)
- Every.to, "How Union Square Ventures Built an AI Brain for Venture Capital," (2024)
Q : USV가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어떻게 시작됐나요?
(Source : Google)
네, 사실이에요.
USV(Union Square Ventures, 뉴욕 기반 VC 펌, Twitter·Etsy·Coinbase·Stripe 등을 초기 투자한 곳으로 유명하고 약 1조 4천억 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 중이에요)는 2025년 초부터 약 6개월에 걸쳐 AI 에이전트 팀을 본격적으로 구성하고 내부 업무에 투입했어요.
시작은 단순한 불편함에서 출발했어요.
USV 팀은 매일 수백 통의 이메일, 수십 건의 미팅, 그리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스타트업 정보를 처리해야 했어요.
회의를 하고 나면 그 내용이 노션(Notion) 어딘가에 기록되긴 했지만, 정작 다음 회의 때 그 회사를 다시 논의하려 하면 관련 정보가 흩어져 있거나 업데이트가 안 돼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한마디로 조직 기억(Organizational Memory)이 체계적으로 쌓이지 않고 있었던 거예요.
(Source : USV Blog)
그래서 USV는 아예 AI 에이전트들을 팀의 정식 멤버처럼 채용하기로 했어요.
이름도 붙이고, 이메일 계정도 만들고, 각자 맡은 역할도 구분했어요.
Arthur는 딜(투자 검토) 분석 담당, Ellie는 투자 관련 이메일 모니터링, Sally는 회의록 작성, Connor는 캘린더 및 관계 추적, Nancy는 뉴스 모니터링, Leo는 법률 검토를 맡게 됐어요.
마치 신입사원을 온보딩하듯이 AI에게도 역할과 접근 권한을 부여한 거예요.
Q : 그럼 이 AI 에이전트들이 실제로 잘 해낸 부분은 뭐였나요?
(Source : Gemini)
꽤 인상적인 성과들이 있었어요.
특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작업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했어요.
예를 들어, 이메일 에이전트인 Ellie는 팀의 모든 투자 관련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거기에 등장하는 회사와 인물 정보를 자동으로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업데이트했어요.
투자 검토 중인 회사의 IR 덱(투자 제안서)이 이메일로 들어오면 자동으로 분류되고, 관련 정보가 딜 로그(Deal Log)에 연결됐어요.
회의록 에이전트인 Sally는 팀 미팅 녹취록을 분석해서 어떤 회사가 언급됐고, 어떤 사람이 거론됐는지를 구조화된 형태로 뽑아냈어요.
그리고 매주 팀 전체에 회의 요약 이메일을 발송했어요.
딜 분석 에이전트인 Arthur는 24시간 파이프라인을 모니터링하면서 투자 검토 중인 회사에 대한 리서치 메모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어요.
팀이 특정 스타트업에 대해 이메일 스레드에서 이야기할 때 Arthur를 태그하면, Arthur가 바로 해당 회사에 대한 최신 정보를 요약해서 답해줬어요.
결과적으로 팀은 예전처럼 손으로 노트를 필기하거나, 법률 자문을 구하려고 따로 시간을 쏟거나, 경쟁사 정보를 수동으로 수집하는 시간이 크게 줄었어요.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정형화된 작업에서 AI는 분명 탁월한 성과를 냈어요.
Q : 그런데 결국 USV는 인간 애널리스트를 다시 채용하기로 했잖아요. AI가 못 한 건 뭐였나요?
이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에요.
USV는 6개월간의 AI 에이전트 운영 이후에, 오히려 인간 애널리스트가 더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어요.
2026년 5월에 공개적으로 애널리스트 채용 공고를 내면서, "AI를 도입해보고 나서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훨씬 선명해졌다"고 했어요.
(Source : Gemini)
AI가 넘지 못한 영역은 크게 세 가지였어요.
첫째, 창업자를 읽는 능력이에요.
초기 단계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은 사람에 대한 판단이에요.
이 창업자가 얼마나 끈질긴지, 실패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팀원들 사이에 진짜 신뢰가 있는지.
이런 것들은 미팅 자리에서, 여러 번의 대화 속에서, 어떤 위기를 어떻게 넘겼는지를 보면서 서서히 파악되는 거예요.
AI는 이런 비정형적 신호들을 읽는 능력이 없었어요.
둘째, 비컨센서스(Non-consensus) 투자의 문제예요.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하고 확률이 높은 쪽을 추천해요.
그런데 VC에서 진짜 대박 투자는 대부분 처음 보면 이상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이고, 시장 컨센서스와 반대인 곳에서 나왔어요.
Twitter, Airbnb, Coinbase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이게 될까?"라고 했던 것처럼요.
AI는 아웃라이어(Outlier)를 걸러내는 쪽으로 작동하는데, 초기 투자에서는 오히려 그 아웃라이어가 정답인 경우가 많아요.
셋째, 관계와 신뢰의 영역이에요.
최고의 창업자들은 아무 VC에게나 먼저 연락하지 않아요.
신뢰하는 사람, 진짜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요.
이런 독점적 딜 파이프라인(Deal Pipeline)은 수년에 걸친 관계 속에서만 만들어져요.
AI가 이메일을 자동으로 정리하고 회의록을 요약할 수는 있어도, 커피 한 잔 마시며 쌓이는 신뢰는 대체할 수 없어요.
USV는 이 세 가지를 확인하고 나서, 앞으로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더 많은 시간을 창업자 발굴, 대화를 통한 확신 형성, 관계 구축에 써야 한다"고 명확히 정의했어요.
Q : AI 에이전트 열풍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인간 업무를 전부 대체하겠다"고 하는데, USV 사례가 주는 교훈은 뭔가요?
USV의 경험은 지금 시장에서 유행하는 AI 에이전트 만능론에 중요한 경고를 던져줘요.
AI 에이전트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이야기는 주로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에서는 맞아요.
하지만 의사결정의 질이 결과를 좌우하는 분야에서는, AI는 아직 보조 도구(Co-pilot)의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요.
(Source : Google)
USV가 사례로 든 Stripe(스트라이프, 글로벌 온라인 결제 인프라 기업)의 경우도 비슷해요.
Stripe는 'Minions'라는 자체 코딩 에이전트를 구축했는데, 이것도 개발자를 대체한 게 아니라 개발자가 더 빠르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어요.
핵심은 에이전트가 인간에게 좋은 환경이면 AI에게도 좋은 환경이라는 거예요.
(Source : Google)
Ramp(램프, 미국 기업용 카드 및 비용 관리 서비스)나 Coinbase(코인베이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도 각자 내부 AI 에이전트를 구축했지만, 역시 전문 인력을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결국 AI 에이전트의 올바른 포지션은 '대체(Replacement)'가 아니라 '레버리지(Leverage)'예요.
인간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덜 중요한 반복 작업을 AI에게 넘기는 구조가 지금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모델이에요.
Q : 그러면 VC 심사역 입장에서, AI 시대에 어떻게 스스로를 포지셔닝해야 할까요?
USV의 결론을 그대로 인용하면, "AI가 해주는 것들을 빼고 나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했어요.
그 선명해진 인간의 역할은 세 가지예요.
(Source : Gemini)
하나, 창업자를 보는 안목을 뾰족하게 다듬는 것이에요.
데이터만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보는 경험을 쌓아야 해요.
창업자가 어떤 위기를 어떻게 넘겼는지, 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무엇이 이 사람을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를 읽는 능력이에요.
둘, 독점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에요.
AI가 딜 파이프라인 정보를 정리해줄 수는 있어도, 탑티어 창업자들이 먼저 전화하고 싶은 VC가 되는 건 오롯이 인간의 영역이에요.
신뢰는 반복된 만남, 지킨 약속, 위기 때의 행동으로 쌓여요.
셋, 비컨센서스 시각을 단련하는 것이에요.
AI는 평균을 향해 수렴하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VC의 알파(Alpha)는 대부분 시장 컨센서스를 벗어난 곳에서 나왔어요.
"이게 왜 말이 되지 않아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관점을 기르는 것이 VC의 핵심 역량이에요.
AI가 점점 강력해질수록, VC의 경쟁력은 AI가 처리하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AI가 판단하지 못하는 영역에서의 사람 읽기, 관계 자본, 비컨센서스 사고력에서 나오게 될 거예요.
Q : 창업자 입장에서는 이 흐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까요?
AI가 VC 업무 프로세스에 깊이 들어온다는 것은, 창업자에게도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이에요.
일단 정형 데이터를 완벽하게 정리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해졌어요.
USV의 Arthur 같은 AI 에이전트가 IR 덱을 1차 분석하고, 시장 지표를 체크하고, 비슷한 회사와 비교 분석을 하는 시대에요.
숫자가 흐리거나, 시장 규모 계산이 엉성하거나, 경쟁사 분석이 빠져 있으면 AI 필터 단계에서 관심도가 낮아질 수 있어요.
(Source : Gemini)
동시에, AI가 판단하지 못하는 영역이 바로 창업자가 파트너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에요.
IR 자료 뒤에 숨어있는 창업자의 이야기, 이 팀이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짜 이유, 첫 실패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이런 비정형적 스토리들이 최종 투자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예요.
숫자는 AI가 보고, 사람은 인간 심사역이 봐요.
창업자는 이 두 층위를 모두 준비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탑티어 VC와의 관계는 여전히 시간을 들여 쌓아야 해요.
AI 에이전트가 이메일과 미팅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분류하는 시대에, 창업자가 VC와 나눈 모든 대화와 약속, 팔로우업의 흔적이 구조화된 형태로 저장된다는 걸 기억하세요.
좋은 인상보다 좋은 행동 패턴이 더 오래, 더 선명하게 남아요.
오늘 배우게 된 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께요.
- AI는 VC 업무의 반복 작업을 가속하지만, 핵심 판단은 대체하지 못함
USV는 Arthur(딜 분석), Ellie(이메일), Sally(회의록) 등 6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팀 내에 도입했어요. 이 에이전트들은 이메일 분류, 회의록 작성, 시장 리서치, 법률 검토 같은 정형화된 작업에서 분명한 효율을 만들어냈어요. 그러나 창업자의 회복탄력성을 읽고, 비컨센서스 기회를 포착하고, 신뢰 기반의 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영역에서 AI는 한계를 드러냈어요. USV는 AI를 도입한 이후 오히려 인간 애널리스트 채용을 재개했고, 그 이유를 "AI 덕분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선명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어요.
- AI 시대 VC의 진짜 경쟁력은 비정형 판단과 관계 자본에 있음
AI는 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에서 인간을 압도해요. 그런데 VC에서 수익을 만드는 알파는 대부분 AI가 추천하지 않는 방향에 있었어요. AI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균을 향해 수렴하는 경향이 있고,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서 진짜 대박은 처음에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아이디어에서 나왔어요. 또한 최고의 창업자들은 신뢰하는 VC에게 먼저 연락해요. 이 신뢰는 AI가 만들 수 없고, 반복된 만남과 지킨 약속으로만 형성돼요.
- 창업자는 정형 데이터와 비정형 스토리를 동시에 준비해야 함
AI 에이전트가 IR 덱을 1차 분석하고 시장 지표를 자동으로 체크하는 시대에, 창업자의 숫자는 더 엄밀하게 정제돼야 해요. 동시에, 숫자 뒤에 있는 창업자의 이야기, 팀이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 첫 실패를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인간 심사역의 최종 판단을 움직이는 요소예요. AI가 정형 데이터를 처리하고, 인간이 비정형 요소를 본다는 이중 구조를 이해하고 IR을 설계해야 해요.
- AI 에이전트의 올바른 포지션은 대체가 아니라 레버리지임
USV, Stripe, Ramp, Coinbase 모두 AI 에이전트를 내부에 구축했지만, 이는 인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인간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반복 작업을 AI에게 넘기는 구조, 즉 레버리지 도구로 AI를 운용했어요. 'AI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내러티브보다, 'AI를 활용하는 인간이 AI를 활용하지 못하는 인간을 대체한다'는 프레임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모델이에요.
* VC로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 생각해보면, AI 에이전트를 팀에 도입할 때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인력 대체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 심사역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레버리지 구조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아요.
동시에, AI가 평준화하는 정형 데이터 분석 능력보다 AI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비컨센서스 시각, 창업자를 읽는 안목, 그리고 독점적 인간 네트워크를 지금부터 더 의식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VC로서의 차별적 경쟁력이 될 것 같아요.
결국 AI를 잘 쓰면서도 AI가 줄 수 없는 것을 인간이 제공하는 구조, 그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앞으로의 VC 경쟁력을 가를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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