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마인드셋 #기타
[스타팅포인트] 막힌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걸 보는 각도였습니다.

창업자는 문제에 부딪히면 혼자 더 파고듭니다. 그러나 더 오래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막힌 문제는 더 깊은 고민보다, 그것을 보는 각도를 바꿀 때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Binu AI 박융규 님이 문제를 푸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자기 시야 하나로 결론짓지 않고, 다른 입장의 관점을 끌어들여 문제를 다시 봅니다. 그래서 그는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의 시선에서 시장의 빈자리를 찾았고, 실무자의 자리에서 기술을 다시 봤습니다.

그중 창업자가 혼자 닿기 어려운 각도가 하나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위치에서 사업을 보는 심사역의 시선입니다. 융규 님은 그 각도를 스타팅포인트에서 만났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융규 님이 한 곳에 막혀 있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물었습니다.

 

 

PART 1. 숏폼과 가상 PPL이 맞물리는 자리

Binu AI의 아이템 ‘TARA’의 실행 화면. (Binu AI 제공)

Binu AI의 아이템 ‘TARA’의 작동 과정. (출처 : Binu AI 홈페이지)

 

Q. 먼저, Binu AI와 준비 중인 서비스를 소개해 주세요.

Binu AI는 'Brand in Universe'의 약자로, 마케팅의 혁신을 일으키자는 방향에서 출발했습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아이템은 국내 최초의 숏폼 가상 PPL 플랫폼 'TARA'예요. 크리에이터가 영상을 올리면 AI가 영상 속 빈 공간을 인식해 제품을 가상으로 삽입하는 아이템입니다. 조회수와 구매 전환 등 성과에 따라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이 정산돼요.

TARA는 기존 매칭 플랫폼들의 한계였던 '불확실한 예측'을 '실제 검증'으로 바꿔줍니다. 부담 없는 단가로 여러 영상에 PPL을 동시 집행함으로써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진짜 FIT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얻은 시청자 반응은 향후 본격적인 협업을 결정하는 확실한 지표가 되고, 검증을 위해 집행된 영상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홍보 효과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구조예요.

 

Binu AI의 아이템 ‘TARA’의 홈페이지.

Q. 가상 PPL도, 숏폼도 이미 존재하던 시장이에요. 그 둘이 맞물리는 자리가 비어 있다는 걸 왜 다른 사람들은 못 봤다고 생각하세요?

빈자리를 못 봤다기보다, 채울 방법이 없었던 것 같아요. 숏폼 PPL의 병목은 '제품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섭외하고, 배송하고, 촬영해야 하는 긴 프로세스는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노출형 광고는 가성비 문제로 숏폼에 못 넘어와요.

빈자리가 보였던 건 제가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의 입장을 다 겪어봤기 때문이에요. 저는 평소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숏폼 영상도 많이 만들어봤어요. 그런데 숏폼은 조회수가 높아도 플랫폼이 정산해 주는 건 몇 백 원 수준이에요. 노력 대비 수익이 너무 적다는 갈증을 크리에이터들이 공통으로 느끼는데, 그걸 풀 마땅한 통로가 없는 거죠.

시청자로서 보면, 잘 만든 PPL은 광고인 줄 모르고 끝까지 보지만 노골적인 광고는 바로 넘기게 돼요. 입장을 바꿔가며 생각하니까, 크리에이터의 수익 갈증과 시청자의 광고 피로를 해결할 자리가 보였어요.

 

Q. 처음부터 가상 PPL을 생각하셨던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네, 이전에는 다른 아이템을 준비하다가 TARA로 피벗했어요. 메타버스든 AI 생성 영상이든 결국 그 안에도 광고를 넣어야 할 텐데, 학습된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제품을 왜곡 없이 삽입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3D 모델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를 검토하다가 가상 PPL을 접했고, 숏폼에서 가상 PPL을 대량으로 동시에 집행할 수 있게 만들면 차별점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PART 2. 완성된 기술도 실무에 안 맞으면 바꿉니다

 

Q. 광고주 입장에서는 '내 제품이 어떤 영상에 들어갈지 모른다'라 우려가 클 것 같아요. 어떻게 풀고 계신가요?

초기에는 그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어요. 100% 자동 매칭이었거든요. AI가 영상을 분석해 제품을 자동 매칭하고, 빈 공간을 찾아 삽입하고, 조회수까지 자동 추적하는 형식이었어요. 효율로 보면 완벽한 그림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브랜드가 직접 크리에이터를 선택하고 승인하는 양방향 공모 구조로 바꿨어요. 효율 대신 사람의 판단을 다시 넣은 거예요.

 

스타팅포인트 라운지에서 인터뷰 중인 Binu AI 박융규 님.

 

Q. 기술적으로 가능한데도 자동화를 잠시 내려놓는 결정, 망설이지 않으셨나요?

망설일 일이 아니었어요. 실무 구조와 안 맞았거든요. 광고비를 내는 건 광고주지만 실제 광고 집행 판단은 광고 대행사가 대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행사가 "이 영상에 넣겠다." 하고 광고주에게 승인받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자동으로 배정해도 그 위에 승인 과정이 한 겹 필요해요. 100% 자동화 개념 자체가 실무에 안 맞는 거예요.

저희가 대행사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에요. '이거 하지 말고 저희 거 하세요'가 아니라 '예산을 조금만 더 보태서 훨씬 좋은 효과를 만들어 보세요'의 취지예요. 그러려면 대행사가 일하는 방식과 어긋나면 안 되고요. 제가 그린 이상적인 그림이 아니라, 시장이 실제로 돌아가는 방식에 기술을 맞춘 거예요.

 

Q. 양방향 공모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나요?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양쪽 모두 먼저 공고를 올릴 수 있어요. 브랜드 → 크리에이터 방향은 다른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과 비슷해요. 브랜드가 제품 정보, 최소 노출 시간, CPV(조회당 단가) 등 조건을 올리면 크리에이터들이 신청하고, 브랜드가 그중에서 직접 골라요. 인기 크리에이터에게만 광고가 쏠리지 않도록, 구독자가 적어도 콘텐츠 퀄리티가 높은 크리에이터가 노출되는 구조도 함께 설계했고요. 반대 방향은 크리에이터가 영상의 빈 공간 정보를 올리면 브랜드들이 모여 경매하는 형태에 가까워요.

 

 

PART 3. 막혔던 매듭을 대화 한 번으로 풀다

 

스타팅포인트는 기술 창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운영하는 대전의 창업 공간입니다. 단순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아니라, 창업자가 블루포인트 심사역과 같은 공간에 머물며 커피챗으로 가볍게 가설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이에요.

 

스타팅포인트 라운지에서 인터뷰 중인 Binu AI 박융규 님.

 

Q. 스타팅포인트 멤버가 되신지 2개월이 넘었어요. 그동안 가장 도움이 됐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블루포인트 심사역님과 커피챗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요. 사실 심사역이 직접 시간을 내서 이야기해 주는 기회 자체가 창업자에게 흔치 않거든요. 창업을 하다 보면 혼자 끌어안고 맴도는 문제가 꼭 생기는데, 그럴 때 저와 다른 관점에서 사업을 보는 사람이 생각을 더해줄 수 있다는 게 큰 차이를 만들어요. 평가받는 자리라기보다, 제가 보던 그림에 다른 각도를 얹어주는 자리에 가까워요.

 

Q. 실제로 그 관점이 더해져서 풀린 문제가 있었나요?

네, 있었어요. TARA는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양쪽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잖아요. 정식 런칭 전에 양쪽 참여자를 미리 확보해 두려고 했는데, 문제는 '어느 쪽을 먼저 모으느냐'였어요. 저희는 브랜드를 먼저 컨택하고, 브랜드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크리에이터를 찾아가는 순서로 움직였거든요. 그런데 조건에 맞는 크리에이터를 찾으면 영상이 준비돼 있지 않거나, 너무 대형이라 단가가 안 맞는 등 매번 같은 데서 걸렸어요. 저는 그 안에서 '크리에이터 풀을 어떻게 더 늘리지'만 붙잡고 있었죠. 답이 거기 있다고 믿었거든요.

그러다 블루포인트 안휘재 심사역님과 커피챗을 했는데, 같은 문제를 저와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보시더라고요. "크리에이터를 먼저 모으고 브랜드를 나중에 붙이는 순서로 뒤집어 보면 어떻겠냐.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한번 해보라"고 하셨어요. 제가 당연하게 깔고 있던 '브랜드가 먼저'라는 전제 자체를 건드리는 말이었어요. 듣고 보니, 막혀 있던 게 크리에이터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작하는 순서에 있었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Q.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바로 페이지를 열어서 크리에이터부터 모집해 봤어요. 결과는 기존 방식과 확실히 달랐어요. 브랜드를 먼저 컨택하던 때는 한 명 한 명 는 게 다 어려웠는데, 순서를 바꾸니 크리에이터를 10명 넘게 모았어요. 새로운 관점이 맞았는지 아닌지를, 고민이 아니라 실험으로 확인한 거죠.

 

Q. 사실 새로운 관점을 듣고 곧장 실험으로 옮기는 게 흔한 일이 아니에요.

새로운 게 좋은지 아닌지는 결국 해봐야 알아요. 그래서 "맞는 말 같다" 하고 가만히 있는 자세를 제일 많이 경계해요. 작게라도 실행해서 결과를 봐야 그 관점을 받아들일지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심사역님도 "내 말이 정답은 아니다, 그래도 해봐라"라고 하셔서, 답을 받는다기보다 같이 관점을 넓히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정답이 정해져 있다고 말하는 태도를 선호하지 않는데, 가능성을 열어두고 창업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해주시는 방식이 가장 좋았어요.

 

PART 4. 채워가야 할 다음 빈 공간

 

Binu AI 박융규 님과 공동 창업자 김예현 님. (Binu AI 제공)

 

Q. 지금까지 빠른 결정과 실행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결정을 함께 내리는 팀도 궁금해요. 현재 Binu AI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현재 저를 포함해 네 명이에요. 공동 창업자, 개발자, 디자이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팀원 변동이 잦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잘 맞는 사람들로 자리를 잡은 상태예요. 개발자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 비대면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데, 본인이 대학교를 휴학하고 대전으로 내려오겠다는 걸 제가 말렸을 정도로 열정이 있으신 분이에요.

 

Q. 팀원 변동 과정에서 생긴 융규 님만의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학력, 스펙보다 사고 구조가 맞는지 봐요. 같이 일해 보면 작은 것부터 정하고 큰 걸 정하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인 사람이 있는데, 이 구조가 안 맞으면 협업이 어렵거든요. 무엇보다 자기 의견에 관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에 이유를 댈 수 있어야 의견을 가지고 조율할 수 있으니까요.

 

Binu AI 박융규 님과 공동 창업자 김예현 님. (Binu AI 제공)

 

Q. 공동 창업자인 예현 님과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룸메이트라고요. 오래 함께하면 의사결정에서 부딪히는 일은 없었나요?

신기할 만큼 큰 충돌은 거의 없어요. 서로의 강점이 보완적이거든요. 저는 논리나 발표엔 강하지만 돌려 말하는 건 약해요. 하지만 예현 님은 상대의 감정을 살피며 소통하는 데 강해요. 그래서 예현 님이 내·외부 소통을 주도하고, 저는 의견이 나오면 "이걸 받아들이면 플랫폼이 어디로 갈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정리해요. 이 역할 분담이 충돌을 자연스럽게 흡수해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니까요.

 

Q. 향후 5년 동안 Binu AI는 어떤 스타트업이 되고 싶으세요?

목표는 가상 PPL의 응용 영역을 하나씩 채우는 것이에요. 지금 하는 건 제품 삽입인데, 우선 이걸로 한국 시장을 선점하고 중국·동남아로 나가려고 해요. 그다음은 제품 교체, 의상 교체, 신발 같은 물체 교체, 더 나아가 벽면 포스터 삽입이나 가상 소품 추가까지. 모두 같은 계열 기술이지만 구현 방식은 제각각이라 한 번에 통합하긴 어렵거든요. 그래서 영역을 차근차근 넓혀가는 게 현실적이에요.

이 과정을 다 지나면 "가상 PPL을 숏폼으로 가져왔다"라는 정체성이 완성된다고 봐요. 누구나 쓸 수 있는 진짜 가상 PPL 툴이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예요.

 

Q. 6월 중순에는 *KAIST E5 데모데이를 앞두고 계시죠. 어떤 목표를 두고 계신가요?

* E5는 KAIST 창업원이 운영하는 학생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멘토단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첫 트랙션과 매출 지표를 직접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 목표예요. 그때까지 브랜드를 몇 곳 확보해서, 실제로 매출이 이만큼 나오고 크리에이터가 이만큼 쓴다는 걸 수치로 보여드리려고요. 기존에 없던 시장이라 GTM이나 고객 세그먼트를 미리 세분화하는 건 의미가 제한적이거든요. 머릿속 계획보다 실제로 돌아가는 데이터를 만드는 게 이 단계에선 더 본질적이라고 봐요.

 

🔗 Binu AI 홈페이지 확인하기

 

좋은 결정은 혼자 더 오래 고민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 

문제를 보는 각도를 넓힐 때 나옵니다.

융규 님은 시장도, 기술도, 팀도 늘 자기 시야 바깥의 관점을 끌어들여 다시 봤습니다. 광고주·크리에이터·시청자의 시선으로 시장의 빈자리를 찾았고, 실무자의 시선으로 완성해 둔 기술을 다시 봤습니다. 다만 투자 심사역의 각도는 창업자가 혼자 보기 어렵습니다. 그 각도가 더해졌을 때, 한 곳에 막혀 있던 모집 순서가 풀렸습니다. 정답을 받아서가 아니라, 심사역이 건넨 새로운 관점을 곧장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스타팅포인트는 그 각도가 일상이 되는 환경입니다. 심사역과 같은 공간에서 커피챗으로 가설을 주고받고, 정답이 아니라 자극을 받아, 그것을 바로 실행하는 자리입니다.

막힌 문제 앞에서 필요한 것이 더 깊은 고민이 아니라 ‘다른 각도’라면, 그게 가까이 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편이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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