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우리만의 기술인데, 왜 특허가 거절됐을까요?"
스타트업 특허 출원을 앞둔 딥테크 창업팀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고, 특허 등록 가능성을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지점이기도 합니다. 답은 대부분 심사관의 판단이 아니라, 출원하던 날 제출한 청구항과 명세서 안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특허 등록 가능성의 상당 부분은 출원 후 대응이 아니라 출원 전 설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즉, 거절통지서를 받고 나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출원 시점에 명세서에 미리 심어둔 만큼만 존재합니다.
왜 같은 기술인데 등록과 거절이 갈릴까 — 특허 등록 가능성의 출발점
거절이유통지서에 반복 등장하는 문장은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로부터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다"입니다. 이는 진보성(특허법 제29조 제2항)을 부정하는 논리인데, 실무에서 보면 두 가지 경우에 집중됩니다. 청구항이 지나치게 넓어 선행기술과 겹치거나, 선행기술 대비 '현저한 효과'가 명세서에 데이터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창업자 입장에서 이 리스크는 양날의 칼입니다. 청구항을 넓게 쓰면 신규성·진보성에서 막히고, 좁게 쓰면 등록되더라도 경쟁사가 손쉽게 회피설계로 빠져나갑니다.
창업자가 가져야 할 의사결정 프레임: 광-중-협 3단 설계
그래서 권리범위는 하나의 폭이 아니라 '계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가장 넓은 권리를 노리는 독립항(광), 핵심 사업 영역을 방어하는 중간 청구항(중), 그리고 실제 제품·실시예에 밀착한 좁은 청구항(협)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핵심은 각 계층마다 그것을 뒷받침할 '효과 기재와 실시예'를 출원 시점에 명세서 본문에 심어두는 것입니다. 넓은 청구항이 심사에서 깎여나가도, 데이터로 뒷받침된 중·협 계층이 살아남아 특허 등록 가능성을 지켜내는 구조입니다. 실험비와 특허 예산이 한정된 스타트업일수록, 어느 효과에 데이터를 집중 투입할지를 출원 전에 결정하는 일이 곧 자원 배분 전략이 됩니다.
등록 가능성을 되살린 명세서 한 줄
한 소재 기업이 공정 파라미터 발명으로 출원했다가 1차 거절을 받았습니다. 심사관은 인용발명 두 건의 조합으로 진보성을 부정했습니다. 대표는 "보정으로 살릴지, 분할출원으로 갈지"를 물었지만, 답은 최초 명세서 안에 있었습니다. 다행히 출원 당시 특정 수치 구간에서의 현저한 효과가 실시예와 비교예로 기재되어 있었고, 그래서 독립항의 수치 범위를 그 구간으로 감축 보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최초 명세서 기재 범위 내 보정이라 신규사항 추가에 해당하지 않았고, 비교실험 결과표를 의견서에 첨부해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한 효과"를 인정받았습니다. 교훈은 분명합니다. 의견서는 새로운 설득이 아니라 명세서에 이미 심어둔 증거를 꺼내는 작업이며, 출원 시점에 효과 기재가 없었다면 누구도 특허 등록 가능성을 되살리기 어렵습니다.
[출원 전 체크리스트]
선행기술을 특허DB·학술논문·시판 제품까지 3중으로 조사했는가?
독립항·종속항을 광-중-협 3단 계층으로 설계했는가?
핵심 효과를 뒷받침할 실시예 데이터가 최소 3종 이상 확보됐는가?
수치·조건 한정의 현저한 효과를 명세서 본문에 명시적으로 서술했는가?
경쟁사 회피설계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안 실시형태를 포함했는가?
발명자·공동출원인·직무발명 승계 등 권리관계가 정리됐는가?
학회 발표·IR·전시 등 공개 이벤트 전에 출원을 완료했는가?
투자 유치나 제품 출시를 앞둔 팀이라면, 특허 등록 가능성을 좌우하는 이 설계는 거절통지서를 받은 뒤가 아니라 명세서 초안 단계인 지금 점검하는 것이 가장 비용 효율적입니다.
투자 유치나 제품 출시 일정이 가까워졌다면, 출원 전에 광-중-협 청구항 계층과 각 계층을 뒷받침할 효과 데이터 중 무엇을 먼저 정리해야 할지 점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자 소개]
석종헌 변리사 | 특허법인 린 파트너 (15년 차 바이오·화학 전문)
고려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지난 15년간 바이오, 제약, 소재 스타트업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습니다. 단순한 등록을 넘어 정부 과제 대응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 명세서 설계를 전문으로 합니다.
📧 기술 검토 및 강연 관련 문의: patentseok@naver.com
📞 010-6663-8572
🔗 [IP 실무 노트] 거절을 가르는 광-중-협 청구항 설계법 → 특허전략블로그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