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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특허침해 분석 없이 해도 될까

선행기술조사를 마쳤으니 특허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요?

신약 개발 FTO(자유실시조사)를 설명할 때 창업팀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선행기술조사와 특허침해 분석은 묻는 질문 자체가 다릅니다. 전자는 "내가 등록받을 수 있는가"를, 후자는 "내가 남의 권리를 건드리지 않고 사업할 수 있는가"를 검증합니다.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이 둘을 혼동하면, 수백억 원을 투입한 파이프라인이 허가 직전에 멈춰 설 수 있습니다.

내 특허가 있는데 왜 남의 권리가 문제일까

등록 요건과 침해 판단 요건은 서로 다른 기준입니다. 내가 새로운 항체 서열로 등록을 받았다고 해서, 그 항체를 특정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까지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위 개념을 선점한 원천 권리가 따로 존재하면, 내 등록과 무관하게 그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입니다. MSD는 키트루다 자체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PD-1 항체를 항암 목적으로 쓰는 행위가 오노약품·BMS의 원천 포트폴리오와 충돌했습니다. 결국 MSD는 2017년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선지급금 6억2500만 달러를 지급하고, 2017~2023년에는 글로벌 매출의 6.5%, 2024~2026년에는 2.5%를 로열티로 내고 있습니다. 연매출 수십조 원대 블록버스터에서 이 비율은 매년 수조 원이 오가는 구조입니다. 자기 특허가 있어도 사업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분석 시점을 놓치면 선택지가 사라진다

바이오·화학은 물질 청구범위가 상위 개념으로 잡혀 있어 회피설계가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분석 시점이 늦으면 대응 카드 자체가 사라집니다. 사업화 직전에 침해 대상 권리를 발견했는데 라이선스 비용이 예상 수익을 넘어선다면, 계약을 체결해도 손익상 실패입니다. R&D 초기였다면 회피설계든 다른 적응증이든 경로를 바꿀 수 있었을 사안입니다.

가처분과 본안에서 밀리면 사업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인슐린 펌프 기업 이오플로우는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서 인슐렛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1심에서 패소해 약 850억 원 규모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유럽에서도 통합특허법원(UPC)이 이오패치가 인슐렛의 유럽 단일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17개국 내 제조·판매·수입·광고 금지와 판매 제품 회수·폐기를 명령했습니다. 이후 이오플로우는 자금난 속에 상장폐지 위험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특히 가처분은 속도가 빨라, 준비 없이 맞으면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사전에 분석을 마친 기업은 같은 리스크를 기회로 바꿉니다. 개발 초기에 침해 가능성 있는 권리를 먼저 식별하면, 회피설계·라이선스 검토·무효화 절차를 동시에 저울질하며 사업화 일정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신약 개발 FTO는 "문제가 없다"를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문제가 있을 때 대응할 시간을 버는 작업"입니다.

투자 유치와 기술특례상장에서 더 중요해진다

딥테크 스타트업에게 FTO는 IR 자료의 신뢰도와 직결됩니다. 시리즈 A 이후 IP 실사에서 미해결 침해 리스크가 발견되면 밸류에이션 협상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기술특례상장 심사에서도 사업화 불확실성으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임상 데이터가 바뀌면 침해 판단도 달라지므로, 투여량·제형·적응증 변경 시점마다 재분석이 필요합니다.

[사업화 전 FTO 체크리스트]

타깃 시장(한국·미국·유럽)별로 각국 등록 권리를 따로 분석했는가

최종 제품뿐 아니라 제조 공정의 리서치 툴까지 분석 범위에 넣었는가

경쟁사 등록 건과 함께 미공개 출원까지 모니터링해 S·A·B 등급으로 분류했는가

투여량·제형·적응증이 바뀌었을 때 재분석 트리거를 정해 두었는가

리스크 발견 시 회피설계·라이선스·무효화 중 우선 경로를 미리 판단했는가

미국 진출을 고려한다면, 고의침해(최대 3배 증액배상) 방어용 전문가 보고서를 확보했는가

이러한 권리범위 점검은 임상이 진행될수록 비용과 선택지가 모두 불리해지므로, 투자 유치와 본격 R&D 투입 전인 지금 단계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비용 효율적입니다.

후보물질의 사업화 일정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출원보다 먼저 타깃 시장별 자유실시 가능성과 침해 리스크 등급 중 무엇을 먼저 정리해야 할지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석종헌 변리사 | 특허법인 린 파트너 (15년 차 바이오·화학 전문)

고려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지난 15년간 바이오, 제약, 소재 스타트업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습니다. 단순한 등록을 넘어 정부 과제 대응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 명세서 설계를 전문으로 합니다.

📧 기술 검토 및 강연 관련 문의: patentseok@naver.com

📞 010-6663-8572

🔗 [IP 실무 노트] 신약 FTO, 선행기술조사와 무엇이 다른가 → 특허전략블로그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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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헌 변리사 특허법인 린 · 기타

15년차 바이오·의약학·화학 전문 변리사 석종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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