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마인드셋 #커리어
“완벽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사용자에게 닿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완벽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사용자에게 닿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내 일의 맥락으로 영어를 배우는 AI 영어 학습 앱 ‘엘스(Else)’를 만드는 토스 출신 디자이너 창업가, 강영화 CDO 인터뷰 

디자이너는 예쁜 화면을 만드는 사람일까요?

물론 좋은 디자이너는 예쁜 것을 만듭니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어디서 막히는지 보고, 그 사람이 왜 어려움을 느끼는지 듣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실제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사용자에게 닿기 위한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해요.” - 강영화님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13년 차 디자이너이자 4년 차 창업가 강영화님 입니다. 
영화님은 토스에서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었고, 120만 유저를 모은 운세 앱 ‘우주고양이 보라’를 매각 후, 지금은 AI 네이티브 영어 학습 앱 엘스(Else)를 만들고 있습니다.

*엘스(Else)는 단순히 영어 표현을 외우게 하는 앱이 아닌 내가 하는 일, 내가 놓인 상황, 내가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에 맞춰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특히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실제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영어를,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자기 일과 연결된 영어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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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님과 이야기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분은 ‘무엇을 만들까’보다 ‘누구의 어떤 어려움을 풀까’를 먼저 보는 사람이구나. 

오늘 소개할 강영화님의 이야기는 완벽하지 않아도 먼저 세상에 내보내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사용자의 진짜 어려움을 끝까지 보려고 하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창업가의 이야기입니다.

또 영화님이 출간한 책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에 담긴 문제의식도 함께 나눴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 디자이너, PM, 기획자, 그리고 언젠가 자기만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분들이라면 특히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 영화님의 출간 책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보러가기

이번 인터뷰에서는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아온 영화님이 어떻게 창업가가 되었는지, AI 시대에 제품을 만든다는 건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AI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이자 창업가로서 계속 도전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생존 전략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런 분들께 이 글을 추천합니다

✅ 디자이너, PM, 기획자로 일하며 언젠가 내 제품을 만들고 싶은 분 
✅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하려다 계속 미루고 있는 분 
✅ AI 시대에도 사람이 직접 붙들어야 할 제품의 본질이 궁금한 분 
✅ 창업하면 어떤 문제가 실제로 생기는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


Q. 엘스(Else)와 영화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바쁜 일정 속에도 시간 내주셔서 대면 인터뷰 응해주신 영화님 (이미지 출처- 파운시스)

안녕하세요. 저는 13년 차 디자이너이자 4년 차 창업가 강영화 입니다. 

2013년부터 일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쭉 디자이너로 일해왔어요. 
그러다가 창업가로 전환한 지는 4년 정도 됐고요. 

저는 스스로를 생각해 보면 호기심이 되게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보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성향 때문에 커리어를 쌓는 동안에도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이드 프로젝트도 정말 많이 했고요.

지금 만들고 있는 ‘엘스(Else)’는 영어 교육 앱이에요. 그런데 단순히 ‘카페에서 커피 주문하는 영어’, ‘여행 가서 쓰는 영어’처럼 정해진 표현만 알려주는 앱은 아니에요. 
엘스(Else)는 내가 실제로 하는 일, 내가 처한 상황, 내가 가진 맥락 안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예요. 

예를 들어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의 영어를 배워야 하잖아요.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기 일과 연결된 영어를 익히는 게 훨씬 중요하고요.

저희는 그런 식으로 사용자의 맥락을 가지고 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AI 네이티브하게, 사용자가 필요한 상황에 맞게 영어를 익힐 수 있는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AI 네이티브(AI-Native) - 인공지능을 가끔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기획, 개발, 업무, 일상생활 등 모든 과정에서 AI를 기본 전제로 사고하고 내재화하여 사용하는 패러다임 


Q. 디자인 커리어를 잘 쌓다가 창업가의 길을 걷고 계신 게 인상 깊었어요. 영화님은 원래부터 창업을 꿈꿔온 사람이었나요?

사실 제가 원래부터 “나는 꼭 창업할 거야”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막상 제가 창업을 했다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너는 언젠가 창업할 줄 알았다”라고 하더라고요. “되게 잘 어울린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요.

생각해 보면 저는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으면서도 계속 뭔가를 했어요.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고, 관심 있는 게 생기면 그냥 해봤어요. 외부에서 저를 소개할 때 “20개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어요. 그만큼 뭔가 하나에만 머물기보다, 관심 있는 걸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사이드 프로젝트의 과정을 기록해둔 영화님 
(이미지 출처- <11년차 디자이너가 토스 퇴사하고 하는 일> / EO Planet 강영화님 채널)

 

그래서 창업이 완전히 갑자기 생긴 선택이라기보다는, 제가 원래 해오던 태도의 연장선에 있었던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는 토스에서 일했던 경험도 되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토스에서 실험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많이 배웠거든요. 뭔가 ‘이거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빠르게 실행해 보고, 반응을 보고, 다시 개선하는 방식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런 스탠스가 쌓였던 것 같아요.

원래부터 창업을 꿈꿨냐고 하면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알게 모르게 창업가처럼 사고하고 행동해 왔던 건 맞는 것 같아요.


Q. 토스 재직 시절에도 내부의 문제 해결사 같은 역할을 하셨던 것 같아요. 회사 안에서 문제를 푸는 것과 창업가로서 문제를 푸는 것, 무엇이 가장 다르던가요?

회사 안에서 문제를 푸는 것과 밖에서 내 회사를 만들어 문제를 푸는 건,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결국 누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그 문제를 해결해서 어떤 결과를 낼 것인가, 
그 결과가 사람들에게 어떤 임팩트(영향)를 줄 것인가.

이런 질문들은 회사 안에서 일할 때도 중요하고, 창업해도 똑같이 중요해요.

토스 재직 시절 영화님 모습 
(영화님이 토스에서 일한 방식은 <토스 최초의 Product Designer(Tools)의 일하는 방식>에서 확인하세요.)

다만 안정감이 완전히 달라요. 

회사 밖에서 제 회사를 만들어서 한다는 건, 회사의 존폐가 저에게 달렸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닐 때는 솔직히 제가 조금 대충 다녀도 회사가 망하진 않잖아요. 물론 당연히 그러면 안 되지만, 구조적으로는 회사는 시스템이 있고, 이미 존재하는 조직이 있고, 제가 그 안에서 역할을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창업을 하면 달라요.

제가 잘못하면 회사가 흔들릴 수 있고, 팀이 사라질 수도 있고, 제품이 멈출 수도 있어요.

그래서 회사를 존재시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요. 
제가 잘 못하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게 큰 부담감이 되기도 한다는 점, 그게 가장 큰 차이였던 것 같아요.


Q. 처음 창업하실 때 가장 크게 느꼈던 장벽은 무엇이었나요?

장벽은 항상 있었죠. 지금도 있고요. 언제나 있어요.(웃음)

그래도 처음을 생각해 보면, 팀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이 컸던 거 같아요. 
처음에는 회사가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시작됐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늘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이 팀은 물거품 같다. 언젠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저는 그걸 너무 유지하고 싶고, 이어가고 싶었어요. 저에게 작고 소중한 존재 같은 느낌이다 보니, 그래서 더 불안했던 것 같아요. 너무 소중하니까, 없어지면 안 될 것 같으니까요.

퇴사 후 창업에 도전한 1년 차 영화님 팀의 매출&순이익 그래프 
(이미지 출처- <토스 퇴사하고 1년 동안 있었던 일 > 글 / 강영화님 블로그)

그리고 잘 됐을 때도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어요. 
잘 되고 나니까 매출이 나고 돈을 버는데, 오히려 돈이 부족해지는 거예요.

저희가 초기에 광고를 통해 사용자를 데려오고, 그 사용자들로 매출을 만들었어요. 매출은 나고 있었고, 심지어 더 늘고 있었어요. 그런데 광고비는 바로 나가고, 정산금은 한 달 뒤에 들어오는 구조였어요.

그러니까 돈을 벌고 있는데도 돈이 부족한 거예요.

매출은 두 배로 나오는데, 현금은 계속 모자라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저와 공동 창업자들이 개인 돈을 넣고, 그걸로 버티고, 정산이 들어오면 또 버티고, 다시 돈이 부족해지고.

그때 현금 흐름(실제 통장에 돈이 언제 들어오고 나가는지)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어요.

다행히 나중에는 좋은 기회로 광고비를 먼저 집행하고도 정산까지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생겨서 숨통이 트였어요. 그때 진짜 기뻤던 기억이 있어요.

창업은 계속 그런 것 같아요. 
한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요.

그래서 누가 “미리 뭘 준비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사실 저는 좀 어렵더라고요. 
준비한다고 해서 모든 걸 막을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어차피 문제는 새로 생겨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때그때 닥친 문제를 풀어가야 해요.


Q.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배경이 창업 초기에 가장 큰 강점이 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반대로,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점도 있다면요?

제 직무가 사실 순수 디자이너보다는 좀 더 기획자에 가까웠어요. 그래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저는 기획자+디자이너에 가까웠고, 공동 창업자가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역할이 잘 맞았어요. 기술적으로 무엇이 가능하고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는 공동 창업자가 잘 봐줬고, 저는 제품의 방향이나 사용자 관점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했죠. 

제가 디자이너 출신이라서 어려웠던 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좋은 디자이너를 뽑기가 정말 어려워요. 생각보다 좋은 디자이너가 세상에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직접 제품을 볼 수 있으니까 제품 퀄리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져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제품을 만들어도 사용자에게 닿게 만드는 데는 자신이 있었어요.

이게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로서의 강점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디자이너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디자이너들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요. 완성도를 높이고, 더 다듬고, 더 예쁘게 만들고, 그다음에 나가고 싶어 하죠.

그런데 저는 반대예요.

“사용자에게 닿기 위한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걸 되게 많이 말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에요.
물론 정말 엉망으로 만들자는 건 아니지만, 에러가 있고 버그가 있더라도,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가 아니더라도 일단 나가고, 계속 고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게 유리했던 것 같아요. 
완벽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부딪히는 것. 
사용자에게 먼저 닿게 만드는 것. 
그게 창업에서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영화님은 문제를 발견하고 제품으로 풀어내는 감각이 굉장히 선명한 분 같아요. 어떤 문제를 만났을 때 '이건 꼭 풀어볼 가치가 있다'라고 판단하시나요?

초반에는 솔직히 저를 위해서 창업했던 것 같아요. 
내가 돈을 벌어야 하고, 생존해야 하고, 회사가 성공해야 하고. 이런 것에 초점이 맞춰 있었어요. 
그런데 한 번 서비스를 성공시키고, 돈도 벌고, 어떤 성과를 냈는데도 만족이 안 되더라고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그런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정말 세상에 큰 도움이 되는 걸 만들고 싶다.”

그래서 한 번 창업하는 게 아니라 창업가로 사는 삶에서, 그저 그런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세상에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됐어요. 
(*강영화님은 120만 유저가 다운로드한 운세 앱 ‘우주고양이 보라’를 창업 후 매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엘스(Else)라는 영어 교육 앱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언어 교육은 누군가에게 진짜 큰 기회가 될 수 있잖아요. 영어를 잘하게 되면 더 넓은 세계로 갈 수 있고, 더 좋은 일을 할 수도 있고,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될 수도 있으니까요.

엘스(Else) 웹사이트에도 영화님과 엘스(Else) 팀의 마음이 담긴 진심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엘스(Else) 웹사이트)

 

그리고 저는 제품을 만들 때 기능 구현보다 먼저 하는 건 사용자를 먼저 만나는 거예요. 

꼭 제품으로 만나지 않아도 돼요. 인터뷰로도 만날 수 있고, 대화로도 만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사용자의 어려움을 파악하는 거예요. 사용자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이걸 내가 해결할 수 있는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알게 돼요.

“아, 이 어려움은 정말 중요하구나.”, 
“이건 생각보다 덜 중요하구나.”, 
“이건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런 걸 파악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해요. 
결국에는 내가 뭘 하고 싶다 보다, 사용자의 어려움이 더 우선이에요.


Q. 그럼, 고객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이 바뀐 기능도 있었나요? 

엄청 많아요.

예를 들면 워킹홀리데이 기능을 만들 때였어요. 저희가 워킹홀리데이 상황에서 어떤 직업(JOB)을 가진 사용자들이 들을 법한 표현을 리스닝으로 만들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니까 호주 발음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실제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문제가 호주 발음만은 아니더라고요. 
그냥 영어 발음 자체가 어렵고, 빠른 발음이 어렵고, 다양한 억양이 어려운 거였어요.

그래서 ‘아, 다양한 억양을 들을 수 있어야겠구나’라고 방향이 바뀌었어요.

파운시스 운영진도 엘스(Else) 유저인데, 워킹홀리데이 파트가 들어온 걸 보고 자연스럽게 워홀 준비하는 지인에게 추천하게 됐습니다. 클릭해서 이미지를 올려주세요

  

또 하나는 저희 앱이 원래 영어 중상급자를 타깃으로 하다 보니, 사용자가 영어를 읽을 수 있다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거예요.

예를 들어 짧은 문장이나 약어 같은 건 당연히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사용자분들이 반복적으로 말했어요.

“여기도 음성 넣어주세요. 저기도 음성 넣어주세요.”

그래서 음성을 넣는 기능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됐어요. 
이렇게 작은 기능들은 사용자 피드백을 듣고 빠르게 반영하려고 해요.

다만 큰 방향은 조금 달라요. 사용자가 원한다고 해서 큰 기능을 그대로 넣으면 오히려 틀린 방향으로 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작은 요청은 빠르게 반영하되, 큰 방향은 저희가 충분히 소화하고, 사고하고, 판단한 다음에 결정하려고 해요.

사용자의 말을 그대로 듣는 게 아니라, 그 말 뒤에 있는 진짜 어려움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영화님은 '디자이너의 문제 해결력'이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그리고 좋은 디자이너와 좋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차이도 궁금해요.

(이미지 출처-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가> / 강영화님 블로그)

저는 디자이너의 문제 해결력이 제품 개발 프로세스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제품을 만들 때는 세 가지 질문이 있어요. 

왜(Why)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무엇(What)을 풀어서 어떤 결과를 낼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How) 풀 것인가.

보통 PM이나 PO(제품 책임자)가 '왜(Why)'와 '무엇(What)'을 결정해요. 
그러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어떻게(How)'를 잘 해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어떻게(How)'를 잘하려면 '왜(Why)'와 '무엇(What)'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해요.

내가 이 문제를 왜 풀고, 이 문제를 풀어서 나타나는 임팩트가 무엇인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게 좋아질 것인가. 이걸 모르면 디자인할 수가 없어요.

좋은 디자이너는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에요.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려면 다양한 디자인을 보고, 다양한 문제와 씨름해본 경험이 쌓여야 되고, 경험 리소스가 축적되면 같은 문제에도 더 다양한 방법을 떠올릴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했을 때 좋은 디자이너와 좋은 빌더(제품을 만드는 사람)는 사실 같은 말인 것 같아요. 제품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때로는 PM이나 PO보다 더 깊이 고민하기도 하고, 엔지니어와 함께 ‘어떻게 풀 것인가’를 논의하기도 해요.

 

또 다른 관점으로, 좋은 디자이너는 사용자 관점의 수호자에 가까워요.
사용자의 어려움에 얼마나 공감하는가. 그 어려움을 얼마나 잘 파악하는가.

그래서 잘하는 디자이너가 작업하면 독창적이면서, 브랜딩과 UX 디자인도 자연스럽게 잘 되게 만들어요. 그래서 좋은 디자이너가 많이 없는 거고, 그만큼 정말 잘하기 어려운 직업인 거 같아요.

그리고 이걸 잘하면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좋은 빌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AI 네이티브 서비스인 엘스(Else)를 만들면서,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느낀 제품 개발 방식이 있나요?

많죠.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때 제품 개발 방식 자체는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어요. 
대신 그 틀 안에서 각각을 AI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느냐, 이게 차이인 것 같아요.

제품을 만들 때는 여전히 목표를 정하고, 초안을 만들고, 엔지니어와 상의하고, 백엔드와 프론트엔드를 만들고, 디자이너가 더 디벨롭하고, 실제로 릴리즈하고, 피드백을 받는 루프를 계속 돌아요.

그 루프 자체는 바뀌지 않았어요.

다만 달라진 건 그 각각의 과정에 AI가 들어온다는 거예요. 
필요한 부분을 AI로 레버리지하고, AI와 같이 작업하는 거죠. 어떤 면에서는 정말 극대화돼요. 
초안도 빨리 만들 수 있고, 다양한 버전도 빨리 볼 수 있고요.

그런데 모든 게 좋아지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실험하다 보면 “이게 맞나?” 싶은 비효율도 생겨요. 저도 엔드 투 엔드(End-To-End)로 AI가 다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미지 출처- <AI 시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글 / 강영화님 블로그)

 

AI에서 정말 중요한 건, AI가 '비결정적(Non-Deterministic)'이라는 걸 이해하는 거예요. 
같은 입력을 넣어도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A를 넣으면 A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B가 나올 수도 있고, C나 D가 나올 수도 있어요.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만들면 어려워져요. 그래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되게 중요해지는 시점인 것 같아요.


Q. AI 시대에 디자이너와 창업가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이걸 AI에게 맡겨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내가 직접 사고해야 하는 일인가?”

AI가 잘하는 일이 분명히 있어요. 초안을 많이 만들고, 다양한 버전을 뽑고, 빠르게 변형하는 건 정말 잘해요.

그런데 사람이 가져가야 하는 사고까지 AI에게 맡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똑똑한 사람들도 자기가 생각해야 할 것까지 AI에게 맡기기 시작하면 점점 멍청해질 수 있거든요. 제품도 그저 그렇게 될 수 있고요.

특히 제품에서 중요한 건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Why)’, ‘무엇을 풀어야 하는가(What)’잖아요. 
이걸 AI에게 넘겨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이 정말 뾰족하게 생각해서 만들어낸 결과와, AI가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결과는 달라요.

(이미지 출처- <AI 시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글 / 강영화님 블로그)

 

한편으로는 저는 AI가 나와서 반가운 부분도 있어요.

“네가 만드는 제품은 AI가 만드는 것보다 뭐가 좋아?”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되고, 창업가들을 더 밀어붙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더 좋은 제품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 뾰족하고, 더 특정한 문제를 잘 풀고, 정말 그 사용자에게 맞는 제품이요. 
저희도 그냥 쉬운 영어 앱을 만드는 게 아니라, 더 중등/고급 레벨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앱을 만들고 싶고,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영어를 제공하고 싶어요.

이제 AI를 잘 써서 잘 만든 제품도 정말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맡기고, 무엇은 사람이 직접 사고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Q. 공동 창업을 경험해 오신 영화님은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으신가요? 좋은 창업 팀은 어떻게 서로를 보완해야 할까요?

엘스(Else) 팀의 미팅 중인 모습 (이미지 출처- 엘스(Else) 웹사이트)

 

저는 개인적으로 똑똑한 사람이랑 일하는 걸 좋아해요. 
그냥 그저 그런 잘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만의 특장점이 분명한 사람이요. 그게 태도일 수도 있고, 실력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특장점이 없으면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거 같아요.

좋은 창업 팀은 서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걸 가지고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같은 강점을 가진 두 사람이 있으면, 그쪽으로 너무 가고 싶어서 결국 보완이 안 되고 서로 부딪히는 결과가 생기거든요. 한 명은 사업 개발 잘하고 한 명은 엔지니어링 잘하고, 혹은 한 명은 사용자를 잘 알고 한 명은 데이터를 잘 보는 등 각자의 강점과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이 톱니바퀴처럼 딱 맞아 돌아가는 게 이상적인 창업 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힘들 때 서로 챙겨줄 수 있는 팀이 좋은 팀인 것 같아요. 
무조건 푸시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인간적으로 챙겨주고 돌봐주는 팀이요. 창업 팀은 돈이 많이 없고, 줄 수 있는 건 의미 있는 경험이 거의 다잖아요. 그래서 그 경험이 인생에서 정말 좋은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나눠야 할 대화는, 사실 대부분의 대화인 것 같아요. 
피드백을 주는 게 불편하고 어렵지만, 그걸 해야 그 사람이 발전되든 내가 바뀌든, 팀이 나아갈 힘이 생기거든요. 그런 대화들을 많이 나눠야 하는 것 같아요.


Q. 태생은 한국인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부딪혀보셨잖아요. 한국에서 일할 때와 가장 다르다고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실리콘밸리에서 지내면서 선택의 폭이 넓다는 걸 몸소 체험한 영화님
(이미지 출처- <실리콘밸리에서의 대화> 글 / 강영화님 블로그)

일단 야망이 너무너무 달라요.

한국이 싫다는 뜻은 아니에요. 한국에도 좋은 점이 많아요. 한국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끈기 있고, 성실하고, 좋은 제품도 잘 만들어요.

(이미지 출처- <실리콘밸리에서의 대화> 글 / 강영화님 블로그)

 

그런데 실리콘밸리에 가면 무대의 크기가 다르게 느껴져요.

한국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 실리콘밸리에 가면 완전히 새로운 뉴비(Newble)가 돼요.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사람들이 저를 알아봐 주고, 제가 해온 것도 있고, 잘한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실리콘밸리에 가면 저는 완전히 뉴비예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거죠.

처음에는 그게 조금 힘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뛰면 좋겠다, 이 무대에서 뛰면 좋겠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여기서 조금의 성공이라도 맛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았어요. 뱀의 머리가 되는 대신 용의 꼬리가 되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용의 꼬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웃음)

영화님이 미국 생활 중에 찍은 사진 (이미지 출처- 본인 제공)

 

또 하나 다르게 느낀 건 연결의 방식이에요.

네트워크도 완전히 달랐어요. 작년 9월에 미국에 있을 때 파운더스 러닝 클럽(창업자들이 같이 달리는 모임)에 갔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이랑 대화가 시작되고, 그 사람 생일 이벤트에 초대받고, 거기서 또 사람들과 연결되고, 교회도 가는 등 계속 연결이 이어졌어요.

한국에도 분명 좋은 네트워크가 있지만 뭔가 벽이 쳐진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실리콘밸리는 뭔가 더 뚫려 있는 느낌이었어요. 조직과 조직 사이에 벽이 덜하고, 아이디어와 사람이 더 자연스럽게 오가는 느낌이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문화적인 차이가 생활에 녹여져 있는 거 같았어요.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랐는데, 사고방식 자체가 막혀 있지 않아요. 
“할 수 있어”, “바꿀 수 있어”가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막혀 있는 느낌보다,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이 디폴트로 깔려 있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다’가 기본값인 환경, 그게 인상 깊었어요.

미친 사람도 정말 많고요. 저는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웃음)


Q. 창업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만 하는 어려운 일이 더 많아지잖아요. 그런 시기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나오셨나요?

이건 진짜 어려워요. 그런데 뭐… 그냥 버텨야죠.(웃음) 
김연아 선수 짤 있잖아요.

(이미지 출처- MBC)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약간 그런 느낌이에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더 어려워질 때가 있어요. 해야 되면 그냥 하고, 버텨야 된다는 생각으로 해요. 
대신에 저의 에너지를 더 아끼는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소진되지 않게 에너지를 아끼고 나를 잘 챙겨주지 않으면 결국 안 되는 것 같아서요.


Q. 영화님 글에서 '창업가는 퇴사할 수 없다'라는 말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일과 삶 사이에서 에너지가 소진되는 분들께 영화님만의 회복 방법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지금 번아웃을 느낀다면, 번아웃 극복기를 공유한 영화님의 글 <번아웃 극복기>를 읽어보세요.

 

솔직히 저도 이걸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이게 어려운 것 중의 하나예요.

회사 다닐 때는 힘들면 3일 연차를 쓰곤 했어요. 그러면 좀 괜찮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창업하면 완전히 그렇게 하기가 어렵죠. 물론 연차를 쓰고 쉬기도 하지만, 마음은 완전히 빠져나오기 어려운 거 같아요. 내 일이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저에게 에너지가 소진됐다는 걸 받아들이려고 해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적게 가져가도 된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이 정도만 해도 괜찮아.”
“조금 회복되면 다시 괜찮아질 거야.”

더 잘하고 싶어서 나를 계속 푸시하는 게 아니라, '이거 극복하면 괜찮아질 거야'하고 지금 나를 더 믿어주고 다독여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여기서 ‘너는 왜 이것밖에 못 해?’라고 하면 진짜 회복이 안 돼요. 더 딜레마에 빠져요.

특히 여성분들은 더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잘 못해서 그렇다. 내가 더 했어야 한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

이렇게 자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정말 쓸모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저를 위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자책을 덜 하고 싶어요. 자책은 회복을 늦추고 딜레마만 만들거든요.

때로는 나를 더 압박하는 것보다, 나를 더 잘 다독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여러 시행착오를 지나오며 영화님이 가장 크게 바뀐 건 무엇이었나요?

엘스(Else) 공동 창업자 강영화님 
(이미지 출처- <언어 장벽 넘어 글로벌 무대로, AI 영어 학습 앱 창업 스토리 (엘스(Else)랩스)> / 아산나눔재단 블로그)

 

저는 원래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관심 있는 것도 많고, 에너지도 많고, 여러 가지를 동시에 벌이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창업하면서 느낀 건, 에너지를 응축해서 하나에 집중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생존에도 유리하고 성과에도 유리해요.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어떤 프로젝트를 하려고 여러 명을 각각 다른 프로젝트에 배치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들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모으니까 훨씬 더 성과가 잘 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아, 이게 맞구나. 하나에 모아서 하는 게 훨씬 유리하구나. 각자 너무 다양한 걸 하지 말고 프로젝트 하나에만 집중해야겠다.'

그 이후로는 너무 다양한 걸 동시에 하지 말고,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제 삶 전반에서도 큰 배움이었어요.

하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무엇을 할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것. 
그리고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모으는 것.

그게 창업을 하면서 일을 대하는 방식에서 가장 크게 달리진 점인 것 같아요.


Q. '창업하길 정말 잘했다’라고 느낀 순간이 있으셨나요?

‘내가 도전을 앞두고 걱정하는 나를 다독이는 방법은 10년쯤 뒤를 상상 하는 거다. 
2034년 내가 되어보기. 도전하지 않았던 나로 사는 걸 상상하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다. 해보고 싶은가보다.’
_ <실리콘밸리에서의 대화> 글 발췌 / 강영화님 블로그

 

무조건 창업하길 잘했다고 하기에는… 처음에는 힘든 순간이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창업하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어요.

일단 자유로워요. 제가 제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감각이, 창업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 

저는 원래 해외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창업을 하니까 그 길이 생기더라고요. 창업가로 일하면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나 방법도 다르게 찾아볼 수 있고,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돌아가지 않고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만든 성과가 오롯이 제 것이 된다는 감각도 좋아요.

제가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이 성과를 내고, 나중에 매각하거나 어떤 결과를 만들면, 그게 제 성과가 되잖아요. 회사 안에서 일할 때도 물론 제가 잘하면 성과가 나요. 하지만 회사라는 판 위에서 만들어지는 성과이기도 하죠. 결국 큰 책임과 성과는 오너에게 돌아가고요.

하지만 창업은 달라요. 
내가 책임져야 하지만, 동시에 내가 만든 것도 온전히 내 것이에요. 
그게 어렵기도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사실 요즘은 개인적인 고민도 있어요. 
아이를 갖는 것(임신, 출산, 육아)과 창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요. 
근데 창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일을 줄이더라도 이걸 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되게 강해요. 
창업을 포기하고 싶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 이게 창업하길 잘했다는 걸 반증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Q. 일과 삶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2024년에 발행된 <월간 강영화: 5월~8월>에 있던 이미지

일단 저는 사업이 제일 중요해요. 성공하고 싶어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은 아니에요.

제가 만든 제품으로 사람들이 실제로 영어를 더 잘하게 되고, 실제로 고객의 어려움이 해소되는 걸 원해요. 
그런 방향에 맞춰서 당분간은 저를 맞춰 가보자는 생각이 있어요.

동시에 저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한 기준이 있어요. 
저는 제가 더 나은 곳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요.

예를 들면 미국에서 사업을 해보는 것. 해외에서 일해보는 것. 더 큰 무대에서 부딪혀보는 것.

이건 개인적으로 저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제가 미국에 3개월, 6개월 정도 있어 본 것만으로도 관점이 달라지는 걸 느꼈거든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제가 보는 세계도 달라졌어요.

그래서 저는 저를 키우는 마음으로 의사결정을 하려고 해요.

“내가 나를 키운다.”

이 감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창업은 회사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Q. 이번에 책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를 출간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문제의식에서 쓰게 된 책인가요?

기본적으로는 디자이너분들을 위해 쓴 책이에요.
그런데 디자이너뿐 아니라 PM,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디자이너와 PM을 위한 문제해결력 실전 강의’ 같은 강의를 만들었어요. 그 강의를 기반으로 책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파운시스 구독자분들을 위해, <디자이너와 PM을 위한 문제 해결력 실전 강의> 40% 할인 쿠폰(링크) 제공해 주신 영화님 감사합니다. 영화님의 책이 도움 되셨다면, 강의도 들어보시는 거 추천드립니다😊) 

책에는 제가 토스에서 배웠고, 실제로 120만 다운로드 앱(우주고양이 보라)을 만들기까지 사용한 제품 공학적 사고가 많이 담겨 있어요.

AARRR 프레임워크라든지,
유저 리서치를 어떻게 볼 것인지,
데이터 드리븐하게 어떻게 의사 결정할 것인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해결할 것인지.

이런 내용들이요.

생각해 보면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계속 알려주고 있더라고요. 
이런 이야기가 제 주변 사람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사람,
일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
AI를 이용한 디자인이나 제품 개발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영화님 글을 보면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치열하게 살아가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창업 직전의 과거 본인에게 한마디해 주신다면요?

처음 팀과 함께 워크숍을 했던 영화님의 흔적 
(이미지 출처- <11년차 디자이너가 토스 퇴사하고 하는 일> / EO Planet 강영화님 채널)

창업 직전의 저에게 말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너는 앞으로 정말 많은 일을 겪게 될 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라.”

그런데 아마 그때의 저는 안 들었을 것 같아요. 그때는 너무 재미있었거든요.(웃음) 
지금 저는 창업 4년 차인데, 체감상 10년은 지난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그때의 제가 이 말을 들었다고 해도, 아마 “그래도 재밌잖아”하고 그냥 갔을 것 같아요.


Q. 10년 후의 영화님이 지금의 영화님에게 한마디해 준다면, 뭐라고 할 것 같아요?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적당히 해도 된다. 어차피 일은 지나가게 돼 있어.”

웃기죠?. 그런데 이것도 지금의 저는 안 들을 것 같아요.
과거의 저도, 지금의 저도, 미래의 저도 누구 말 잘 안 듣는 것 같거든요.(웃음)

그래도 10년 후의 저는 지금의 저에게 이렇게 말해줄 것 같아요.

적당히 해도 된다. 너무 다 끌어안지 않아도 된다. 일은 결국 지나간다.


Q. 마지막으로, 영화님은 어떤 창업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강영화님 (이미지 출처- 본인 제공)

 

저는 그냥 ‘이 사람은 도전하고 있다, 어려운 일을 해내려고 노력했다’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성취를 냈다는 건 당연히 중요하죠. 저도 성취를 만들고 싶고, 성취를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과정인 것 같아요.

제가 어려운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과정, 그 과정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그걸 보고 사람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결국은 과정이 전부인 것 같거든요. 결과는 따라오는 거고, 과정이 좋아야 결과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블로그에 과정을 계속 기록하고 나누는 거기도 해요. 
의사결정 과정을, 힘들었던 순간을, 실수를. 그게 나 스스로한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걸 보는 누군가에게 '이 사람도 이렇게 헤매는데, 나도 해볼 수 있겠다'라는 용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제가 만든 제품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제가 지나온 과정이 또 다른 사람에게 용기가 된다면, 그걸로도 되게 좋을 것 같아요.


 

영화님과의 대화가 끝나고도 오래 마음에 남은 말이 있었어요.

“사용자에게 닿기 위한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해요.”

이 말은 단순히 제품을 빨리 출시하자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창업을 대하는 태도에 더 가까웠습니다.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
내가 만든 것이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게 일단 내보내는 것.
그리고 그 반응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다시 듣고, 다시 고치고, 다시 나아가는 것.

창업은 멋진 아이디어 하나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생기는 문제를 계속 마주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팀이 사라질까 불안했던 순간도 있고, 매출은 나는데 현금은 부족했던 순간도 있고, AI 시대에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배워야 하는 순간도 있고, 일과 삶 사이에서 내 에너지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고민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님은 계속 만들고 있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사용자에게 먼저 닿게 만들고,
사용자의 말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그 뒤에 있는 진짜 어려움을 보려고 하고,
AI가 많은 것을 대신해 주는 시대에도 사람이 직접 붙들어야 할 질문을 놓지 않고,
더 큰 무대에서 다시 뉴비가 되는 일을 두려워하면서도 기꺼이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엘스(Else)라는 앱도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단순히 영어 공부를 더 편하게 해주는 앱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기 일의 맥락 안에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제품처럼 느껴졌습니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실제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영어를,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자기 일과 연결된 영어를, 더 큰 가능성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그 가능성에 닿기 위한 언어를 만들어주는 서비스처럼요.

영화님이 이번에 출간한 책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디자이너가 단순히 예쁜 화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묻고, 어떻게 더 나은 제품으로 연결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고의 근육을 길러주는 책이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인터뷰가 좋았던 이유는, 영화님의 이야기가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의 성공담’처럼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영화님도 불안했고, 헤맸고, 지쳤고, 때로는 너무 많은 일을 끌어안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을 아직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이 창업을 고민할 때 자주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아직 부족한 건 아닐까?”
“조금 더 준비하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일도 잘하고, 삶도 잘 지키고, 나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님의 이야기는 이 질문들에 대해 현실적인 방식으로 답해줍니다.

완벽해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면서 배워가는 거라고.
모든 문제를 미리 막을 수는 없지만, 닥친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면 된다고.
나를 몰아붙이는 방식만이 답은 아니고, 때로는 나를 다독이며 오래 가는 힘이 더 중요하다고.
그리고 내가 만든 제품과 내가 지나온 과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 될 수 있다고요.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이 질문을 남기고 싶습니다.

  • 나는 지금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작은 시작을 만들고 있나요?
  •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바라보고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의 진짜 어려움을 들여다보고 있나요?
  • 나는 나를 더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나요?
    아니면 나를 키우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나요?

창업은 쉬워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솔직한 과정은, 또 다른 사람에게 “나도 해볼 수 있겠다”라는 마음을 남깁니다.

강영화님은 그런 창업가였습니다.

어려운 일을 해내려고 계속 도전하는 사람.
사용자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완벽을 기다리지 않는 사람.
AI 시대에도 인간이 붙들어야 할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과정을 나누며 누군가에게 용기를 건네는 사람.

엘스(Else)가 더 많은 사람들의 가능성을 넓혀가기를,
영화님의 책이 더 많은 제품 만드는 사람들에게 좋은 질문을 남기기를,
그리고 영화님의 도전이 사람들에게 오래 가는 용기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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