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트렌드
보도자료로는 미국 상표권을 지킬 수 없다 - 미국 상표는 ‘출원’이 아니라 ‘사용’으로 살아남는다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자주 하는 착각이 있다. 브랜드명을 정했고, 미국 상표출원도 했고, 보도자료까지 냈으니 상표권 확보는 어느 정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상표 실무에서는 이 판단이 위험할 수 있다. 미국 상표심판원(TTAB)은 2026년 4월 29일 In re Everwise Credit Union 사건에서, USPTO 재심사 절차에서 내려진 EVERWISE CREDIT UNION 상표 등록 취소 판단을 유지했다. 이 사건은 상표현대화법, 즉 Trademark Modernization Act of 2020(TMA)에 따라 도입된 재심사 절차에서 등록 취소가 문제 된 사건에 대해 TTAB이 선례적 판단을 내린 중요한 사례다. 핵심은 단순하다. 리브랜딩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미국 상표 사용이 되지 않는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작은 신생 브랜드가 아니었다. Everwise Credit Union은 원래 Teachers Credit Union(TCU)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미국 인디애나주의 대형 신용협동조합이다. 1931년에 설립된 이 기관은 처음에는 이름 그대로 교사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소비자, 지역사회, 기업 고객을 상대로 예금, 대출, 모기지, 신용카드,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확장되었다. Everwise는 현재 자신들을 약 3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중서부 지역 금융기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21b89ebffe27e.png
사진출처: ChatGPT


리브랜딩의 이유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Teachers Credit Union이라는 이름은 기관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교사만 이용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실제 2023년 발표자료에서도 TCU는 새 이름이 교사 중심의 뿌리를 넘어 더 넓은 사람들을 지원하고 성장하려는 미션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브랜딩 파트너사의 사례 소개에 따르면, TCU라는 약칭은 미국에서 Texas Christian University 등과 연결되어 브랜드 고유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었다. 결국 Everwise는 ‘교육계 출신 지역 금융기관’에서 ‘더 넓은 고객층을 위한 금융 브랜드’로 이동하려는 전략적 리브랜딩이었다. 

그런데 상표법의 시간표는 비즈니스의 시간표보다 냉정했다. 미국 상표법은 원래 상표가 미국 상거래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음을 전제로 등록을 허용하는 사용주의(Use in Commerce)를 원칙으로 한다. Teachers Credit Union은 EVERWISE CREDIT UNION 표장을 사용의도출원, 즉 Intent-to-Use application(ITU) 방식으로 출원하였다. ITU는 아직 미국 시장에서 상표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장래 사용할 선의의 의도가 있으면 먼저 출원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한국 기업이 미국 진출 전에 브랜드명을 선점할 때 자주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ITU는 ‘미리 출원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이지, ‘쓰지 않아도 등록을 완성해 주는 제도’가 아니다. 등록 전에는 결국 실제 사용을 입증해야 한다.

그 지점에서 등장하는 것이 사용진술서, Statement of Use(SOU)이다. ITU 출원이 심사를 통과하고 공고를 거쳐 등록허가통지, Notice of Allowance(NOA) 단계에 이르면, 출원인은 상표가 실제 미국 상거래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SOU를 제출해야 한다. SOU는 단순한 확인서가 아니다. 해당 상표가 실제 사용 중이라는 진술, 최초 사용일, 상품·서비스 목록, 사용견본, 수수료, 서명 확인 등이 필요하다. NOA 발행 후 6개월 내에 SOU를 제출하거나 연장신청을 해야 하고, 연장은 6개월 단위로 최대 5회까지 가능하다. 모든 연장을 사용하면 NOA 발행일로부터 최대 36개월까지 시간을 벌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용견본, 즉 specimen의 수준이다. 사용견본은 회사 내부 자료나 마케팅 계획서가 아니다.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가 보는 상표 사용의 증거다. 상품이라면 제품, 포장, 라벨, 태그, 또는 소비자가 실제 구매·주문할 수 있는 웹페이지가 대표적인 증거가 된다. 서비스라면 광고, 브로슈어, 웹사이트 화면, 간판, 차량 표시처럼 해당 상표가 서비스와 직접 연결되어 표시되어야 한다. 웹페이지 견본의 경우 URL과 접속일 또는 출력일도 함께 표시되어야 한다. 결국 핵심은 소비자가 그 표시를 보고 ‘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가 이 브랜드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는가이다.
 

08518fc62bdbd.png
사진출처: ChatGPT


Everwise 사건은 바로 이 마지막 기한에서 발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Teachers Credit Union은 2019년 6월 20일 EVERWISE CREDIT UNION 표장에 대해 ITU 출원을 했고, 2020년 4월 14일 NOA를 받았다. 이후 SOU 제출기한 연장을 5회 모두 사용했고, 마지막 연장에 따른 기한은 2023년 4월 14일이었다. 즉, 2023년 4월 14일은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는 SOU 최종 마감일이었다. 출원인은 그날 SOU와 함께 웹사이트 캡처를 사용견본으로 제출했고, USPTO는 이를 일단 받아들였다. 상표는 2023년 5월 30일 등록되었다.

문제는 실제 리브랜딩 일정이었다. 2023년 6월 6일 Teachers Credit Union은 Everwise Credit Union으로 사명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새 이름, 로고, 태그라인, 시각 아이덴티티는 2023년 6월 26일 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되었다. 그리고 2023년 6월 26일에는 Teachers Credit Union이 Everwise Credit Union으로 공식 전환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 지점에서 시간 차이가 드러난다. SOU 최종 마감일은 2023년 4월 14일이었다. 그러나 Everwise 브랜드의 공식 런칭과 사명 변경은 2023년 6월 26일에 이루어졌다. 약 두 달의 간격이 있었다. 출원인은 SOU 마감일 당시 웹사이트에 EVERWISE CREDIT UNION이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TTAB은 이를 실제 금융서비스의 출처표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은 출원인이 제출한 견본이 당시 웹사이트 화면이었고, 제3자가 Wayback Machine, 앱스토어 자료 등을 통해 SOU 마감일 당시 EVERWISE CREDIT UNION이 실제 사용되고 있지 않았다는 취지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한다.
 

887462b5fc61a.png
사진출처: ChatGPT


TTAB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표시 방식이었다. 제출된 웹페이지에서 EVERWISE CREDIT UNION 문구는 등장했지만, 일부는 본문 속에 다른 문장과 같은 글꼴, 같은 크기로 묻혀 있었다. 소비자가 그 문구를 읽어 내려가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수준이라면, 그것을 금융서비스의 출처를 식별하게 하는 상표적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TTAB은 use in commerce는 통상적인 거래 과정에서의 진정한 사용이어야 하고, 단지 상표권을 예약하기 위한 사용은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 사건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verwise의 리브랜딩은 분명 실제 사업상 필요한 프로젝트였다. 오래된 지역 금융기관이 더 넓은 고객층을 향해 브랜드를 바꾸려는 전략적 결정이었다. 새 이름도 있었고, 보도자료도 있었고, 로고와 시각 아이덴티티도 준비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상표법은 ‘리브랜딩을 진지하게 준비했는가’를 묻지 않았다. 기준일 당시 그 이름이 실제 금융서비스의 출처표시로 사용되고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그 답이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처음 심사관이 받아줬다’는 사실이 안전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verwise도 처음에는 SOU가 수리되었고 등록까지 받았다. 그러나 상표현대화법 이후 도입된 재심사, 즉 reexamination 절차에서는 제3자가 ‘기준일 당시 실제 사용이 없었다’는 자료를 제출해 등록상표를 공격할 수 있다. USPTO는 상표현대화법(TMA)에 따라 새로 도입된 불사용 말소(expungement)과 재심사(reexamination) 절차가 기존의 TTAB 취소 심판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비용 부담이 낮은 대안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재심사는 등록상표가 특정 기준일에 실제로 사용되었는지를 다툴 수 있는 절차이다.

이 변화는 한국 기업에게 매우 현실적인 위험이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 ‘미국 런칭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먼저 내고, 실제 판매나 서비스 제공은 몇 달 뒤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리뉴얼도 마찬가지다. 새 브랜드명을 발표하고, 웹사이트에 소개 문구를 올리고, 실제 제품 패키지와 판매 페이지는 나중에 바뀌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미국 상표 실무에서는 이 시간 차이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상표청에 제출한 SOU 날짜와 실제 시장 출시일 사이에 빈틈이 있으면, 그 빈틈은 훗날 경쟁사나 분쟁 상대방이 파고들 수 있는 취소 사유가 된다.
 

cd3f5cf47be69.png
사진출처: ChatGPT


따라서 미국 진출 기업의 상표 전략은 ‘출원일 관리’에서 끝나면 안 된다. 제품 출시일, 서비스 오픈일, 웹사이트 공개일, 앱스토어 등록일, 미국 유통 개시일, 보도자료 배포일, SOU 제출기한이 하나의 캘린더 안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특히 ITU 출원을 해둔 기업이라면 NOA 이후 SOU 마감일을 단순한 서류기한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날은 ‘실제 사용을 입증해야 하는 날’이다. 상품이라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상태의 판매 페이지, 포장, 라벨, 제품 사진이 준비되어야 한다. 서비스라면 단순 소개문이 아니라, 해당 상표 아래 실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입, 상담, 신청, 이용 화면이 필요하다.

기한이 부족할 때 더 안전한 선택은 억지 견본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연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SOU 제출기한 연장을 활용해야 한다. 이미 모든 연장을 소진했고 실제 사용이 없다면, 무리하게 SOU를 제출하기보다 새로운 ITU 출원을 검토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TTAB도 이번 판결에서, 실제 사용이 없는 상태에서 무효인 SOU를 제출하기보다 동일 표장과 서비스에 대해 새로운 ITU 출원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였다. 미국 상표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등록증을 받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공격받아도 버틸 수 있는 사용 증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미국 상표 견본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브랜드 운영의 시간표를 다시 보라는 신호다. 미국 상표권은 보도자료, 리브랜딩 선언, 내부 출시 계획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등록증도 완전한 방패가 아니다. 상표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그 이름을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로 인식할 때 비로소 살아난다.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브랜드 출시 일정과 미국 상표 SOU 일정을 따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마케팅팀의 런칭 캘린더와 IP팀의 상표 캘린더가 어긋나는 순간, 상표권은 가장 중요한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자산이 될 수 있다.
 

3c3629e661b9d.png
사진출처: ChatGPT

 

 

 

BLT 칼럼은 BLT 파트너변리사가 작성하며 매주 1회 뉴스레터를 통해 발행됩니다.
뉴스레터 구독신청

 

 

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동 필자 
박진호 연구원 / 특허법인 BLT 빌드업팀

 

원문 보러가기

#미국상표 #미국상표등록 #미국상표출원 #상표권 #상표 #상표출원 #상표전략 #브랜드보호 #브랜딩 #리브랜딩 #글로벌브랜딩 #미국진출 #해외진출 #스타트업 #IP전략 #상표사용 #사용주의 #ITU #SOU #TTAB #TMA #지식재산권 #특허법인 #변리사

링크 복사

특허법인 BLT 특허법인 BLT · 기타

🤝 대한민국 최고의 지식재산 전문가 그룹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 아티클
특허법인 BLT 특허법인 BLT · 기타

🤝 대한민국 최고의 지식재산 전문가 그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