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두운 농담을 던지는 사람이, 결국 가장 환한 곳에 도착한다."
2015년 6월의 어느 날, 한 남자가 서울 합정동의 한 사옥 앞에 섭니다. 그가 들어선 건물은 빅뱅(Big Bang)과 2NE1이 매일 출근하던 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음악 회사, YG엔터테인먼트.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마이크가 아닙니다. 짧은 농담이 빼곡히 적힌 낡은 노트 한 권입니다.
그는 코미디언이고, 작가입니다. 5년 넘게 마포의 3평짜리 셋방에 살았던 청년. KBS 공채에서 떨어진 적이 있는, 한때 무명에 가까웠던 한 명. 그런 그를 YG 대표 양현석이 직접 호명했습니다. 심지어 아파트까지 마련해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가진 것은 농담 한 묶음과, 그의 색을 그대로 두겠다는 한 회사의 모호한 약속뿐.
오늘 우리는 한 코미디언이 한국에서 가장 큰 회사에 들어가, 거기서 자기 색을 잃지 않고 한국 블랙코미디(Black Comedy)라는 한 칸을 만든 4년의 여정을 따라갑니다.
이 글이 끝날 때쯤, 당신은 회사안에서 자기 색을 드러내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장소 1. 빅뱅이 출근하던 사옥의 한 모퉁이 (YG Entertainment 본사, 서울 합정동, 2015)

5년의 셋방 생활 끝에 그는 한국에서 가장 큰 음악 회사의 자기 책상에 앉습니다. 양현석은 그에게 아파트를 마련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짧게 말합니다.
"YG의 자유로움이 제 활동 방식에 맞다고 판단했어요."
이 한 줄은 의미심장합니다. 보통의 신입은 회사가 키워주는 색에 자기를 맞춥니다. 그는 반대 방향으로 회사를 활용했습니다. 자기 색은 이미 굳어져 있었고, 그가 고른 것은 그 색을 더 키워줄 회사였습니다.
YG 시절 그의 일상은 이중적이었습니다. 한쪽 창밖에는 빅뱅의 사옥이 있었고, 다른 한쪽 책상 위에는 매일 쌓이는 짧은 글이 있었습니다. 가장 화려한 빌딩 안에서, 그가 가장 자주 한 일은 책상에 앉아 짧은 농담을 적는 일이었습니다.
이 책상에서 그가 본 사실은 이것이었습니다. 회사가 아무리 커도, 매일 한 줄을 적지 않으면 나는 내가 아닙니다.
장소 2. 매일 농담이 쌓인 그의 노트 한 권 (서울, 2015~2017 YG)

YG 사옥의 작은 책상이든, 퇴근 후 자기 방의 책상이든, 그는 3년 동안 노트 위에 종이를 한 장 한 장 쌓아 갑니다. 짧은 에세이, 우화, 아이디어 노트, 미공개 글. 그가 저축처럼 모은 농담입니다.
2017년, 그는 그 노트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냅니다. 책의 제목은 그의 장르 선언이기도 합니다.
『블랙코미디(Black Comedy)』.
수록 작품 138편.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라갑니다. 한국에서 코미디언이 쓴 책 한 권이 한 분야의 흐름을 만든다는 사실이 시장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습니다.
블랙코미디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리게 만드는 코미디입니다. 그는 책에서 사회의 가장 아픈 자리를 농담으로 찌릅니다. 그러나 그 화살의 마지막은 늘 자기 자신을 향합니다. 책 전체에 깔린 한 줄은 이렇습니다.
이 비극의 출발점은,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다음 해에는 삼행시집 『말장난』. 그 후에는 대본집 『유니콘』. 코미디언이 자기 대본을 단행본으로 내놓는 일은 한국에서 거의 없었습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도, 그는 매일 책상 한 구석에서 한 줄씩 적었습니다. 그 한 줄이 3년 쌓이자 책 한 권이 되었습니다. 매일 한 줄. 그것이 큰 회사 안에서 그가 자기 색을 잃지 않은 비결이었습니다.
장소 3. 마이크가 켜진 스탠드업 무대 (서울 코미디 클럽, 2017~2019)

같은 시기, 그는 한국에서 매우 드문 무대를 직접 깝니다. 단독 스탠드업 코미디(Stand-up Comedy).
첫 공연의 제목은 책과 같은 「블랙코미디」. 후속 공연은 「B의 농담(B's Joke)」. B는 그의 영문 이름 첫 글자이자, 동시에 'B급', '비주류'의 머리글자입니다.
한 사람이 마이크 하나로 90분을 채우는 형식은 그때까지 한국 관객에게 낯설었습니다. 그는 그 낯섦에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그리고 무대 첫 줄에서, 그는 가장 위험한 자기소개를 본인 입으로 먼저 던집니다.
저는 B급이고, 비주류고, 농담쟁이입니다.
관객은 그 선언을 듣는 순간, 그를 어느 자리에 두고 농담을 들을지 결정하게 됩니다. 본인이 자기 자리를 먼저 정해 두는 사람은, 어떤 무대에 올라가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 무대 위의 농담은 곧 「유병재: 블랙코미디」와 「유병재: Discomfort Zone」이라는 단독 스페셜로 묶여 세계 시청자에게 전달됩니다. 그동안 자기를 향해 날아온 비판들을, 그는 사과하고 잠적하는 대신 무대 위로 다시 끌어 올렸습니다. 자기 상처를 다시 무대에 올린 것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농담이 가장 글로벌하게 도착할 수 있다는 공식이, 그의 마이크 앞에서 처음 시험되었습니다.
「오징어 게임」보다 먼저, 한 명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그 일을 해냈습니다.
장소 4. 회사를 나온 사람이 차린 작업실 (블랙 페이퍼 사무실, 서울, 2019~)

2019년, YG는 여러 사건으로 흔들립니다. 이때 유병재를 포함한 다수의 아티스트가 재계약을 하지 않고 회사를 떠납니다. 한국에서 가장 안정된 자리 중 하나를, 그가 본인 손으로 내려놓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유규선과 함께 본인의 회사 블랙페이퍼를 차리기 시작합니다.
이 작업실에서 유튜브 채널 「유병재」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웃으면 안되는」, 「짧아유」. 채널은 구독자 200만대를 향해 나아갑니다. 회사라는 우산 없이 한 사람의 코미디언이 그만한 채널을 만드는 일은 한국에서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실에서 그가 한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 채널이 아닙니다.
무명 시절의 한 후배가 그에게 무작정 메시지를 보냅니다. 빠더너스의 문상훈. 유병재는 그를 자기 콘텐츠 「문학의 밤」으로 부릅니다. 영상 제작의 기본을 옆에서 보여줍니다. 자기 무대의 자리를 후배에게 내어줍니다.
문상훈은 지금까지 유병재를 이렇게 부릅니다.
"아버지."
이 작업실에서 그가 증명한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큰 회사를 떠난 사람은 본인 회사를 차립니다. 본인 회사를 차린 사람은 후배의 자리를 본인 무대에 박아 둡니다.
한 사람이 어떤 어른인지는, 그가 회사를 나오고 무엇을 시작하는지에서 가장 정확히 드러납니다.
Epilogue
우리는 종종 "큰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내 색이 흐려진다"고 말합니다. 회사가 너무 크면 내 크기는 작아지고, 무대가 너무 환하면 내 그림자가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유병재의 4년은 정확히 반대의 사실을 보여줍니다.
가장 화려한 회사에서 그는 가장 어두운 농담을 시작했고, 가장 글로벌한 무대에서 그는 가장 한국적인 비판을 던졌습니다. 가장 안전한 자리를 본인 손으로 내려놓고, 가장 가난한 신인이었던 후배의 자리를 자기 무대에 박아 두었습니다.
핵심은 본인이 자기 색을 먼저 명명했다는 사실입니다. B급. 비주류. 농담쟁이. 본인이 먼저 입에 올린 그 단어들 덕분에, 어떤 회사 안에 들어가도 그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름표가 분명한 사람만이, 큰 회사 안에서도 자기 색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습니다.
Micro-Mission
당신의 명함을 오늘 다시 적을 시간입니다.
회사가 정해 준 직함 뒤에 당신이 숨겨 둔, 가장 자기다운 한 단어를 떠올리세요. 너무 비주류라서 명함에 적을 수 없다고 생각해 온 그 단어. 너무 사소하다고 여겨 SNS 프로필에서 지웠던 그 한 줄.
오늘 그 한 단어를 본인 SNS 프로필에, 노트 첫 페이지에, 슬랙 자기소개 한 줄에 적어 두세요.
회사가 부르기 전에, 본인을 먼저 부르세요.
유병재가 자기를 B급이라고 본인 입으로 먼저 말한 그 순간부터, 그의 무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 본 뉴스레터의 사실관계는 2015년 6월 YG엔터테인먼트(서울 합정동 본사) 전속 계약 및 양현석 대표의 아파트 제안 보도, 농담집 『블랙코미디』(2017, 138편 수록) 베스트셀러 진입, 삼행시집 『말장난』, 대본집 『유니콘』, 단독 스탠드업 「블랙코미디」와 「B의 농담」, 단독 스페셜 「유병재: 블랙코미디」와 「유병재: Discomfort Zone」, 2019년 YG 퇴사 및 본인 회사 디스(Dis) 활동, 유튜브 「유병재」 채널의 「웃으면 안되는」·「짧아유」 시리즈와 200만대 구독자 성장, 빠더너스 문상훈과의 멘토 관계 등 공개 보도와 본인 인터뷰를 근거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