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팀에서 작은 실험을 하나 진행했습니다.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 하나만 입력하면 한국에서 참가할 만한 전시회를 추천해줄 수 있을까?"
우리 팀은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을 돕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기업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한국 시장을 이해하려면 어디를 가야 하나요?"
"어떤 전시회가 우리 산업에 가장 적합한가요?"
"어디서 고객과 파트너를 만날 수 있나요?"
그래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 과정을 AI가 대신해 줄 수 없을까?
예전 같았으면 시작도 어려웠을 프로젝트
몇 년 전이었다면 꽤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먼저 PM이 요구사항을 정리해야 합니다.
어떤 정보를 입력받을지 정의해야 합니다.
그 다음 디자이너가 화면을 설계합니다.
개발자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결해야 합니다.
테스트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선순위 경쟁을 거쳐야 합니다.
결국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실제 사용자 앞에 나타나기까지 몇 달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은 늘 시간이니까요.
그래서 많은 아이디어들은 만들어지기 전에 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제품 디자이너가 직접 Claude를 활용해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를 찾고,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동작을 수정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실제로 동작하는 프로토타입이 나왔습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점이 훨씬 많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점이었습니다.
https://realizer.ai/exhibitions
생각보다 중요한 변화
프로토타입을 보면서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때문에 개발이 빨라졌다는 이야기는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제가 체감한 변화는 조금 달랐습니다.
개발 속도보다 실험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먼저 검토했습니다.
정말 만들어야 하는지, 우선순위가 맞는지, 리소스가 충분한지.
지금은 일단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반응이 없으면 버리면 됩니다. 반응이 있으면 발전시키면 됩니다.
생각보다 이 차이는 큽니다.

최근 들어 자주 목격하는 장면
요즘 주변 창업가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비슷한 장면을 자주 봅니다.
마케터가 내부 툴을 만들고, 디자이너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영업 담당자가 자동화 도구를 만듭니다.
예전에는 개발팀에 요청해야 했던 일들입니다.
물론 이것이 개발자의 역할이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확장하는 일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엔지니어링이 필요합니다.
다만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필요한 역할의 경계가 많이 흐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더 중요한 것은
흥미로운 점은 기술이 바뀌어도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비용은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고객 문제를 발견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AI는 화면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코드도 작성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까지 대신 결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비용이 낮아질수록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실험이 남긴 것
전시회 추천 서비스 자체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실제 사용자 앞에 도달하는 시간이 극적으로 짧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창업 초기에는 늘 리소스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검증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회의로 끝났을 아이디어가, 지금은 일주일 안에 고객 앞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 실험은 작은 사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AI가 가장 먼저 바꾸고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실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팀에서도 최근 AI 때문에 역할 경계가 달라진 경험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