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쌓는 데는 10년이 걸린다. 무너지는 데는 하루도 안 걸린다.
2019년 기업가치 20억 달러를 찍었던 뷰티 브랜드 Morphe는 2023년 파산했다. 무너뜨린 건 제품이 아니었다. 댓글창이었다.
같은 시대, 같은 산업, 같은 매체(SNS)에서 시작한 두 브랜드가 정반대로 끝났다.
Morphe와 Glossier. 둘의 갈림길을 따라가 보면, '댓글 관리'라는 사소해 보이는 일이 사실 브랜드의 생사를 가른다는 게 보인다.
Morphe, 20억 달러가 침묵 속에 무너지다.
Morphe는 2008년 남매 Chris·Linda Tawil이 메이크업 브러시 브랜드로 창업했다.
James Charles, Jeffree Star, Jaclyn Hill 같은 당대 최고 뷰티 인플루언서들과의 컬래버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2019년 매출 4억 달러, 기업가치 20억 달러(General Atlantic 투자)를 찍었다.
"브랜드는 인플루언서 협업으로 만들어진다"는 공식의 산 증거였다.
그런데 2020~2021년, 브랜드의 모든 자산이었던 인플루언서들이 줄줄이 논란에 휘말린다. Jeffree Star는 인종차별 발언 의혹(2020), James Charles는 성적 비위 의혹(2021)에 휩싸였다.
진짜 문제는 Morphe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보이콧을 시작하고 TikTok에 팔레트를 부수는 영상이 올라오는 동안, 브랜드는 침묵했다. 뒤늦게 관계를 끊었지만 이미 늦었다.
- Charles·Star·Hill 관련 매출은 10개월 만에 66% 급감해 3,200만 달러로 추락
- 2023년 1월, 모회사 Forma Brands가 Chapter 11 파산보호 신청, 미국 매장 18개 전부 폐점
- 폐점을 알리는 #morpheclosing 해시태그는 420만 뷰를 기록
업계 매체 CORQ의 한 줄이 가장 아프다.
"한번 잃은 소비자 신뢰는 되찾을 수 없다."
20억 달러까지 쌓은 가치가, 댓글창 모니터링과 빠른 결단이라는 사소해 보이는 일을 못 해서 무너졌다.
Glossier, 댓글창에서 시작해 댓글창으로 자랐다.
Glossier는 정반대였다. 창업자 Emily Weiss는 자신의 뷰티 블로그 Into the Gloss(2010)의 댓글창을 회의실처럼 운영했다.
2015년 “당신의 이상적인 클렌저는?”이라는 질문에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그 피드백이 그대로 제품 기획서가 됐다. 댓글이 만든 제품으로 브랜드가 시작됐고, 그 독자들이 첫 고객이 됐다.
지금도 Glossier는 댓글 하나하나에 사람처럼, 친구처럼 응대한다. "듣고 있고, 반영하고 있다"는 톤이 몇 년째 일관된다. 자동화로는 절대 나오지 않는 결이다.
갈림길은 단 하나, 댓글 하나하나를 어떻게 다뤘느냐였다.
한 번 박힌 인식은 바뀌지 않는다.
브랜딩에서 가장 무서운 건, 한 번 머릿속에 자리잡은 인식은 좀처럼 안 바뀐다는 것이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그래서 브랜드를 진지하게 다루는 사람들은 댓글 하나까지 골라 관리한다. 처음엔 강박처럼 보인다. 댓글 하나가 뭐 그렇게까지. 그런데 Morphe와 Glossier를 나란히 놓으면, 그 강박이 이해된다. 사소한 것을 관리하는 행위 자체가, 브랜드가 약속한 가치를 매일 지키는 일이다.
현장에서 실제로 받는 요청들
인스타그램 관리 솔루션을 만들면서, 브랜딩을 진지하게 하는 분들에게 받는 요청의 디테일에 놀랄 때가 많다. 대부분은 완전 자동화를 원하지만, 이런 분들은 다르다.
- "답글이 AI처럼 안 나오게 해달라" : 톤이 곧 브랜드라는 걸 안다 (반자동 선호)
- "번역 오류가 없게 해달라" : 어색한 번역 하나가 브랜드를 깎는다
- "브랜드와 안 맞는 정치적 댓글은 숨김 처리해달라"
- "고객 간 싸움이 나면 양쪽 댓글 숨김·계정 제한을 자동으로"
- "부적절한 행동을 한 연예인이 모델인 경우, 관련 댓글을 즉시 숨김 처리해달라"
마지막 요청을 처음 봤을 땐 이렇게까지? 싶었다.
그런데 Morphe를 떠올리면, 이게 정확히 20억 달러 브랜드가 못 해서 망한 그 일이다.
처음엔 따로 떨어진 기능 같았던 요청들이, 결국 한 가지였다.
브랜드가 약속한 가치가 흐트러지지 않게 매일 지키는 일.
댓글 관리는 두 방향으로 작동한다.
- 예방 : 한 번 박히면 떼기 어려운 부정 인식을, 산불이 되기 전에 끄는 일. Morphe가 못 한 일
- 확산 : 잘 응대한 댓글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으로 번지는 일. Glossier가 매일 하는 일
이 두 방향이 매일 쌓여서 브랜드가 된다. 노력 자체가, 결국 이미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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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인스타그램 댓글·DM 관리 솔루션 Conma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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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못 본 케이스가 분명 더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