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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구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 바빠질까? AI가 약속한 시간의 흔적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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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노동자가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평균 시간 13분 7초

 

2025년 업워크(Upwork)가 미국·영국·캐나다·호주의 지식 노동자 2,500명을 조사했을 때, 한 가지 충격적인 모순이 드러났습니다. 경영진의 96%는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고, 같은 시각 현장의 노동자 77%는 "AI가 오히려 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일을 늘렸다"고 답했습니다.

수치는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2026년 ActivTrak이 발표한 'State of the Workplace' 보고서에 따르면, 지식 노동자가 방해받지 않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평균 시간은 13분 7초로 줄었습니다. 2023년 대비 9% 짧아진 수치입니다. ChatGPT와 코파일럿이 이메일을 대신 쓰고 슬라이드를 자동 생성해 주는 시기에, 정작 우리의 집중 시간은 처참하게 토막 나고 있습니다.

AI가 일을 하는데, 그 남은 시간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그리고 왜, 도구가 좋아질수록 사람은 더 지치는 걸까요?

 

단 하나의 병목(Bottleneck)

 

얼마 전인 2026년 5월 초 출간되어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이비드 엡스타인(David Epstein)의 신작 『Inside the Box: How Constraints Make Us Better』는 이 질문에 의외의 답을 제시합니다. 그는 이스라엘 물리학자 출신의 경영 사상가 엘리야후 골드랫(Eliyahu M. Goldratt)의 1984년 저서 『The Goal』에서 시작된 '제약 이론(Theory of Constraints)'을 다시 꺼냅니다. 40년 전 공장 라인을 위해 만들어진 이 이론이, 21세기 사무실의 모순을 정확히 설명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골드랫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모든 시스템에는 전체 속도를 결정짓는 단 하나의 '병목(bottleneck)'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David Epstein

그가 즐겨 든 예시는 닭장 조립 공정이었는데, 뼈대를 짜고, 지붕을 올리고, 철망을 두르는 세 단계 중 지붕 작업이 가장 느리다고 가정합시다. 회사가 뼈대 작업자 수를 두 배로 늘리고 최신 공구를 투입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완성된 닭장 수는 단 한 개도 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미완성 뼈대만 지붕 작업대 앞에 거대한 산처럼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모두가 더 바빠집니다. 그러나 최종 산출물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습니다.

엡스타인이 이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사무실에서 하는 일이 정확히 이런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AI는 이메일 회신을 10배 빨리 만들어주고, 슬라이드 초안을 1분 만에 만들어주고, 회의록 요약까지 자동화해줍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은 대부분의 지식 노동자에게 병목이 아닙니다. 이메일은 어차피 답장이 또 옵니다. 슬라이드는 누군가 검토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진짜 가치가 만들어지는 깊은 사유, 어려운 판단, 미묘한 합의, 그 단계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오히려 더 나빠집니다. 빨라진 앞 공정이 뒤쪽 병목에 더 많은 반제품을 쌓아 올리게 된 때문입니다.

 

인지 재배치(Cognitive Reprioritization)

 

이와 관련해서 2025년 CHI 학회에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와 카네기멜런 대학의 공동 연구(Lee et al., 2025)는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연구일 겁니다. 연구진은 ChatGPT와 코파일럿을 주 1회 이상 업무에 사용하는 지식 노동자 319명을 대상으로, 그들이 실제로 AI를 사용한 사례 936건을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꽤 의미심장합니다. AI 도구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사용자의 비판적 사고는 줄어들었습니다. 더 중요한 발견은 사고의 '내용'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AI를 쓰는 동안 인간이 하는 인지 활동은 '창조'에서 '검증'으로, '분석'에서 '통합'으로 이동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깊은 사유는 줄고, AI가 뱉어낸 결과물이 맞는지 점검하는 얕은 감독 노동이 늘어났습니다.

연구진은 이 변화를 '인지 재배치(cognitive reprioritization)'라고 명명했습니다. 시간이 절약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간은 더 깊은 사고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감독 업무로 흡수됩니다. 닭장 뼈대를 자동화 기계가 빨리 만들어 주는 동안, 노동자는 그 옆에서 더 많은 반제품을 검수하느라 정작 지붕은 더 늦게 올리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구조입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26년에 발표한 보고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한 명의 노동자가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AI 도구의 임계치가 정확히 3개라는 것입니다. 4번째 도구가 추가되는 순간부터 생산성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도구의 품질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의 인지 구조가 동시에 감독할 수 있는 작업 흐름의 상한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미네소타 대학의 소피 르로이(Sophie Leroy)가 이미 2009년 'Attention Residue(주의 잔여물)' 연구에서 예언했던 것입니다. 사람이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겨 갈 때마다 이전 작업의 잔상이 뇌에 남아 새 작업의 수행을 떨어뜨립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끊임없이 검토·승인·수정해야 하는 환경은 이 잔여물을 한순간도 비우지 못하게 만듭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25년에 발표한 'Work Trend Index'의 풍경이 이를 잘 설명합니다. 전 세계 노동자의 80%가 "일할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답했고, 절반 가까이가 자신의 업무를 "혼란스럽고 파편화되어 있다(chaotic and fragmented)"고 묘사했습니다. 도구는 더 좋아졌는데, 사람은 더 지쳤습니다. 1984년에 골드랫이 닭장 공정에서 이미 밝힌 내용이 지금 AI와 함께 일하는 사무실에서 똑같이 재현된 것입니다.

 

진짜 병목과 대면하는 시간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오늘 제가 질문을 던지는 내용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그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AI 도구를 비난할 일도, 도입을 결정한 경영진을 비난할 일도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속도'와 '생산성'을 같은 단어로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병목 단계의 속도를 아무리 올려도, 병목이 그대로면 시스템의 산출은 그대로입니다. 빠르게 처리한 일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자신이 더 생산적이 되었다고 착각할 뿐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번 가장 빠르게 처리한 일은, 정말 가장 중요한 일이었나요 아니면 닭장의 뼈대 옆에 하나 쌓이는, 누군가는 결국 손으로 올려야 반제품이었습니까

이번 한 주, 의도적으로 비병목 작업의 처리 속도를 낮춰보세요. AI에게 이메일 답장을 자동으로 작성시키지 말고, 하루 1-2번만 메일함을 열어 보세요. 카톡이나 Slack 알림도 몇 시간 동안 잠시 꺼 놓아 보세요. 알림이 쌓이고 답장이 늦어지는 불편함을 그대로 두고, 대신 그 자리에 한 가지를 채워 보세요. 매일 90분 동안 방해받지 않고 당신의 진짜 병목과 대면하는 시간. 90분이 끝났을 때 결과물이 형편없어도 괜찮습니다. 닭장의 지붕은 원래 그렇게 천천히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ditor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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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Good Question OGQ ·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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