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신윤호 대표
물론 어그로 끌려고 쓴 제목이지만, 실제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글로벌을 외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을 보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 1년만에 56배 성장하며 미국의 굵직한 기업들에게 소프트웨어를 팔아 수백억의 매출을 만들어낸 스타트업이 있으니, 애드쉴드 입니다. 게다가 고작 15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해낸 결과이지요. 그런데 이 이야기에 화려한 글로벌 투자사, 극강의 글로벌 바이럴, 그런 건 없습니다. 오히려 시작은 좀 이상(?) 했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그 J커브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 곡선 앞에는…)
"지금의 인터넷이 잘못 되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2019년 말, 첫 만남의 시작부터 갸우뚱 이었습니다. 이미 보편 필수재 이자 인프라가 된 지금의 인터넷이 잘못되었다니? 이게 무슨 미친 아이디어지? 게다가 우리는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인터넷을 클릭 한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어떻게? 뭘? 게다가 겨우 고등학교 졸업한 개발자들 몇 명이? 그렇게 이어지게 된 얘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더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뭐야, 결국 애드블록이 잘 되는 VPN 하시겠다는 거네? 아니 그런데 웹 애드블록만 되는 게 아니라 유튜브 중간 동영상 광고도 차단 하겠다고? 이게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되면 사용자들을 좋긴 하겠지만 소송 당할 거 같은데? 아니 그걸 떠나서 이게 VC가 투자할만한 사업이 맞나? 다 떠나서 이게 "기업"이 될 수가 있나? 그런데 왜 저 창업자는 피칭을 하면서 눈을 안 마주치고 어디 먼 산을 보면서 하지;;?
(19년 첫 IR 장표 중 발췌)
"그러게 투자 하지 말라고 했잖아"
재밌는 이야기, 흥미로운 창업자였지만 딱 그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호기심이 생긴다고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잔상이 남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미친 창업자가 꾸는 미친 꿈에 끌릴 수 밖에 없는 BASS 의 DNA 였을까요; 결국 공식적인 IR 피칭을 거쳐 회사 투심의 테이블에 올라왔고, 결과는 부결이었습니다.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이미 앞에 언급된 저 많은 질문들에서 설명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BASS는 투심이 부결되어도 심사역이 투자를 강행할 수 있는 Super Pass가 1년에 2번 주어지는데, 그걸 써서 투자를 진행 했습니다. Super Pass를 쓸 때야 호기로웠지만, 내심 살 떨리는 결정이었습니다. 왜 이것이 안 될 얘기인지 저도 납득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썼습니다. 왠지 써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투자한 회사는 정말 멋지게 인터넷 그 자체를 혁신 하는 멋진 성장을 보여주게 됩니다.. 라고 이야기가 이어지면 좋았겠지만,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는 원래 스타트업에 없죠;; 와디즈를 통해 17,380%를 달성할 정도로 뜨겁게 팔렸던 (유튜브 광고 차단해준다고 하는데 안 팔리는 게 이상한 겁니다) 그 제품은 출시 2주 만에 구글 측의 대응으로 기능이 다 막혔고, 원래 돌아가야 할 광고 차단과 VPN 성능도 문제였습니다. 저희 투자 2달 만에 인터넷 혁신은 커녕 제품 구매한 고객들의 빗발치는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회사 투심이 하지 말라고 말리던 걸 Super Pass까지 써서 투자한 담당자 입장에서 얼굴이 화끈거렸지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품이 박살 난 걸 경험한) "창업자는 괜찮나?"
창업자는 괜찮나? 그럴리가요. 같이 수습해야 했습니다. 일단 우선 와디즈에서 팔았던 거 다 환불해주자. 지금 당장 캐시플로우가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제품이, 우리 기술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자. 이 부분이 가장 잔인했을 겁니다. 창업자가 정념을 다해 만든 제품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것.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고통스럽고 잔인했던 것은 그 자기부정이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건 결국 모든 스타트업에 주어질 수밖에 없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 후로도 유주원 대표님은 미련스러울 정도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더 획기적인 애드블락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을 혁신 할 수 있다. 여느 많은 스타트업이 그러하듯, 그 과정에서 돈은 떨어지고 사람들은 떠났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언제 포기해야 하는가
세상에 유통되는 정보는 "승자 편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자주 듣는 얘기들은 승자들의 얘기이고, 보통 실패한 이야기는 별로 유통되지 못하죠. 그래서 승자의 Case가 실제 존재하는 것보다 더 많이 언급되면서 보편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나가며 성공했다." 가 전형적인 승자 편향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혹은 도그마 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나가다가 실패한 분들의 이야기는 좀처럼 회자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포기하지 않고 시간과 리소스를 투여 했기 때문에 다음 기회를 놓치거나 실패의 규모를 더 크게 확대시켜버린 케이스들도 많을 텐데 말이죠. 여기에 창업자의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포기와 지속의 선택을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 즉, "언제 포기해야 하는가"
그 포기와 지속의 결정 주체는 아니지만 이 딜레마는 창업자와 초기부터 함께하는 VC에게도 주어집니다. 근본적인 어려움 (예를 들자면 좀처럼 맞지 않는 PMF, 고갈되는 잔고, 떠나는 동료들..) 을 계속 마주하는 창업자에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해나가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가. 유주원 대표님을 바라보는 VC로서의 제 입장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어차피 그 결정의 주체는 VC가 아닌 창업자입니다. 다만 제가 드릴 수 있었던 말씀은, "그만하셔도 된다. 투자자가 있으니 이들 때문에라도 계속해야한다 라는 마음은 가지실 필요는 없다."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 앞에 계속 해나갈 것인가는 결국 창업자의 Moment of Truth 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회사가 망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창업자의 결정'입니다.
최고의 창에서 최고의 방패로. 애드쉴드
그만하셔도 된다 라는 말씀에 말없이 미팅을 끝내고 두어달 뒤 쯤 유주원 대표님이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VPN / 애드블록 만드는 걸 해왔는데, 오히려 그 애드블록으로 인해 손실되는 많은 광고들을 복구해 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하시더군요. 누구보다 예리한 창을 만들다가 그 창을 막을 방패를 만들겠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렇게 애드쉴드 (Shield)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젠 온라인으로 광고를 수행하는 모두를 고객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회사를 만났을 때 가졌던 의문, 이 사업 아이템이 "기업"으로 성장될 수 있나? 라는 것이 무색해짐을 느꼈습니다. 사업 아이템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이고, 그 시장을 정의하는 것은 다름 아닌 창업자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웹페이지를 운영하며 광고 수익을 얻는 퍼블리셔들에게는 아쉬울 것이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애드블락으로 인해 약 20%에 육박하는 트래픽이 광고를 회피하고 있으니, 이를 복구해줘서 수익을 더 올려주겠다는 것이었으니까요. 드는 비용은 없고 사용만 하면 매출이 오를 수 있는, 쉽게 말해 고객 입장에선 안 쓸 이유가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2년을 열심히 제품 개선과 나름의 영업을 해나갔습니다. 그렇게 만든 월 3~4천만원 수준의 매출. 인건비 외에는 비용이 크지 않은 SW 제품 특성 상, 이젠 망하지 않고 계속 생존해 나갈 수 있게 된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 "생존의 실마리"야 말로 통상적으로 정말 큰 딜레마의 시작입니다.
스타트업 성장의 최악 환경: 생존의 안락함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계속되는 실패. 그리고 생존 자체에 대한 공포. 그 고생 끝에 찾아낸 생존의 실마리. 이제 이렇게만 하면 매년 30~40%씩은 성장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장기적으로 무탈하겠네 하는 마음. 모든 창업자들이 당연히 폭발적인 성장을 꿈꾸며 스타트업을 시작하지만, 막상 고통스러운 현실에 맞닿고 그 기간이 몇 년으로 이어지면 생존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값진 것인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생존과 안주의 유혹은 너무나 강렬하죠.
다행이었던 것은 유주원 대표님의 마음 속 깊이에 그 생존과 안주보다는 다른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 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던 맨 처음, 인터넷 자체를 혁신하고자 했던 고졸 개발자의 미친 꿈. 하고자 하는 것은 달라졌지만 그 미친 꿈을 꾸는 미친 창업자로서의 근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미국 땅에서 그 어떤 문제도 피하지 않겠다"
월 3~4천만원의 매출을 함께 찬찬히 뜯어 봤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영업해 보려고 했던 국내 고객들은 겨우 월 1천만원 수준이었고, 나머지 오히려 대부분이 아주 큰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던 글로벌, 특히 미국 고객들이었습니다.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한국 한정으론 시장이 없다. 미국 시장 가야 한다. 어떻게? 그냥 창업자가 당장 미국으로. 가족, 친구들, 언어, 문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한 편안함을 지금 당장 버리고. 그 고민이 시작되고 딱 2주 만에 유주원 대표는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유주원 대표님의 일과 생활을 지켜보지는 못했기에 그 어려움 또한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저에게 잊기 힘든 장면이 있었는데, 대표님이 미국 나가고 2달 정도 후에 제가 출장차 미국 현지에서 만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위워크 공유오피스를 쓰고 있던 유주원 대표님이 건물 1층에서 미리 등록한 대로 저와 함께 올라가려 하는데, 뭔가 등록에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어디서든 얘기 나누기만 하면 된다 생각한 저는 근처 카페로 가도 되겠거니 했는데, 대표님은 끝까지 등록 오류를 건물 관리인에게 얘기 하시더니 급기야는 위워크 CS 센터에 전화 해서 결국은 건물 입장을 해결시키시더군요. 별것 아닌 에피소드였지만, 미국이라는 낯선 곳을 대하는 대표님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 미국 땅에서 그 어떤 문제라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맞서겠다는 선언 같아 보였습니다.
고객에게 최소 3배를 주는 제품: 애드쉴드의 글로벌 성공 공식
당연히 그 뒤로도 우여곡절은 많았겠지만 감사하게도 익숙한 고객사들의 이름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Yahoo, Buzzfeed, Fortune, Billboard… 무엇보다도 미국 기업에게 한국 사람들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유의미하게 팔리기 시작했다는 자체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SW 기술과 제품에 집착해서, 고객들이 기존보다 4~5배 이상 좋은 경험을 하게 만든다." 어찌보면 이 단순한 논리가 성장의 시작점이었고,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Sales / Go To Market을 엄청 잘해야지요. 한국에서 날라온 스타트업이 미국의 기업에게 세일즈를 잘 해낸다? 그 비현실적인 접근보다는 그냥 제품을 통해 3배 이상을 경험시켜주는게 정답이었고, 애드쉴드는 그걸 해냈기에 25년 한해에만 56배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진출을 하려면 미국에 나가야 한다. 현지에서 미국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아야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어그로와 바이럴을 일으켜야 한다. 현지에서 활발히 네트워크 해야 한다…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모든 창업자들에게 맞는 얘기입니다. 다만 이런 것들은 방법론일 뿐,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냐하면, 미국이라는 큰 시장을 이루고 있는 "고객"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입니다. 그 고객에게 어떻게 3배를 만들어 줄 수 있는가. 에 대해 답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체류건, 미국 투자자건, 바이럴이건, 네트워크건 결국 다 그걸 하려고 하는 겁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고객에게 3배 이상만 줄 수 있다면 토종 한국 스타트업도 글로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애드쉴드는 보여줬습니다.
7년의 시간 만에 이제야 시작되는 게임
이것은 이야기의 끝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시작이죠. 그래서 애드쉴드는, 유주원 대표는 또 고군분투 중입니다. 0 to 1이 끝나고 1 to 100의 게임이 이제 또 다시 시작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더 복잡한 문제들과 큰 고통이 이어질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그런 상태이고요. 25년의 저 눈부신 성장도 언제 꺾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애드쉴드는, 유주원 대표님은 결국은 할 겁니다. 지난 시간 동안 포기 하지 않고 그래왔고, 또 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친 창업자의 미친 글로벌 여정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