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제로인사이트
격주 목요일, 창업가들의 인사이트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창업가들의 Day 0로 돌아가, 그들의 ‘처음’에 담긴 고민과 배움을 살펴봅니다.
“기준이 딱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진심으로 믿는가 아닌가.”

헬스장에 처음 등록하고, 막상 들어가서 뭘 해야 할지 몰랐던 순간. 한 번쯤은 있지 않으셨나요? 전 세계에서 퍼스널 트레이닝(PT)에 매년 60조 원 이상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혼자서는 어렵고, 도움을 받으려면 비용이 따라오죠.
플랜핏은 이 문제를 기술로 풀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AI 운동 추천·코칭 앱입니다. 지금은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5년 매출은 50억 원, 그 중 약 40%가 해외에서 나옵니다. 팀원은 13명입니다.
플랜핏 백현우 대표는 한때 교수를 꿈꿨고, 음악을 해보고 싶었고, 게임을 만들었고, 복지 플랫폼도 시도했습니다. 다 접었습니다. 그가 플랜핏을 다시 꺼낸 건 단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이것만이 진심이었다는 것. 매출도 없고 지표도 거의 없던 시기, 그는 무엇을 보고 이걸 계속하기로 결정했는지. 그리고 흑자 전환을 한 지금도 같은 기준을 쓰고 있는지. 오늘 인터뷰는 그 여정을 살펴보기 위해 백현우 대표의 Day 0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오늘의 인사이트 요약
1. 진심이 아닌 것들은 다 접었다
2. 날 속이게 되는 순간이 피벗 타이밍이다
3. 세 달 남은 런웨이, 그리고 글로벌
4.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내는 일
1. 진심이 아닌 것들은 다 접었다
Q.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걸 하고 싶었나요?
솔직히 꿈은 없었는데, 학창 시절에는 막연히 교수가 되고 싶었어요.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고, 자기만의 분야를 연구하고, 사회적으로도 멋있어 보이는 직업이니까. 그래서 일부러 자연대를 갔어요. 근데 막상 가보니까 저는 그 학문이 진심으로 좋아서 간 게 아닌데, 거기엔 진짜 넘볼 수 없는, 학문에 진심인 친구들이 있는 거예요. 그런 애들을 보면서 ‘교수는 저런 애들이 하는 거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공대로 전과를 했죠.
그 다음엔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버스킹 동아리에 들어가서 나름 열심히 했는데, 거기서도 깨달은 게 있었어요. 나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거지 음악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던 거예요. 노래 부르면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나를 좋아했던 거고요.
그 동아리에서 알게 된 형이 군 전역하고 나와서 “너 나랑 뭐 하나 같이 만들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 이 형이랑 하면 재밌겠지 싶어서 그냥 좋다고 했죠. 그게 스타트업이었고,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거였어요. 1년 동안 같이 했는데 결국 잘 안 됐어요. 팀도 흩어졌고요. 근데 그때 저한테 남은 게 있었어요. 저는 항상 사용자였고 컨슈머였는데, 내가 이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느낀 거예요. 거기에 매료가 됐죠. 그렇게 창업의 길로 들어선 것 같아요.
Q. 그 뒤로도 접은 아이템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게임 개발이 끝나고 나서 회사에 개발자로 잠깐 들어갔어요. 개발을 배워야겠다 싶어서요. 거기서 대표님이 팀원들 생일 케이크를 매주 챙겨주는 걸 봤는데 점점 단조로워지고 형식적으로 되더라고요. 대표님이 그러셨어요. “나가면 이런 거 챙겨주는 것 좀 만들어봐요.”
그래서 나와서 그런 복지 플랫폼을 만들어 봤고, 좀 만들다가 접었어요. 인사이더스라는 창업 학회에 들어가서 또 다른 아이템들도 잡아봤어요. 사업계획서 써서 내보고, 몇 개 잡았다가 철회하고. 한 1년 정도 그렇게 헤맸죠.
Q. 하나를 계속 밀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다 접었어요?
내가 진심이었던 게 딱히 없었어요.
되돌아보니까 제가 그 아이템이나 시장에 진심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냥 그럴 듯해 보이는 거나 돈 벌릴 것 같은 걸 했던 거죠. 교수, 음악, 사업 아이템들. 다 그랬어요.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게 진심이라고 부를 만한 건 아니었어요.

Q. 그러다 예전에 혼자 만들었던 앱을 다시 꺼낸 게 플랜핏이었다고요.
2019년에 개발자로 일할 때 취미로 플랜핏이라는 운동 앱을 만들었어요. 시중 운동 앱들이 다 마음에 안 들어서, 제가 직접 쓰려고 만든 거였어요. 목적 없이 취미로 만든 앱이다 보니까 흐지부지됐고 묻혔었죠.
그러다가 여러 아이템을 접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까, 내가 진심이었던 게 있긴 있더라고요. 운동이었어요. 제가 허리 디스크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축구하다가 삐끗해서 엄청 심해졌거든요. 공익근무하는 동안 이걸 제대로 한 번 고쳐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헬스장에 갔어요. 그때부터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운동을 했고, 친구들이 저한테 배우러 오기 시작했어요. 헬스장 가면 항상 ‘아,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르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일처럼 안 느껴질 때도 많았어요.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있었지만 가르치는 거에 진심이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이거 우리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했죠. 2021년에 본격적으로 지표가 올라가면서 그해 6월에 법인을 설립했어요.
2. 날 속이게 되는 순간이 피벗 타이밍이다
📒 Editor’s Note:
스타트업 인터뷰에서 ‘그 결정의 근거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는 보통 정량 지표가 답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백현우 대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게 진심으로 될 거라는 믿음이 있는지. 그리고 그 믿음은 부대찌개를 먹다 받은 모르는 번호의 전화 한 통에서 올 수도 있다고.
Q. 처음 만든 건 본인 같은 사람을 위한 메모장이었다고요.
처음 플랜핏 앱을 다시 시작했을 때는 제가 고객이 돼서 만든 거였어요. 운동을 이미 잘하는 사람이 쓰는 똑똑한 메모장 같은 거요. 근데 하다 보니까 깨달은 게, 어차피 저 같은 사람들은 여기에 돈 쓸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의 비율이 사실 극히 적어요.
소위 말하는 ‘헬창’들이 많아 보이지만 헬스장에 실제로 가보면 10퍼센트, 20퍼센트도 안 돼요. 대부분은 끊었다 다녔다 하고, 오늘 했다 내일은 안 했다 하는 분들이에요. 그게 80퍼센트 이상이거든요. 그걸 느끼고 나니까 “내가 도와줄 사람들은 중급자가 아닌 것 같다”가 된 거예요.
그래서 7~8개월 정도 중급자용 메모장으로 헤매다가 한 번 크게 피벗을 했어요. 초보자를 위한 운동 추천 앱으로요.
Q. 이 아이템을 계속 밀고 가야 할지 바꿔야 할지, 사실 어려운 문제잖아요. 기준은 뭐였나요?
돌아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의사결정의 기준은 딱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진심으로 믿는가 아닌가.
옛날에는 어떻게든 방법을 막 찾아내야 된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걸 맡고 있는 사람의 의지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엔 나 같은 사람들, 중급자들이 쓰는 그런 앱을 만드는 걸 진심으로 믿었단 말이죠. 근데 하다 보니까 점점 나 스스로가 안 믿게 되고, 그래서 더 이상 자신 있게 ‘난 이 미래를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그때부터는 이제 날 속이는 거잖아요.
다른 기능들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무조건 이거다 했다가, 디벨롭할수록 내가 스스로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속여야 되는 일들이 생기거든요. 그때가 좀 피벗 타이밍인 것 같아요.
Q. 그 믿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정량적인 지표가 믿음으로 이어지는 건 또 아닌 것 같아요. 초기엔 보통 지표가 잘 안 나오니까요. 오히려 가장 중요한 건 유저의 정성적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법인 설립 전 스프링캠프 사무실에서 일하던 시절이에요. 앞에 부대찌개집이 있어서 거기서 밥을 먹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받았더니 “지금 앱이 안 된다”는 거예요. 제가 혼자 개발하던 때라 구글 플레이에 개발자 연락처가 필수로 들어가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앱에는 안 나오고 웹사이트를 통해서 들어가야 보여요. 그분이 그 번호를 찾아내서 저한테 전화를 주신 거예요. “나 지금 운동 가야 하는데 앱이 안 되는데, 나 어떻게 운동하냐”고 하시더라고요.
당황해서 부대찌개 먹다 내려놓고 사무실로 달려가서 DB에 있는 걸 캡처해서 보내드렸어요. “오늘 이 운동 하시면 돼요” 하면서. 그리고 다시 부대찌개 먹으러 오면서 생각을 해봤어요.
우리 앱이 없으면 운동을 못 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생긴 거예요.
우리가 메모장 할 때는 앱이 안 되면 그냥 애플 메모에 적었겠죠. 근데 운동 추천 서비스는, 우리 앱이 없으면 운동을 못 하는 거예요. 인터넷을 뒤져서 개발자 번호를 찾아낼 만큼 간절한 서비스가 됐다는 거잖아요.
지표는 그때 자랑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근데 우리한테 의존하는 유저가 생겼다, 이런 분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고 세계에는 얼마나 많겠냐. 그 감각이 있었어요.

Q. 시드 투자는 어떻게 받게 됐나요?
인사이더스를 통해 알게 된 선배가 스프링캠프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투자 전부터 스프링캠프에서 사무실 공간 등 여러모로 지원을 해주셨고, 계속 교류하면서 플랜핏 상황도 공유했었죠.
그땐 수익화를 안 해서 매출은 없었지만, 유저가 오가닉하게 계속 성장하고 있었거든요. 우리는 그냥 제품만 만들고 있는데 유저가 계속 늘어서, 3개월 동안 10배 늘었나 그랬어요. 그 지표를 보여드리면서 신뢰를 쌓아가다 보니, 2021년 6월에 시드 투자 제안을 받게 됐어요.
Q. 그 후 1년 반 동안 매출 없이 끌고 가셨어요.
그때 사실 저는 수익화를 안 하고 싶었어요. 제가 바라보고 있던 게 토스나 야놀자 같은 회사들이었거든요. 하나의 도메인에서 유저를 먼저 모은 다음에 그걸로 다각화하는 그림. 그런 거를 그때는 모두가 꿈꿨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22년까지는 모든 기능이 다 무료였죠.
3. 세 달 남은 런웨이, 그리고 글로벌
Q. 2022년 말, 런웨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고요.
그해 들어 시장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다음 투자는 어렵겠다는 게 확실해지고 수익화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죠. 정확한 계산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22년 말쯤 런웨이가 딱 3개월 남았었어요. 그래서 팀원들한테도 있는 그대로 얘기했어요. 3개월 후에 통장에 돈이 0원이 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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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주 목요일, 가만히 있어도 창업가들의 인사이트가 내 메일함으로 들어옵니다.
격주 목요일, 창업가들의 인사이트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창업가들의 Day 0로 돌아가, 그들의 ‘처음’에 담긴 고민과 배움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