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커머스는 물류를 얼마나 덜 비워두느냐의 싸움입니다
아래 글은 2026년 05월 2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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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쿠팡과 컬리의 2026년 1분기 실적은 단순한 고객 이동보다, 수요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고 물류 투자 효율을 맞췄는지가 더 큰 차이를 만들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2. 쿠팡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인 수요로 인해 공격적으로 확대했던 물류 인프라가 부담으로 돌아오며 적자를 기록한 반면, 컬리는 늘어난 주문량 덕분에 물류 효율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되며 큰 폭의 이익 성장을 만들어냈습니다.
3. 결국 지금의 이커머스 경쟁은 단순 판매가 아니라,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물류 운영 효율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의 싸움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역량이 시장 내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쿠팡은 울고, 컬리는 웃었습니다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2026년 1분기 실적이 공개됐습니다. 이를 다룬 기사들의 논조는 대체로 비슷했는데요. 정보 유출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쿠팡, 그리고 그 반사 수혜를 누린 컬리. 반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기대만큼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죠.
실제 숫자만 봐도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쿠팡은 약 3년 만에 3,55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요. 반대로 컬리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18억 원에서 올해 242억 원까지 늘어나며 13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차이를 단순히 ‘쿠팡을 떠난 고객이 컬리로 이동했다’는 정도로 설명하기엔 격차가 지나치게 컸다는 점입니다. 한쪽은 꾸준히 흑자를 내던 기업이 갑작스럽게 손실로 돌아섰고, 다른 한쪽은 겨우 흑자를 내던 수준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됐으니까요. 결국 이번 실적을 가른 핵심은, 예상보다 훨씬 더 기본적인 영역에 있었습니다. 바로 수요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했느냐였죠.
장사보단 농사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커머스를 ‘장사’에 가까운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가져와 판매하고, 많이 팔수록 돈을 버는 구조라고 여기기 때문이죠. 하지만 쿠팡 이후의 이커머스는 오히려 ‘농사’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미래 수요를 미리 예측해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그 예측이 맞으면 큰 수익으로 이어지지만 틀리면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작물을 심을지 잘못 판단하면, 풍년이 들어도 결국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셈이죠.
그간 쿠팡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전제로 물류 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요가 빠르게 꺾이면서, 미리 늘려놓은 물류 시설과 인력이 오히려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왔고요. 결국 이는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김범석 쿠팡 의장 역시 이를 이례적으로 직접 언급하며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적자 전환의 원인 중 하나는 물류 네트워크 상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비효율입니다. 외부 사건이 (전망했던 고객의 패턴과 수요의) 흐름을 바꾸면, 미리 준비해 두었던 시설과 인력이 남아돌면서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됩니다.”
_김범석 쿠팡 의장
반면 컬리는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수요 덕분에 기존 투자 효율이 급격히 개선됐습니다. 물류 인프라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고요. 실제로 올해 물류 운영사와의 계약 갱신 과정에서는, 늘어난 물동량을 근거로 단가를 오히려 낮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올해의 극적인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진 셈이죠. 같은 물류 투자라도, 수요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던 겁니다.
이들이 유료 멤버십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멤버십만큼 안정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결국 쿠팡 이후의 이커머스 경쟁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얼마나 정교하게 맞출 수 있느냐의 싸움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입니다.
잔치에 계속 초대받으려면
이처럼 지금의 이커머스 경쟁은 결국 누가 더 정교하게 물류를 운영하느냐의 싸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컬리와 달리, 쿠팡이 흔들린 틈을 기회로 만들지 못한 플레이어들은 사실상 물류 경쟁에서 이미 밀려난 곳들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이제 고객들은 가격보다 배송 속도와 편의성을 기준으로 먼저 구매할 플랫폼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은 ‘탈팡’ 흐름 속에서도 링 위에 제대로 올라서 보지 못한 채, 시장 내 존재감을 점점 잃어가고 있죠.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이어질까요? 우선 쿠팡은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일시적인 비효율을 감수하더라도 선제적인 물류 투자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건데요. 그간 흑자를 내며 쌓아온 체력이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컬리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주문량을 현장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지금의 호재가 오히려 운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일부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하고요. 결국 늘어난 수요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흡수하면서도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이번 반사 수혜를 일시적인 특수가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갈 핵심 과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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