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스트 할리우드의 한 주차장. 요리사 Dave Kopushyan과 동업자들은 900달러를 모아 튀김기 하나와 접이식 테이블을 놓고 치킨을 팔기 시작했다. 브랜드 이름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딴 Dave's Hot Chicken. 처음에는 거창한 프랜차이즈 전략도, 글로벌 확장 계획도 없었다. 창업자의 이름, 매운 치킨, 그리고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전부였다. 그런데 8년 뒤 장면은 완전히 달라졌다. 2025년 Dave's Hot Chicken은 사모펀드 Roark Capital에 약 10억 달러 규모로 인수됐다. 작은 주차장 팝업이 글로벌 프랜차이즈 자산이 된 것이다. 필자는 이 사례에서 단순히 "맛있는 치킨 브랜드가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보지 않는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Roark Capital은 과연 무엇을 산 것인가.

Roark Capital이 산 것은 치킨 레시피와 매장 운영 시스템만이 아니었다. 핵심은 'Dave's Hot Chicken'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같은 경험을 반복할 수 있는 권리 구조였다. 창업자가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든 브랜드는 초기에는 진정성의 원천이 된다. 고객은 그 이름을 통해 "누가 만들었는지"를 기억하고, 브랜드는 그 이름을 통해 작은 가게의 서사를 얻는다. 그러나 브랜드가 외부 자본을 만나고 프랜차이즈로 확장되는 순간, 그 이름은 개인의 이름을 넘어 회사의 상표 자산이 된다. 인수 이후에도 창업자와 기존 경영진이 브랜드 운영에 남아 있더라도, 'Dave's Hot Chicken'이라는 이름을 사업적으로 사용할 권리는 상표권과 계약 구조에 따라 움직인다. 이름이 스토리에서 자산으로 바뀌는 지점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되면 사업의 중심은 달라진다. 가맹점주는 단순히 조리법을 사는 것이 아니다. 고객을 끌어오는 간판, 메뉴판, 포장재, SNS 이미지, 매장 경험을 함께 사용한다. 결국 프랜차이즈 계약의 핵심은 "이 상표를 어느 지역에서, 어떤 품질 기준에 따라, 얼마의 대가를 지급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로 정리된다. 이때 상표는 이름 보호 장치가 아니라 사업을 복제하게 해주는 인프라가 된다. 많은 브랜드 운영자는 상표를 "장사가 잘되면 나중에 등록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글로벌 프랜차이즈에서는 순서가 반대다. 상표가 먼저 준비되어야 확장이 가능하다. 매장을 열기 전에, 파트너를 만나기 전에, 브랜드가 현지 소비자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에 이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KIPRIS에서 확인한 Dave's Hot Chicken의 한국 상표 현황은 이 순서를 잘 보여준다. Dave's Hot Chicken Franchise Co., LLC는 한국에서 DAVE'S HOT CHICKEN 상표를 제43류 레스토랑 서비스업에 등록해 두었고, 제29류 식품 관련 상표도 국제등록 기반으로 출원해 둔 상태다. 또한 DAVE'S HOT CHICKEN EST. 2017 HOLLYWOOD BLVD. & DESIGN BIG KIDS' MEAL 표장도 제29류에 등록되어 있다. 한국 소비자 대부분이 이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알기 전에 이름이 먼저 잠긴 것이다. 이것은 우연한 절차가 아니다. 글로벌 브랜드는 매장을 열겠다고 발표한 뒤 상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시장 진입 가능성이 보이는 단계에서 먼저 이름을 확보한다. 특히 한국과 같은 선출원주의 국가에서는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유명세는 관심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상표권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제43류와 제29류가 함께 보인다는 점이다. 제43류는 레스토랑 서비스업과 직접 연결된다. 반면 제29류는 식품류와 관련된다. 이는 Dave's Hot Chicken이 단순히 "매장 간판"만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향후 식품, 포장 제품, 협업 메뉴, 리테일 유통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권리 범위를 넓혀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F&B 브랜드는 매장 사업으로 시작하지만, 성장 이후에는 소스, 냉동식품, 간편식, 밀키트, 협업 패키지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상표 포트폴리오가 서비스업에만 머물러 있으면, 이런 확장 단계에서 다시 권리 공백이 생긴다. 브랜드가 커질수록 상표는 더 넓은 사업 가능성을 담는 그릇이 된다.
물론 상표를 먼저 확보했다고 해서 한국 진출이 곧바로 이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공개적으로 언급된 Dave's Hot Chicken의 아시아 타깃 시장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한국 진출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상표는 이미 확보되어 있다. 시장 진입 여부가 확정된 뒤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열어두기 위해 권리를 먼저 준비한 것이다. 다만, 한 번 등록한 상표도 방치하면 안전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일정 기간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하지 않으면 불사용취소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해외 브랜드의 상표 전략은 "먼저 확보"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사용, 라이선스, 팝업, 유통 준비 등을 통해 권리를 유지하는 단계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 사례는 한국 브랜드 운영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창업자의 이름, 셰프의 이름, 인플루언서의 닉네임, 지역성을 담은 브랜드명은 초기에는 스토리를 만든다. 하지만 브랜드가 성장하면 그 이름은 계약의 대상이 된다. 투자자가 들어오고, 가맹점이 생기고, 해외 바이어가 관심을 보이고, 라이선스 상품이 논의되는 순간 상표권의 귀속과 범위가 중요해진다. 상표가 개인 명의인지 법인 명의인지, 진출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 이름이 먼저 잠겨 있는지, 서비스업 외에 식품류·상품류까지 보호되어 있는지, 그리고 등록 후 실제 사용 계획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좋은 이름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그 이름이 성장할 수 있는 권리 구조를 먼저 만들어두는 것이다.
상표는 분쟁이 생겼을 때 꺼내는 방패만이 아니다. 브랜드를 확장하고, 파트너에게 사용권을 주고, 투자자에게 기업가치를 설명하며, 인수자에게 미래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업 도구다. 특히 F&B·뷰티·패션처럼 이름과 경험이 곧 매출로 연결되는 산업에서는 상표 전략이 곧 성장 전략이다. 브랜드가 유명해진 뒤 상표를 챙기는 시대는 지났다. 브랜드가 알려질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 상표는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확보한 상표는 실사용을 통해 지켜야 한다. 맛은 고객을 줄 세우지만, 그 줄을 여러 나라의 매장으로 복제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이름에 대한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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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동 필자
박진호 연구원 / 특허법인 BLT 빌드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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