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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MIT 미디어랩 연구팀(Kosmyna et al.)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54명의 참가자를 세 집단으로 나눠 4개월에 걸친 4번의 세션 동안 에세이를 쓰게 했다. 첫 번째 집단은 챗지피티를 쓸 수 있었고, 두 번째는 구글 검색만, 세 번째는 아무 도구 없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며 썼다. 글을 쓰는 동안 두피에 전극을 붙여 뇌의 전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챗지피티를 쓴 집단의 뇌 연결성은 도구를 전혀 쓰지 않은 집단보다 최대 55% 낮았다. 그리고 LLM 집단의 83.3%가 방금 자신이 쓴 에세이에서 한 문장도 정확히 인용하지 못했다. 4차 교차 실험에서 챗지피티 없이 다시 써보려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78%가 자신의 글을 기억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것에 이름을 붙였다.
인지 부채(cognitive debt).
단, 이 연구는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전 공개 논문이다. 참가자 54명, 에세이 쓰기라는 특정 과제에 한정된 결과이므로 모든 AI 사용에 일반화하는 것은 과잉 해석이다. 그러나 방향 자체는 무시하기 어렵다.
달력에 적는 것과 AI한테 맡기는 것은 다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생각의 짐을 외부 도구에 넘겨왔다. 달력에 약속을 적고 계산은 계산기에 맡기고, 전화번호는 스마트폰이 기억한다. 이런 방식으로 머릿속 자원을 아끼면서 더 중요한 곳에 집중한다. 그런데 AI는 다른 종류의 도구다.
달력은 내가 정리한 정보를 저장한다. 계산기는 내가 설정한 수식을 처리한다. 하지만 LLM은 내가 아직 생각하지 않은 것을 대신 생각한다. 논거를 구성하고 구조를 짜고 표현을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를 대신한다. 이건 기억을 외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고 과정 자체를 외부에 맡기는 것이다.
Kosmyna 연구팀도 계산기나 GPS에 비유하는 것은 틀렸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LLM은 좁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생성하고 아이디어를 형성하고 우리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에 개입한다. 달력이 기억을 저장한다면 LLM은 생각의 소유권 자체를 대신 가져갈 수 있다.
MIT 연구가 포착한 것이 바로 이 차이다. AI를 쓴 집단의 뇌가 덜 움직인 건 단순히 편하게 일했기 때문이 아니다.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적으로 건너뛰면, 그 능력 자체가 약해진다. 근육을 쓰지 않으면 위축되듯이.
작업은 완수됐다. 에세이는 제출됐다. 그러나 그 경험은 자신의 머릿속에 새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83%가 자신이 쓴 글에서 한 문장도 인용하지 못한다. 생각을 빌려 쓴 것이어서 돌려줬을 때 남는 게 없었던 것이다.
일을 많이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이걸 일터로 옮겨보자.
MIT 연구에서 AI를 쓴 집단이 작성한 에세이들은 같은 주제에 대해 서로 놀랍도록 비슷했다. 다른 집단보다 훨씬 유사한 표현과 논거 구조를 보였다. 두 명의 영어 교사는 이 에세이들을 두고 ‘혼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실험이 반복될수록 AI에 넘기는 작업의 범위가 커졌다. 마지막 세션이 되면 대부분이 ‘그냥 에세이 써줘, 이 문장만 다듬어줘’로 사용 방식이 바뀌었다.
이것이 일터에서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가.
보고서를 AI로 쓰고 이메일을 AI로 작성하고 회의 요약을 AI로 정리하고 전략 문서를 AI가 초안을 잡는다. 각 작업은 완료된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과정에서 얼마나 생각했는가. 판단력, 맥락 이해, 문제를 새로 정의하는 능력은 반복적인 사고 행위를 통해 쌓인다. AI가 그 과정을 대신하면, 작업은 완료되지만 능력은 축적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효율이 오르고 장기적으로는 빚이 쌓인다.
먼저 생각한 사람이 AI를 더 잘 쓴다
인지부채 논의가 ‘그래서 AI는 나쁘다’라는 결론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같은 연구가 보여준 반대쪽 결과를 봐야 한다.
교차 실험에서 처음으로 AI를 사용한 집단 즉, 세 차례 동안 아무 도구 없이 직접 생각하며 글을 써온 사람들은 AI를 사용하면서 오히려 더 높은 기억 활성화와 더 정교한 질문 전략을 보였다. 뇌 활동도 검색엔진 사용 집단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것이 시사하는 것은 분명하다. AI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AI를 쓰기 전에 내가 먼저 생각했는지가 문제다. 스스로 생각하는 구조가 먼저 형성되어 있다면, AI는 그것을 확장하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AI가 생각을 대신하면 AI는 능력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대체하는 보조 장치가 된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충분한 자기 주도적 사고 이후에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처음부터 AI에 의존하는 것보다 생각 능력과 도구 활용 두 측면 모두에서 나은 결과를 낳는다.
Kosmyna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프로그래밍 환경에서 동일한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타임지 인터뷰에서 Kosmyna는 “지금까지의 결과가 더 나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코드를 AI가 생성하면, 개발자가 그 코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수용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나오면, 생각 부채 논의는 화이트칼라 일터 전반으로 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