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마인드셋
[글루코핏 회고 5편] 다윗과 골리앗 - 게걸스러운 노란색 대기업 괴물의 진격

🌟글루코핏은 인류의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꿉니다.

50년 뒤의 의료를 예상해보면 정말 당연하게도 그 누구도 아프지 않을 것이고, 모든 암도 정복이 가능할 것입니다.

10억 명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 가슴이 뛰는 분들은 지체없이 james@lansik.us 로 커피챗을 요청해주세요.

특정 기업을 비난할 의도가 아닌, 다른 동료 선후배 스타트업 창업자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작성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아래 내용은 저의 주관적인 경험과 느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이야기 요약

  • 1편: 의사 때려치고 창업, 7번의 실패
  • 2편: 7번째 피봇, 팔에 붙은 작은 센서 하나로 찾은 희망
  • 3편: 달콤했던 투자 제안을 거절하고 겪은 9개월의 데스밸리
  • 4편: 중국으로 날아가다 - 시바이오닉스 G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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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8일.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 우리는 성공적으로 ’글루코핏’이라는 서비스를 세상에 공개했다.

 

 

수많은 투자자 분들이 명함을 건네주셨고, 여러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도 우리 부스를 방문해 직접 결제를 하거나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드디어 우리 서비스가 빛을 발하는구나 싶어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2023년 3월 2일. 우리가 프라이머에서 발표한 날 직후 카카오헬스케어가 혈당관리 서비스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백 건의 보도자료가 쏟아졌고, 하루 종일 관련 기사가 포털을 도배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적잖은 노이즈가 일었다. 혈당관리 서비스 선배 기업인 닥터다이어리에서는 이를 크게 문제 삼으며 우리에게도 공동 대응을 독려했다. 당시 카카오는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으로 ’게걸스럽게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의 중심에 있던 터라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출처 : 퀘이사존 유머게시판, 권도균 대표님 페이스북

 

밤새 일하고 다음 날 오전 9시쯤 일어났을 때 내 휴대폰은 난리가 나 있었다. 기자, 지인들의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도대체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분들이 문자와 전화를 남겨두었다. 생전 해본 적 없는 기자 응대를 하며 나는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졌다.

데모데이 이후 잡혀있던 다수의 투자자 미팅에서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보통 투자자들은 “네이버나 카카오가 똑같이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라는 식상한 질문은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건 카카오가 진짜로 한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대처하실 거예요?”

나름의 방어 논리를 가져갔지만, 당연히 초기 창업자로서 완벽하게 준비된 답은 없었다. “우리의 영역을 공고히 다지고, 팀원들이 훌륭하니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원론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노란색 대기업을 형상화하자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AI생성 이미지

이때 베이스벤처스의 조수양 심사역님이 『언카피어블』이라는 책을 추천해주셨다. 스퀘어가 혁신 쌓기 전략을 통해 거대 기업 아마존을 결제 시장에서 이겨낸 스토리였다. 밤새 그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우리도 고객을 위한 혁신을 하나씩 쌓아간다면 분명히 이겨낼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대기업의 진입이 사실 당연한 수순이며, 오히려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거대한 기회라고 생각했고 사실 따라하는 것이 원래 사업의 세계에서 당연한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어느 날 퇴근길, 코파운더 피터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피터, 근데 만약 카카오가 당장 내일 우리 회사를 2000억 원에 산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2000억이요? 절대 안 팔죠.”

 

나부터도 당장 내일 2000억이라고 하면 심각하게 고민했을 텐데, 1초의 망설임도 없다니. 나는 살짝 놀라며 이유를 물었다. “카카오가 2000억에 살 정도면, 도대체 이 시장에 얼마나 큰 기회가 있길래 그러겠어요. 우리가 직접 하면 훨씬 더 위대한 회사를 만들 수 있죠.”

다시 한번 확신했다. 코파운더가 이런 배포를 가졌다면, 10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 10억 명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예전부터 언더독(Underdog) 상황을 즐겨왔고, 강자를 꺾는 희열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래서 카카오의 출범은 나에게 불안감보다는 게임을 흥미롭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였다. ’나중에 진짜 재미있는 창업 썰이 되겠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야 그렇다 쳐도, 다른 팀원들은 불안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기우였다. 

피터뿐만 아니라 세오칸과 다른 팀원들도 전혀 불안해하지 않고 오히려 ‘해적처럼’ 생각하며 전투적으로 접근했다. 

우리끼리 이런 이야기도 나눴다.
“근데 카카오가 예전 카카오게임즈나 카카오모빌리티(아 카카오가 타다 사태도 있었군요) 까지와는 좀 다르게 요즘엔 혁신 DNA가 많이 없어졌다던데 어떻게 플레이할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얼마 후 카카오헬스케어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서비스 스크린샷을 보게 되었다. 다크모드부터 탭 구성까지, 우리 서비스와 상당히 유사했다. 
오히려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난리였다. 
“이 정도면 그냥 옆에 글루코핏 어플 켜두고 기획한 거 아니야?”

나는 다크모드가 그냥 멋져 보여서 적용한 것인데, ‘카카오 서비스 중에 다크모드가 메인인 게 있었나?’ 싶어 조금 웃기기도 했다.

물론 해외 CGM 혈당관리 서비스 Signos 나 Levelshealth 같은 회사도 다크모드를 사용하니, 무작정 우리를 베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UX라는 것은 원래 서로 참고하며 발전하는 것이고, 나 또한 기획 당시 해외 서비스들을 리서치하며 좋은 점을 반영했으니까. 우리는 그저 묵묵히 우리 고객에게 집중해서 서비스를 발전시키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골치 아픈 일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식약처에서 ’혈당 관리로 다이어트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문제 삼는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시 여러 경로를 통해 그 배경에 경쟁사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아니었기에 여기서는 넘어가겠다.

 

2024년 2월, 마침내 카카오의 서비스가 정식 출시되었다. 역시 대기업답게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며 외형적 성장을 이루어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우리는 연락조차 닿기 힘든 국내 대형 대학병원들과의 MOU 기사가 연달아 쏟아졌다.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무조건 빨라야 한다. 그런데 카카오는 그 덩치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빨랐다. 우리가 만나려는 파트너사들을 이미 그들이 싹 다 만나고 지나간 상태였다. 이 적은 인원으로 카카오가 벌려놓은 판을 겨우 쫓아가는 형국이었고,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한번은 어떤 스타트업과 파트너십 미팅을 아주 원활하게 마쳤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부적으로 논의해 본 결과, 이미 카카오와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서 동시에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카카오 측에서 약간 불편해할 수도 있어서… 협업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한 API 연동 협업일 뿐, 독점적일 필요가 전혀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도 대기업이 ‘불편해할까 봐’ 시기를 미룬다는 사실이 황당하고 씁쓸했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은 또 한 번 쿨하게 반응했다. “뭐, 그렇게까지 꼭 필요한 파트너십은 아니니까 괜찮아요. 우리 할 일 합시다.” 다시 한번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았다. 중요한 건 타사와의 파트너십이 아니라, 우리 고객을 향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나는 성격이 무던한 편이라 크게 긴장하거나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매일같이 쏟아지는 카카오의 보도자료와 막대한 마케팅 물량 공세는 마치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었다. 카카오가 그렇게 공격적으로 시장을 밀어붙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비스의 모든 지표는 계속해서 우상향했다는 것이다. 리텐션, MAU, 매출 모두 꺾이지 않고 상승세를 탔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카카오가 주로 사용하는 D사의 연속혈당측정기를 연동하고 그들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말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2025년, 갑자기 D사로부터 우리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연동 제재가 들어왔고, 내용증명까지 수령하게 되었다. 그 타이밍과 정황을 고려하면 경쟁사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환자들과 의료진들이 상당한 불편함을 겪게 되었고,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까웠다.

 

또한 2025년 어느 의료진 대상의 행사에서는,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경쟁사 관계자 분이 “랜식(글루코핏)은 D사 센서 연동 안 될걸요?”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심지어 2026년에는 우리가 의료진에게 글루코핏을 소개하는 자리에 경쟁사 측 인원이 참석하여 자사 서비스를 홍보하는 일도 있었다. 주변 관계자 분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셨다.

이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며 나는 뼈저리게 배웠다. ‘아, 스타트업이라는 위대한 여정, 사람들을 아프지 않게 만들겠다는 꿈같은 이야기 이면에는 이렇게 더럽고 거친 현실이 있구나.’ 사업이라는 게 항상 정정당당하게 서비스의 품질로만 승부하는 멋진 세계는 아니었다. 자본과 인력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차이 나면, 경쟁의 양상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수많은 이유 중, 경쟁사 때문에 망하는 경우는 의외로 굉장히 적다고 한다. 카카오의 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글루코핏은 매출과 사용자 기준 수십 배 이상 성장했다.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핵심은 고객과 계속 대화하며 그들이 원하는 기능을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들이 어느 루트를 통해서 이러한 서비스를 찾게 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또한 카카오가 따라할 수 없는 다양한 플레이도 시도했는데 우리가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우리의 플레이를 어설프게라도 따라하는 모습을 보며 묘한 희열감 또한 느꼈다.

 

우리의 대기업과의 경쟁 스토리는 여전히 -ing(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고객에게만 미친 듯이 집중할 것이다. 우리가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며 그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문제를 집요하게 풀어낸다면, 우리는 반드시 이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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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고 거기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한 명 한 명이 수십 명의 임팩트를 내는, 

대기업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해적처럼’ 낭만 있게 파도를 타며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미션에 가슴이 뛰는 분들은

james@lansik.us 로 정말 언제든지 편하게 커피챗을 요청해주세요. 

거대한 골리앗을 무너뜨릴 다윗의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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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혁용 주식회사 랜식 · CEO

국내 최초 AI 혈당관리 솔루션 '글루코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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