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이나 제품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인물에게 CEO 자리가 넘어가면, 위대한 기업의 문화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데는 정확히 10년이 걸린다.
보잉과 인텔, 그리고 이제는 애플에 이르기까지 고스란히 증명된 잔혹사다. 회계사 출신이나 마케터, 물류 전문가가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된 미국 대표 기업들의 이야기다.
보잉의 몰락은 1997년 맥도넬 더글라스(McDonnell Douglas)와의 합병으로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은 것은 항공우주 분야의 배경이 전혀 없는 최초의 CEO가 취임한 2005년 이후부터였다. 10년간 비용 절감과 아웃소싱에만 매달린 결과는 737 MAX의 MCAS(조종특성향상시스템) 참사라는 비극으로 이어졌고, 조직의 원대한 야망과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은 흔적도 없이 망가졌다.
인텔 역시 거의 같은 시기에 동일한 전철을 밟았다. 인텔 역시 2005년에 엔지니어링 배경이 없는 최초의 CEO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인텔은 미세 공정 도입 지연과 기술 발전 정체로 비틀거렸고, 모바일 시장의 대격변 앞에서는 아무런 해답도 내놓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인텔의 비즈니스 전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애플이다. 스티브 잡스는 2011년 팀 쿡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잡스가 남긴 제품 파이프라인과 기업 문화의 유산이 워낙 강력했기에, 초기에는 팀 쿡이 이 10년의 잔혹한 저주를 깨뜨리는 것처럼 보였다. 물류 전문가도 미국의 혁신성과 기술 패권을 상징하는 이 거대한 함선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제 그 10년의 저주가 기괴할 정도로 익숙한 둔탁한 파열음을 내며 애플을 덮치고 있다. 애플은 명확한 방향성도 없이 자율주행차라는 신기루를 쫓으며 10년을 허비했고, 그 결과물로 남은 것은 최악의 차량용 인터페이스가 전부였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완전히 놓쳐버렸으며, 젠모지(Genmoji)와 실체 없는 증발품(Vaporware) 수준의 광고로 시장의 비웃음을 샀다. 야심 차게 선보인 비전 프로는 소비자들이 구매 후 석 달만 지나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저 비싼 기술 데모에 불과했다.
과거의 영광이 남긴 유산과 앱스토어라는 통행세 비즈니스 덕분에 여전히 막대한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고는 있지만, 그 거대한 기계 속에서 영혼은 이미 떠나버렸다.
이 세 기업의 스토리는 각기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똑같은 원형으로 귀결된다. 위대한 기업에는 자신이 만드는 제품에 영혼을 바치며, 대담하고 현장 실무에 능통한 리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결국 내부부터 공허하게 뼈대만 남게 된다.
상장기업의 이사회는 제품에 대한 집착과 역량을 조직도 하부의 실무진에게 위임하면 그만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최고위층에는 그저 재무 실적 수치만 맞춰줄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는 앤디 그로브(인텔의 전성기를 이끌며 메모리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의 체질 개선을 성공시킨 전설적인 CEO), 필 콘디트(항공우주 공학자 출신으로 보잉 777 개발을 주도하는 등 기술 중심 경영을 펼쳤던 보잉의 전 CEO이자 회장), 혹은 스콧 포스탈(스티브 잡스의 최측근이자 제품 전문가로 아이폰의 핵심 OS 개발을 주도하며 애플의 제품 혁신을 이끈 전 iOS 담당 수석 부사장)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업무와 기업 문화에 몰입하여, 눈앞의 표면적인 효율성 추구가 조직의 근간이 되는 기초 체력을 갉아먹지 못하도록 단호히 막아설 수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CEO 자리에 엔지니어나 제품 전문가가 앉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문: <The great falls of Boeing, Intel, and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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