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
정녕 삽질은 낭비란 말인가

AI 시대라는 말이 일상어가 됐습니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미친듯이 달려야 하는 타이밍이란 걸 피부로 체감 중입니다.
저는 한 가지 질문을 꽤 오래 품고 있었는데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삽질 아닐까?"

오늘은 삽질에 대한 경험과 생각에 대해 글을 써봅니다.
 


01. 시스템을 바꾼다는 건, 새로운 실수를 계속 마주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 채용을 담당하며 기존 시스템(ATS)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모든 과정이 도구가 아닌 '사람의 손'을 타야만 돌아가는 비효율이 있었습니다. 저는 과감히 시스템 교체를 주장했습니다. 이미 기존의 워크플로우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게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었습니다. 기존 ATS와 변경할 ATS의 기능별 카테고리를 정리하고 비교했습니다. 워크 플로우를 재설계하고, 템플릿도 새로 하나씩 하나씩 수정했습니다.

 

과정은 느리고 답답했습니다. 
자동화 메시지가 잘못 발송되고 면접 일정이 중복으로 잡혔습니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은 사실 '매일 실수를 계속 마주해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6개월이 지나서야 운영은 안정화되었고, 간접 비용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채용 담당자의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면서 채용 리드타임을 25% 단축시켰습니다.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 듯 했습니다.
 


02. AI의 등장, 지난 6개월은 '삽질'이었을까?

안정기도 잠시, AI 기반 채용 도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고생해서 만든 자동화 플로우들을 새로운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들이 등장했습니다. 공들인 시스템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효력을 잃어가는 것을 보며 허탈감이 밀려왔습니다.

 

"나는 지난 6개월간 헛수고를 한 걸까?"

 

당시의 기술 안에서는 최선이었지만, 새로운 기술 앞에서 제 결과물은 초라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다시 교체해야 하는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단순히 시스템만 바꾼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판단의 데이터'를 몸으로 익혔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이관 시 어디서 구멍이 생기는지, 자동화 세팅 때 어떤 예외 케이스를 확인해야 하는지, 후보자 접점에서 어떤 오류가 치명적인지 등등 처음에는 몰랐던 것들을 이번에는 이미 알고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AI가 제가 만든 결과물을 ‘구식’으로 만들었지만, 제가 쌓은 '판단력'까지 허무하게 만들지 못했습니다.

 


03. 매몰비용과 판단력 사이의 한 끗 차이

경제학에는 '매몰비용'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미 투입되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은 미래의 판단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죠. 많은 사람이 '삽질'을 이 프레임으로 봅니다. 낭비된 시간, 돌아오지 않는 에너지라며 빨리 포기하고 다음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매몰비용은 끝난 투자에 대한 미련이지만, 삽질은 그 과정에서 '판단 근육'을 키우는 훈련입니다.

 

자동화되는 것은 ‘반복 작업’입니다. 자동화되지 않는 것은 ‘판단’입니다.

 

판단력은 오직 직접 삽질을 해본 사람에게만 생깁니다. 이러한 암묵지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AI 시대일수록, 그 결과물이 옳은지 그른지 가려낼 수 있는 판단의 가치는 더욱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AI가 곧 따라잡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갖고 있습니다.)

 


04. 다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6개월마다 세상이 달라집니다. (변화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질 것 같습니다.)
지금 배우는 것이 곧 구식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지금 이 '삽질'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시스템은 언제든 교체될 수 있지만, 시스템을 만들어본 사람의 판단력은 절대 교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무언가 붙잡고 씨름하며 "이게 맞나?" 싶다면, 계속해도 됩니다.
아니, 계속해야 합니다.


그 삽질이 언젠가 당신이 옳게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될 테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AI 시대에 주니어의 삽질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다음 콘텐츠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남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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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호 - · 인사 담당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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