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트렌드
물질에서 치료 용도로 - Teva 판결이 다시 보여준 바이오 특허의 글로벌 설계법


최근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는 202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암젠(Amgen) 판결 이후, 기능적으로 넓게 정의된 항체 청구항(ex. 특정 에피토프에 결합하고 기능을 수행하는 항체 군을 포괄하는 청구항)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높아졌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 역시 2024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청구한 범위 전체를 과도한 실험 없이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그런데 2026년 4월 16일, 미국 연방항소법원(CAFC)은 테바(Teva)와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편두통 치료제 특허 분쟁에서, 인간화 단일클론 항-CGRP 길항 항체(humanized monoclonal anti-CGRP antagonist antibody)를 이용한 두통 치료방법 청구항에 대해 1심의 실시가능성 및 기재요건 흠결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USPTO가 2024년 가이드라인에서 재확인한 실시가능성(enablement) 판단 틀과 별개로, 실제 사안에서는 청구항의 성격과 해당 기술 분야의 성숙도 역시 함께 고려된다는 점을 다시 보여주었다.
 

c801b71848a7a.png


여기서 생기는 오해가 있다. 많은 실무자들은 암젠 판결 이후 “넓은 항체 특허는 이제 무조건 위험하다”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번 테바 판결은 문제의 본질이 단순히 청구범위의 ‘넓이’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CAFC가 주목한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이 사건 청구항은 항체 자체의 물질 청구항이 아닌, 항체를 이용한 치료방법 청구항이라는 점에서 “모든 항체를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해당 치료를 실현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실시가능성이 판단되었다. 둘째, 통상의 기술자가 해당 항체를 확보하는 것 자체는 당시 기술 수준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 판단이 전제된 상태에서 실시가능성이 판단되었다.

해당 청구항은 인간화 단일클론 항-CGRP 길항 항체(humanized monoclonal anti-CGRP antagonist antibody)를 투여해 인간의 두통 발생을 줄이거나 치료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즉, 발명의 무게중심을 새로운 “물질” 자체의 발견이 아니라, 그 항체를 어떤 치료 목적에 연결했는가에 두고 읽은 것이다.
 

f07752245b940.png

 

법원이 두 사건을 다르게 본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암젠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청구항이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항체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그 전체 범위를 실제로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후발주자에게 사실상 방대한 탐색 과제를 남겼다는 점이었다. 반면 테바 사건에서 CAFC는 항-CGRP 길항 항체(anti-CGRP antagonist antibody) 자체와 그 제조법이 당시 기술 수준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이를 인간화(humanization)하는 것 역시 통상적인 절차였다고 보았다. 명세서를 읽은 통상의 기술자라면 그러한 인간화 항-CGRP 길항 항체(humanized anti-CGRP antagonist antibody)가 두통 치료에 작동한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법원은 나머지 인간화 항체를 더 찾아내는 작업을 이 사건 청구의 본질적 전제가 아니라, 기껏해야 ‘추가 점수(extra credit)’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 이 사건은 항체의 기능적 청구 일반을 무조건 되살린 판결이라기보다, 알려진 기술군을 특정 치료 시장에 연결한 청구 구조는 암젠과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 판례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이 청구항이 가지는 비즈니스적 의미도 여기서 나온다. 테바가 확보하려 한 것은 특정 항체 플랫폼 전체의 배타적 소유권이라기보다, 그 계열의 항체를 편두통 치료에 사용하는 사업 영역에서의 우선적 지위에 가깝다. 미국 시장에서 이런 치료방법 청구항(method of treatment claim)이 강력한 이유는 단순히 적응증을 선점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치료방법 청구항은 실제 의료행위와 연결되지만, 실무상 제약사의 라벨(label)과 허가사항을 통한 유도침해(induced infringement) 구조와 함께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치료방법 청구항은 의사를 직접 겨냥한 권리라기보다, 제약사의 시장행위를 규율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에서 특히 실효성이 크다.
 

0b239b039becb.png

 

그러나 한국 특허청과 법원은 사람을 진단·치료·수술하는 방법 발명을 원칙적으로 특허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국과 유럽에서는 같은 치료 아이디어를 보통 의약 용도, 약학 조성물, 또는 특정 목적이 한정된 물질 청구 형식으로 번역해 권리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진입 단계에서 치료방법 청구항만 따로 하나 만들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문제는 단순히 기재의 양이 아니라, 설정된 청구범위와 명세서 기재 사이의 대응 관계에 있다. 한국의 용도발명에서도 질환, 작용기전, 투여 경로, 용량 범위 및 약리효과에 관한 기재는 통상 포함되지만, 미국에서는 이러한 기재가 청구항이 포괄하는 범위 전체를 과도한 실험 없이 재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방향 역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신규 물질의 경우 초기에는 구조적 특징이 명확히 뒷받침되는 범위 내에서 물질 자체에 대한 청구항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암젠 판결 이후에는 물질 자체를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기능적 청구항의 경우, 등록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등록 후 무효 공격에 견디며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 역시 한층 어려워졌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존에는 적응증 확장(제2용도)을 위한 부수적 수단으로 여겨졌던 ‘치료방법 청구항’을, 이제는 물질 특허의 공백을 메우는 핵심적인 독점권 확보 수단으로 함께 설계하는 전략이 요구될 수 있다. 기술의 성숙에 따라 확장되는 작용기전과 투여 전략을 구체적인 치료 시나리오와 결합함으로써, 물질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선 ‘입체적 보호막’을 형성하는 것이 미국 시장에서의 보다 실효적인 설계법이라 생각된다. 다만 이러한 치료방법 청구항 역시 단순한 적용 범위의 확장을 넘어, 예측하기 어려운 효과나 차별화된 투여 조건 등을 통해 진보성을 견고히 확보할 수 있도록 정교한 명세서 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2bc4e75addb28.png

 

 

 

BLT 칼럼은 BLT 파트너변리사가 작성하며 매주 1회 뉴스레터를 통해 발행됩니다.
뉴스레터 구독신청

 

 

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동 필자 
박연수 파트너 변리사/변호사는 서울대 생물교육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변리사 시험, 2012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생명공학, 약학 및 화학 분야 국내 및 해외 기업의 특허 업무 전반에 대하여 전문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국내 바이오 기업에서 IP 전략 수립, 국내외 IP 소송 업무를 담당한 바 있습니다. 현재, 화학 바이오 분야 특허출원 업무 및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전반에 걸쳐 다루어지는 법률 자문 및 분쟁에 대한 대응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허법인 BLT
누군가는 특허를 만들 때, BLT는 당신의 사업의 성공을 만들어 냅니다. The Only Firm for Your Success!!

 

원문 보러가기
 

 

#바이오특허 #항체특허 #미국특허 #글로벌특허전략 #특허전략 #특허실무 #실시가능요건 #기재요건 #Enablement #USPTO가이드라인 #CAFC판결 #Amgen판결 #Teva판결 #EliLilly #치료방법특허 #적응증특허 #의약용도발명 #IP포트폴리오 #특허출원 #특허분쟁 #특허무효 #제약바이오 #바이오IP #R&D전략 #라이선싱 #투자유치 #기술사업화 #BiotechIP #지식재산권 #특허법인 #변리사 

링크 복사

특허법인 BLT 특허법인 BLT · 기타

🤝 대한민국 최고의 지식재산 전문가 그룹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 아티클
특허법인 BLT 특허법인 BLT · 기타

🤝 대한민국 최고의 지식재산 전문가 그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