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워라벨이 한국에 적용되지 않는 이유.
첫째, 미국의 워라벨은 효율의 결과이지 철학이 아니다.
미국 탑티어 창업자들 실제로 엄청 일한다. 다만, 불필요한 회의가 적고, 권한 위임이 빠르고, 결과 중심 문화가 강하고 시장 반응 속도가 빠르다. 즉 적게 일해서 성공한 게 아니라 같은 시간 대비 결과 효율이 높은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대부분 미국의 업무 문화를 보며 “미국은 칼퇴한다”, “미국은 워라벨이 중요하다”, “한국처럼 밤새 일 안 한다” 등 착각하는데, 여기에 빠진 맥락을 짚어보자. 일단 미국은 이미 A.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고, B. 영어라는 글로벌 언어를 쓰며, C. 자본 접근성이 압도적이고, D. 인재 밀도가 높고, E. 실패해도 다시 기회가 있는 나라다. 즉, 시스템 자체가 생산성을 보완해준다. 반면 한국은 다르다.
둘째, 우리가 처한 시장이 작다.
한국 스타트업은 시작부터 글로벌을 봐야 한다. 미국 회사는 미국만 먹어도 수천억 매출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초반부터 해외 진출, 영어, 글로벌 세일즈, 현지화까지 동시에 해야 한다. 같은 8시간을 일해도 난이도가 다르다.
셋째, 한국은 아직 기회 밀도가 낮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좋은 창업자, 초기 고객, 투자자, 초기 인재, 엔젤 네트워크가 서로 매우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한번의 기회가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 초반 스타트업은 더 빨리 움직여야 하고 더 많이 부딪혀야 하고 더 많은 시행착오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넷째, 미국식 워라벨이 한국에 그대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건 속도다.
초기 스타트업의 유일한 무기는 속도다. 대기업보다 돈도 없고, 브랜드도 없고, 인재도 부족하다.
그런데 속도까지 잃으면 남는 게 없다. 특히 한국 초기 창업팀은 PMF 찾기 전, 첫 고객 확보 전, 첫 매출 만들기 전 까지는 사실상 “전쟁 모드”에 가깝다. 문제는 한국에서 미국 문화를 가져올 때 대부분 높은 연봉, 자율성, 워라벨만 가져오고, 정작, 강한 ownership, 극단적인 결과 중심, 빠른 의사결정, 냉정한 성과 문화는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식 문화를 도입한다고는 하지만, 실리콘밸리식 생산성은 안 나오는 이유다.
내 생각에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배워야 하는 건 덜 일하는 법이 아니라,
더 큰 시장을 보는 법, 빠르게 실행하는 법, 글로벌 수준의 인재 밀도를 만드는 법, 결과 중심으로 움직이는 법이다. 첨언하면 워라벨은 살아남은 이후의 결과물이지, 초기 스타트업의 출발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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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View from Twin Peaks, SF.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좋은 문제는 설명이 짧다 - https://lnkd.in/gbgmbFd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