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에게 미국 특허는 언제나 중요한 자산이다. 제조, 바이오, 반도체, 의료기기, 플랫폼, 보안 솔루션을 막론하고 미국 특허는 투자유치, 파트너십, 라이선싱, 경쟁사 견제의 핵심 수단이 된다. AI와 소프트웨어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알고리즘, 데이터 처리 구조, 시스템 운영 방식이 제품 경쟁력의 중심이 되는 기업이라면 미국 특허는 반드시 챙겨야 할 전략 자산이다. 다만 이 분야에서는 특허 확보의 문턱이 하나 더 있다. 미국 특허법 제101조, 즉 특허적격성(patent eligibility) 이슈다.
미국 특허법 제101조는 발명이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를 묻는다. 판례상 자연법칙, 자연현상, 추상적 아이디어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고, AI·소프트웨어 발명에서는 수학적 알고리즘, 데이터 처리 규칙, 최적화 로직이 “추상적 아이디어”로 평가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미국 출원 실무에서는 신규성·진보성의 문턱에 도달하기도 전에 §101 거절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더 중요한 점은 등록 후에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USPTO 심사를 통과해 등록된 특허라도, 소송에서는 §101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PGR과 같은 등록 후 절차에서도 특허적격성이 다투어질 수 있다. 청구항이 “최적값을 산출한다”,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생성한다”, “조건에 따라 대상을 분류한다”는 식으로 쓰여 있더라도, 그 수행단계가 구체적인 데이터 처리 구조나 연산 절차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문제는 남는다. 형식은 방법 청구항이어도, 실질은 추상적 아이디어를 넓게 붙잡은 청구항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있다. 2026년 4월 28일 미국 연방항소법원(CAFC)이 선고한 Constellation Designs, LLC v. LG Electronics 사건이다. 여기서 Constellation Designs, LLC는 원고 특허권자이고, 사건의 핵심 기술인 “constellation”은 회사명이 아니라 디지털 통신에서 쓰이는 기술 용어이기도 하다. 우리말로는 보통 “성상도” 또는 “신호 성상”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디지털 데이터를 전파 신호로 바꾸고 다시 복원하기 위해 여러 신호 포인트를 좌표평면 위에 배치한 구조다. 이번 사건은 ATSC 3.0 방송 표준의 물리계층과 관련된 non-uniform constellation, 즉 균일하지 않은 신호 포인트 배치를 이용해 통신 용량을 높이는 기술을 다뤘다. CAFC 판결문도 이 사건이 기존 uniform constellation보다 유사한 신호대잡음비 조건에서 더 높은 용량을 갖는 non-uniform constellation을 사용하는 통신 시스템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사건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Constellation Designs는 LG전자의 ATSC 3.0 호환 TV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Constellation은 처음에는 7건 특허의 239개 청구항을 주장했지만, 소송이 진행되면서 실제로 법원이 판단해야 할 핵심 대상은 4건의 미국 특허, 9개 청구항으로 좁혀졌다. 대상 특허는 US 8,842,761, US 10,693,700, US 11,019,509, US 11,018,922였다. 이 4건은 하나의 원천기술에서 출발해 장기간의 계속출원(continuation application)과 일부계속출원(continuation-in-part, CIP)을 통해 확장된 패밀리 특허들이었다. 다시 말해, 이 사건은 단일 특허의 유효성 문제가 아니라, 미국식 continuation 전략으로 확장된 패밀리 청구항들이 실제 소송에서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새로운 §101 법리를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더 실무적인 지점에 있다. CAFC는 같은 원천기술에서 나온 패밀리 특허라도 청구항이 “최적화된 결과”를 말하는지, 아니면 “그 결과를 가능하게 한 구체적 구조”를 특정하는지에 따라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더구나 이 사건은 금융이나 광고 같은 전형적인 비즈니스 방법 특허가 아니라, ATSC 3.0 물리계층의 non-uniform constellation이라는 공학적 통신기술에 관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결과 중심 청구항은 §101의 문턱을 넘지 못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술 분야가 충분히 하드테크에 가까워 보여도, 청구항이 추상적인 성능 목표에 머물면 미국 특허법은 여전히 “구현수단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특허가 여러 건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같은 기술군에서 나온 패밀리 특허라도, 각 청구항이 발명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는지가 결정적이었다. CAFC는 포트폴리오의 규모보다 청구항의 구조를 보았다. 청구항이 최적화라는 개념을 넓게 붙잡고 있는지, 아니면 그 최적화를 구현하는 구체적 신호 배치 구조를 특정하고 있는지가 §101 판단을 갈랐다.
CAFC는 문제 된 청구항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 보았다. 하나는 “parallel decode capacity를 이용해 최적화된 constellation”이라는 식으로, 최적화된 신호 배치라는 개념을 비교적 포괄적으로 청구한 그룹이었다. 다른 하나는 그 최적화 결과로 구현된 constellation의 구체적인 구조, 즉 신호 포인트의 위치, 간격, 중첩 여부, 특정 point location 등을 청구항에 담은 그룹이었다. 전자가 “최적화라는 결과와 방향”을 넓게 붙잡은 청구항이었다면, 후자는 “그 최적화가 실제로 구현된 신호 배치 구조”를 특정한 청구항이었다.
이 차이가 §101 판단을 갈랐다. CAFC는 최적화 개념을 포괄적으로 담은 청구항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달성하는 구체적 방법이 청구항 자체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보아 특허적격성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파기·환송했다. 반면 구체적인 constellation 구조를 담은 청구항에 대해서는, 단순한 추상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통신 시스템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 구현수단으로 보았다. 같은 원천기술에서 출발했고, 같은 패밀리 전략 안에 있었지만, 청구항이 “최적화 개념”을 말했는지, 아니면 “구체적 구현 구조”를 특정했는지에 따라 항소심에서의 결과는 달라졌다.
핵심은 명확하다. 미국 §101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발명의 성능이 아니라, 그 성능을 가능하게 한 기술수단이 청구항 안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는가이다.

필자는 이 판결이 단순한 통신 표준특허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AI·소프트웨어 특허를 준비하는 기업에게 더 넓은 메시지를 준다. 기술 분야가 아무리 공학적이어도, 청구항이 “최적화”, “성능 향상”, “효율 개선”이라는 결과만 붙잡고 있으면 §101 리스크는 남는다. 반대로 성능 개선을 가능하게 한 데이터 흐름, 수치 조건, 모델 구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관계, 파라미터 산출 방식이 청구항에 들어가면 방어 논리는 달라진다. 미국 소프트웨어 특허에서 권리의 생명은 기술의 우수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우수성을 권리범위 안에 어떤 구조로 번역했는지가 중요하다.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다. “우리가 이 기술을 처음 개발했으니 특허도 당연히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신규성·진보성과 특허적격성은 서로 다른 질문이다. 처음 만든 기술인지, 기존 기술보다 진보한 기술인지는 §102, §103의 문제다. 반면 §101은 그보다 앞선 질문을 던진다. “이 청구항이 특허로 독점할 수 있는 구체적 기술수단을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추상적 아이디어나 결과를 넓게 붙잡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특허권자는 기술의 새로움과 비자명성을 강조했지만, CAFC는 그것만으로 §101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 다른 오해는 명세서에 대한 과신이다. 발명자는 “명세서 본문에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와 최적화 과정을 적어두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상황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이미 등록된 특허라면, 명세서에 구체적 구현 내용이 있더라도 그 내용이 청구항에 올라와 있지 않으면 §101 방어에 한계가 생긴다. 이번 사건에서도 CAFC는 명세서에 iterative optimization process가 기재되어 있었지만, 청구항이 그 구체적 과정을 충분히 담지 않았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권리는 명세서 전체가 아니라 청구항으로 행사된다. 명세서에 머문 기술 설명은, 결과 중심 청구항을 자동으로 구제하지 못한다.
심사 중인 미국출원에서는 문제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101 거절을 극복하려면 청구항을 구체적 기술수단 중심으로 보정해야 하는데, 최초 명세서에 그 재료가 없으면 보정이 막힌다. 데이터가 어떤 순서로 처리되는지, 어떤 파라미터가 어떻게 산출되는지, 모델 구조가 어떤 기술적 제약을 해결하는지, 하드웨어 또는 시스템 구성과 어떻게 결합되는지가 처음부터 적혀 있어야 한다. 미국 출원 후에는 새로운 기술 내용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없다. 결국 명세서는 단순한 기술 설명서가 아니다. 향후 청구항을 구체화하고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재료다. 미국 AI·소프트웨어 특허는 출원 단계부터 §101 대응을 염두에 두고 작성되어야 한다.
표준특허라고 해서 예외가 되는 것도 아니다. 기술이 ATSC 3.0 같은 산업 표준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사업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침해 입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판결에서 CAFC는 하나의 청구항 안에서도 일부 구성요소는 표준문서로, 나머지 구성요소는 제품별 증거로 입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표준 기반 증거와 제품별 증거를 claim limitation별로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은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포인트다. 그러나 표준 채택 여부가 특허적격성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표준은 시장 채택의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추상적인 기능 문구를 구체적 권리로 바꿔주지는 않는다.

이 사건의 의미는 두 방향에서 읽어야 한다. 하나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소프트웨어·AI 특허 공격을 받는 기업의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미국 특허를 확보하려는 기업의 관점이다. 양쪽 모두에게 핵심 질문은 같다. 청구항이 기술을 구체적 구현수단으로 붙잡고 있는가, 아니면 추상적인 결과나 기능을 넓게 포괄하고 있는가.
먼저, 미국에서 소프트웨어·AI 특허로 공격을 받는 기업이라면 상대방 특허의 청구항을 §101 관점에서 다시 읽어야 한다. 상대방 청구항이 “최적화”, “효율 개선”, “정확도 향상”, “자동 분석”과 같은 결과 중심 개념을 넓게 포괄하면서도, 그 결과를 달성하는 구체적 데이터 처리 구조나 연산 절차를 충분히 드러내지 않는다면 특허적격성 무효 주장은 실질적인 방어카드가 될 수 있다. 공격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성·진보성만 볼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과연 “특허로 독점할 수 있는 구체적 구현수단”을 청구항에 담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반대로, 미국 특허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출원 단계에서부터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특허들은 과거에 출원된 패밀리 특허였지만, CAFC가 본 기준은 지금의 출원 전략에도 그대로 의미가 있다. 핵심은 알고리즘이 좋은지 여부가 아니다. 청구항이 그 알고리즘을 추상적 아이디어로 붙잡고 있는지, 아니면 구체적 기술수단으로 표현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최적화된 처리”, “정확도 향상”, “효율 개선”이라는 목표를 넓게 청구하는 데 그치면 §101 리스크가 커진다. 미국 AI·소프트웨어 특허에서는 효과를 가능하게 한 데이터 처리 구조, 연산 절차, 시스템 구성, 파라미터 산출 방식이 청구항에 드러나야 한다.
따라서 한국 최초 출원 단계부터, 늦어도 PCT 또는 미국 국내단계 진입 시점에는 미국식 청구항 전략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데이터가 어떤 순서로 처리되는지, 어떤 파라미터가 어떤 조건에서 산출되는지, 모델 구조가 어떤 기술적 제약을 해결하는지,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는지까지 명세서와 청구항에 담아야 한다. 특히 AI 발명이라면 “모델이 예측한다”는 결과보다 입력 데이터의 구성, 전처리 방식, 특징값 생성, 모델 업데이트 조건, 추론 결과의 시스템 반영 방식까지 권리화 후보로 보아야 한다.

이미 미국 출원이 심사 중이라면, 먼저 기존 명세서 안에 §101 거절을 넘을 수 있는 재료가 있는지 보아야 한다. 데이터 처리 구조, 연산 절차, 파라미터 산출 방식, 시스템 결합관계가 충분히 기재되어 있다면 청구항 보정과 의견서 대응으로 극복을 시도할 수 있다. 문제는 명세서 자체가 추상적인 기능 설명에 머물러 있는 경우다. 이때는 continuation을 내더라도 새로운 기술 내용을 추가할 수 없다. 기존 명세서 안에 없는 구체적 구현수단을 뒤늦게 청구항에 넣기는 어렵다. 그래서 제품화 과정에서 구체화된 개선기술, 실시형태, 데이터 처리 흐름, 시스템 적용 구조를 반영한 일부계속출원(CIP) 또는 별도 신규출원 전략이 필요해진다. 다만 CIP로 추가한 신규 내용은 그 추가일을 기준으로 우선일이 판단될 수 있으므로, 기존 공개문헌, 제품 공개, 자사 공개자료와의 관계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결국 §101 대응은 미국 OA 이후의 사후 대응이 아니다. 최초 출원 단계부터 준비해야 하는 포트폴리오 설계의 문제다. AI·소프트웨어 기업이 미국 특허를 확보하려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 설명해서는 부족하다. “그것을 어떤 기술수단으로 가능하게 했는가”를 명세서에 담고, 청구항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미국 특허에서 살아남는 것은 좋은 결과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권리화된 구현수단이다.

한 줄 핵심 메시지
미국 AI·소프트웨어 특허의 생존력은 “성능 향상”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가능하게 한 구체적 구현수단이 청구항에 얼마나 담겼는지에 달려 있다.
BLT 칼럼은 BLT 파트너변리사가 작성하며 매주 1회 뉴스레터를 통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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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동 필자
박진호 연구원 / 특허법인 BLT 빌드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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