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다.
“콘텐츠 그냥 만들어라”, “매일 글을 써라“, ”퍼스널 브랜딩을 해라, 콘텐츠가 GTM이다”
요즘 이런 말들이 유행처럼 도는데, 매일 글을 쓰는 나로써도 이게 꽤 위험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이 조언을 따른 사람 중에 오래 살아남은 크리에이터를 나는 별로 본 적이 없다.
1️⃣ 소비에 대해서
스티브 잡스는 인도 철학을 흡수했다. 폴 그레이엄은 화가의 작업 방식을 탐구했다. 샘 알트만은 역사상 가장 많은 창업자를 만나고 들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비하지 않고 만들어내기만 한게 아니다. 남들보다 훨씬 더 깊고 넓게 소비했으면 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차이가 있다면, 소비를 멈추고 유감없이 뱉어내야 했던 타이밍을 알았다는 것. 그리고 소비한 것을 자기 언어로 재조합하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콘텐츠도 결국 언어다.
언어는 인풋 없이 발전하지 않는다. 어휘가 없으면 문장이 없고, 문장이 없으면 논리가 없고, 논리가 없으면 설득이 없다. 소비는 어휘를 쌓는 행위다. 만들기만 하는 사람은 결국 같은 단어만 반복하는 사람이 된다. 처음엔 독창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6개월 뒤, 1년 뒤를 보면 그 사람의 콘텐츠는 좁아지고 얕아진다. 자기 안에 있는 것만 꺼내다 보면, 결국 바닥이 드러난다.
창업자가 좋은 컨텐츠(그러니까 프레임워크로 정리될 글)을 만드는데 까지는 적어도 2-3년의 인풋, 즉 리소스를 태워 넣는 소비가 필요하자. 나한테도 적용되는데, 나는 앞으로 1~2년 간 내가 창업한 Outsome에 대해 배운점이나 인사이트 등을 쓸게 많지 않을것 같다. 500에 들어가 2-3년이 되고 나서야 나는 VC관점의 글을 올렸고, YC에 들어간지는 5-6년차 때부터 글을 올렸다. 스타트업 교육에 특화된 AC, 펀드를 어떻게 잘 운영했는지는 2-3년 뒤에나 정리될거다.
2️⃣ 파운더가 곧 마케팅 채널이다..?
GTM Stack에서 콘텐츠가 있어야 할 위치를 생각해보면,
Layer 1. Problem-Solution Fit
Layer 2. ICP 정의
Layer 3. Sales Motion (반복 가능한 세일즈 프로세스)
Layer 4. Repeatability (재현 가능한 매출)
Layer 5. Content & Amplification
콘텐츠는 5번이다. 1번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다. 아직 Layer 3도 없는 상태에서 Layer 5를 올리면 어떻게 되는가. 검증되지 않은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빠르게 퍼뜨리는 것뿐이다. 확산이 아니라 혼란의 증폭이다. LinkedIn은 기존 세일즈 프로세스가 있을 때만 의미 있다. 순서가 완전히 반대다. Sell → Repeat → Then Amplify.
3️⃣ Engagement vs Conversion Matrix
파운더에게 너무 이른 퍼스널 브랜딩이 위험한 이유는 반응과 수요를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콘텐츠에서 경우의 수는 총 네 가지인데
A/ Engagement + Conversion 둘다 높은 경우. 이상적이다. 근데 현실에서 거의 없다.
B/ Engagement는 낮은데 Conversion이 높은 경우. 이게 진짜 PMF다. 아무도 안 보는 것 같은데 돈은 낸다. 팔로워는 없는데 계약은 된다. 이게 초기 스타트업이 목표로 해야 할 상태다.
C/ Engagement는 높은데 Conversion이 낮은 경우. 가장 위험한 구간이다. 좋아요가 쌓인다. 팔로워가 는다. 공감 댓글이 달린다. 근데 돈은 안 낸다. 계약은 커녕, 데모도 안잡힌다.
D/ Engagement도 낮고 Conversion도 낮은 경우. 그냥 포기해야 할 채널임.
대부분의 Founder-led Content는 세 번째에 머문다. 사람들이 당신의 생각에는 관심 있으나 당신의 제품에는 관심 없는 상태.
초기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건 Engagement가 아니라 Conversion이다. 그리고 Conversion은 그저 훅킹되는 콘텐츠에서 오지 않는다. 퍼스널 브랜딩은 문제가 풀리면서 서서히 쌓인다.
4️⃣ Time Allocation
초기 스타트업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시간이 아니라 집중된 시간이다. 파운더의 시간을 두 종류로 나눠보자.
- High-Leverage Work: 고객 인터뷰, 세일즈 콜, 문제 정의, 제품 개선. 진짜 일.
- Low-Leverage Work: 글쓰기, 댓글 관리, 포스팅 기획, DM 응대. 이게 콘텐츠다.
콘텐츠는 보이는 일이다. 보이기 때문에 하고 있다는 착각을 준다. 올렸더니 반응이 오니 뭔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근데 진짜 중요한 일은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있지 않나. 파운더가 콘텐츠에 시간을 쓰는 순간, 회사에서 가장 비싼 자원이 가장 낮은 레버리지 활동에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
스타트업 = 미디어 회사. .? 이 전략의 가장 큰 위험은 결과물의 형태 자체가 바뀐다는 데 있다.
목표는 스타트업인데, 근데 실제로 만들어지는 건 미디어 회사의 결과물이고 BM이라면? 제품 매출이 아니라 팔로워 관심으로 굴러가는 구조라면 당신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된 것이다.
좋은 창업자는 보여지는 사람이 아니라, 팔리는 사람이다.
콘텐츠는 선택이며, 세일즈는 필수다. 이 순서는 절대 바뀌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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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Outsome FS 5기 at Maru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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