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를 만든 앤트로픽(Anthropic)의 교육 분야 리드 드류 벤트(Drew Bent)는 어느 날 자사 사용자 데이터를 살피던 중 한 가지 패턴이 눈에 띄었습니다. 같은 AI를 쓰는데도, 학생들의 실력은 점점 벌어지고 있던 겁니다.
평생 일대일 튜터링에 매달려 온 드류가 그 데이터에서 끌어낸 결론은 한 줄입니다.
AI를 잘 다루는 일은 기술적 스킬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사회적 스킬에 가깝다.
교육자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드류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거기서 만난 살 칸(Sal Khan)과 함께 무료 또래 튜터링 플랫폼 스쿨하우스(Schoolhouse)를 세웠습니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를 거쳐 지금은 앤트로픽에서 AI 튜터를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평생 매달릴 질문 하나를 품었습니다. '완벽한 일대일 학습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모두에게 그 학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 답을 찾기 위해 앤트로픽에 합류한 그가, 지금은 클로드 사용자들에게 이렇게 경고합니다. "AI 사용을 서두르지 마세요."
이번 글은 드류 벤트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같은 AI를 두고 6개월 뒤 사람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벌어지는지, 그 차이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2030년 교실은 어떤 모습일지 들어 보았습니다.
💡 앤트로픽(Anthropic) : 미국의 AI 안전성 연구 기업.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만들었고, OpenAI의 ChatGPT와 함께 글로벌 AI 시장을 이끄는 양대 회사로 꼽힙니다. AI 정렬(alignment), 즉 AI가 인간의 가치와 의도에 맞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연구를 핵심 가치로 내세웁니다.
[아티클 내비게이션]
- 같은 AI를 썼는데, 17% 격차가 생긴 이유
- 답이 아니라 어떤 '문제'인지를 들고 가세요
- AI는 도구가 아니라, 매주 진화하는 동료다
- 기술이 가장 잘 작동할 때, 기술은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AI를 썼는데, 17% 격차가 생긴 이유
1년쯤 전, 클로드가 가장 많이 쓰이는 영역 중 하나가 교육이었습니다. 학생과 교사가 활발히 클로드를 활용하고 있었거든요.
교육에 AI를 접목한다는 게 처음엔 좋은 신호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학생들 다수가 AI가 내놓은 정답을 별 생각 없이 베끼고 있던 겁니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드류에게 이 풍경은 가볍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장면들이 밤에 저를 잠 못 이루게 합니다."
배움의 핵심은 모르는 것 앞에서 헤매고 부딪히며 고민하는 시간에 있습니다. 그런데 AI 때문에 그 과정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 겁니다.
사내 연구진이 본격적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같은 코딩 과제를 두고 한 그룹은 AI를 쓸 수 있고, 다른 그룹은 못 씁니다. AI를 쓴 그룹이 훨씬 빨리 끝냈습니다. 거기서 끝났으면 평범한 결과였겠죠.
그다음 단계가 있었습니다. AI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똑같은 유형의 과제로 다시 평가했더니, AI를 쓰지 않은 그룹이 17%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AI를 쓴 학생들은 과제는 빨리 끝냈지만, 그 안에 담긴 개념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겁니다. 쉽게 정답을 베껴 제출했지만, 머리로는 단 한 번도 그 문제와 끝까지 씨름해 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AI를 쓴 학생들 사이에서도 결과가 갈렸다는 점입니다.
[A 부류 — AI를 자판기처럼 쓴 학생들] "이 함수 어떻게 짜요?" → 정답 복사 후 제출 → 다음 문제. 비슷한 문제를 다시 만나면 혼자 풀지 못합니다.
[B 부류 — AI를 동료처럼 다룬 학생들] "이 함수 어떻게 짜요?" → "근데 왜 이게 정답이에요?" → 원리 파악 → 다음 문제. 6개월 뒤에도 머릿속에서 스스로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같은 AI를 활용했지만, 6개월 뒤 학생들의 성취도는 크게 벌어져 있었습니다.
결국 격차를 만든 건 AI 사용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쓰는가였습니다.
"AI 앞에 앉을 때 우리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당장 이 일을 눈 앞에서 치워버리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 과정을 통해 내 실력을 한 뼘 더 키우는 것일까요?"
그런데 이 성취도 격차의 원인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상상력입니다.
드류는 업무차 르완다와 인도의 교실을 자주 찾습니다. 그곳 사람들 다수는 인터넷이나 노트북이 흔치 않은 환경에서 AI를 처음 접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2022년부터 AI를 써 온 사람들은 AI를 비서처럼 다룹니다. "이거 정리해 주세요. 이메일 좀 다듬어 주세요." 작년에 쓰던 방식을 오늘도 반복합니다. 반면 난생처음 AI를 마주한 사람들은 곧장 스케일이 다른 과제를 던집니다. 새로운 사업의 판을 짜 달라거나, 직원 30명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묻습니다. 처음부터 이 도구를 그 정도 일을 해낼 상대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을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사람이 오히려 앞설 수 있어요. 편견이 없으니까요."
문제는 편견입니다. 일찍 AI를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일수록, 처음 접했던 당시의 AI 수준에 생각이 갇혀 버립니다. AI는 1년 사이에 두세 번 넘게 진화하는데, 사용자의 머릿속은 여전히 작년에 멈춰 있습니다.
같은 도구 앞에 앉아도 어떤 사람은 지금 이 AI에게 큰일을 맡기고, 어떤 사람은 1년 전 방식으로 소소한 부탁만 던집니다. 결국 17%의 격차는 두 가지 질문으로 좁혀집니다. AI에게 무엇까지 시킬 수 있다고 상상하느냐, 받은 답을 어떻게 다루느냐.
그렇다면 AI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요. 드류가 권하는 방법은 한 줄로 요약됩니다.
답이 아니라 어떤 '문제'인지를 들고 가세요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AI 앞에 앉기도 전에, 이미 원하는 정답의 유형이 머릿속에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 문장 이렇게 고쳐 주세요" 하고 입력하면 짧고 간결한 답이 돌아옵니다. 애초에 간단하게 물어본 결과입니다.
드류의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질문하기 전에 그는 자기가 가진 모든 맥락을 먼저 풀어 놓습니다. 자기가 쓴 다른 글, 다니는 회사 정보, 이 주제로 두서없이 떠올린 생각의 덩어리까지. 질문이 아니라 상황 전체를 먼저 전달합니다.
"맥락이 없는 상태에서 AI한테 알아서 답을 추론해 보라고 시키는 거예요. 그게 진짜 한계입니다. 여러분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AI는 알 길이 없거든요."
회사 분위기, 보고 받는 임원의 관심사, 어제 회의에서 들은 말,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머릿속 혼란스러운 마음까지 모두 풀어 놓은 후에야 "여기서 보고서를 어떻게 짜야 할까요?" 하고 묻는 식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단순하고 짧은 질문에는 단순하고 뻔한 답으로 돌아옵니다. 투박한 날것의 고민이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줍니다.
드류는 답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함께 풀어 가는 AI를 매일 한 단계씩 성장하는 동료로 생각하면서 일합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하는 동료다
출근할 때마다 한 단계씩 똑똑해지는 신입사원이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월요일에 보고서 한 장 시키던 인턴이, 다음 주 월요일이면 신사업 기획안을 짜는 능력까지 갖춥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주일 전 입사 직후의 어리숙한 모습만 떠올리며 작은 일만 맡깁니다.
"사람은 보통 아주 천천히 변하거나, 아니면 어제와 거의 똑같아 보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쉼 없이 진화하는 동료를 우리는 거의 다뤄 본 적이 없습니다.
드류가 제안하는 루틴이 하나 있습니다. 매주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AI를 활용해 보는 겁니다.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 같아도요. 거창한 뜻이 아닙니다. 오늘 업무 시간에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 도구의 진짜 한계가 어디인지 시험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어떤 작업은 AI를 쓰는 게 손으로 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려요. 그래도 그렇게 하길 권합니다. 그 한 시간 한 시간이 오늘 AI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시간이거든요. 한층 더 성장한 다음 모델이 나왔을 때, 누구도 모르던 일을 가장 먼저 해내는 사람이 되는 길이에요."
오늘은 비록 손해일지라도, 내일은 이득을 봅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동료를 과거 한때의 모습으로 평가하는 순간, 그 동료가 보여 줄 가능성을 우리 손으로 닫아 버리는 셈이죠.
그런데 드류는 이 동료를 다루는 법을 프롬프트를 짜거나 기술적인 일이라기보단 다른 방식으로 묘사합니다. AI를 잘 다루는 일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감각에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15년, 20년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데 썼어요. 이제 AI라는 또 다른 종(種)이 우리 곁으로 찾아옵니다. 어느 날 업무 메신저 슬랙(Slack)에 동료로 등장하고, 곧 학교에 등장합니다. 이 친구를 다루는 법은 기술이 아니에요. 사람을 대하는 감각과 같습니다."
AI가 진화하는 생물이라면, '프롬프트 잘 짜는 기술' 한 가지로는 부족합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시대는 끝났어요. 그 너머에 있는 건, 이 새로운 동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맥락을 맞춰 나갈지, 그 대화의 결을 잡는 일입니다."
사람과 관계를 키우듯, 시간을 보내고, 반복하고, 한계를 더듬는 일.
AI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 곁에 막 등장한 새로운 동료입니다. 다루는 법은 사람을 대하는 감각이고요.
이 감각으로 AI를 다루는 사람들이 모인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드류가 묘사하는 2030년 교실에는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교실 어디에서도 기술, 그리고 AI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거든요.
기술이 가장 잘 작동할 때, 기술은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드류의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립니다. 전 세계 교사들이 모인 왓츠앱(WhatsApp) 그룹에 새 메시지가 올라옵니다.
"어제 클로드로 우리 반 학생 한 명을 위한 단어 카드 앱을 만들었어요. 그 학생이 자꾸 헷갈리는 단어 30개만 골라서요."
"오늘 수업 전에 즉석에서 수행 평가 하나를 만들었어요. 어제 끝난 수업 내용으로요. 딱 30분 만에요."
"새 커리큘럼을 짜고, 새로운 평가 도구를 만들고, 실력과 유형별로 학생들을 구분하는 것만도 1년이 걸렸어요. 지금은 한 시간이면 됩니다. 그것도 학생 한 명 한 명 맞춤형으로요."
이런 흐름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미국의 사립학교, 한 해 학비가 수억 원에 달하는 학교에서는 이미 학생 한 명을 위한 맞춤 학습 환경을 제공해 왔습니다. 드류가 꿈꾸는 2030년은 그 환경을 모든 학교로 가져가는 일입니다.
여기서 그가 강조하는 점이 있습니다. 드류가 말하는 '맞춤 학습'은 단순히 진도를 학생에 맞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영어로 보면 두 단어가 필요합니다.
- 개인화(Personalized) — AI가 학생 개개인의 진도와 약점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어 주는 것
- 인간적(Personal) — 그 학습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위에서 이뤄지는 것
"여러분이 학교에 가는 이유는, 대수 개념 하나, 역사 인물 한 명을 배우기 위해서만이 아니에요. 동료 시민, 친구, 동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배우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겉보기엔 이 둘이 충돌하는 듯합니다. 기술로 풍부해지는 학습과 사람이 중심에 있는 학습. 그런데 드류가 그리는 2030년 교실의 풍경은 한 줄로 정리됩니다.
2030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고 상상해 보세요. 모니터가 없습니다. 로봇도 없습니다. 학생들이 둘러앉아 서로의 풀이를 살펴보고, 선생님이 한 학생 옆에 앉아 어제 헷갈렸던 부분을 다시 짚어 주고 있을 뿐입니다. AI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그 뒤편에서 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조용히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에요. AI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거죠. 사람을 중심에 놓는 거예요."
이런 미래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앤트로픽이 개발자용 코딩 도구로 만든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코딩이 본업이 아닌 사람들이 외국어 공부와 경제 개념 학습에 학습 코치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노트와 학습 스타일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AI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길들여 갑니다.
"원래 클로드 코드는 코딩 도구로 만들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학습과 교육에 쓰고 있어요. 미래의 학습 도구가 꼭 우리가 아는 챗봇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죠."
기술이 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작동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에게 시선을 둘 수 있습니다.
드류가 전하는 AI의 잠재력이 한국의 교육 현장, 그리고 업무 현장에 도착하는 데 1년이 걸릴 수도, 단 몇 주 안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AI라는 도구의 잠재력을 어디까지 상상하는지에 따라 달렸죠.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6개월 뒤 같은 AI를 쓰는 누군가와 여러분 사이에 격차가 벌어진다면, 그건 AI 때문이 아닙니다. 그 차이가 시작되는 곳은, 바로 오늘 여러분이 던지는 한 줄의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AI에게 정답을 구하고 끝냈습니까? 아니면 그 답을 지렛대 삼아 진짜 질문을 던졌습니까?
👆 앤트로픽(Anthropic) 교육 리드 드류 벤트(Drew Bent)가 말하는 'AI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를 영상으로도 만나 보세요!
| 편집: 김지윤 | 글: 서용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