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이 폐업했다.
초기창업자 1만 명을 옆에서 본 사람이 발견한 5가지 패턴
2024년에는 폐업하는 사람이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국세청이 사업자 통계를 집계한 199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에요. 정확히는 100만 8,282명.
저는 그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멍해졌어요.
100만 명이라는 게 어떤 무게인지 잘 안 잡히잖아요. 그런데 다른 숫자 하나를 같이 놓으면 무게가 좀 잡힙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를 보면, 2023년에 한국에서 1인 창업한 사람이 116만 명이었어요. 그 한 해 동안 새로 시작한 1인 사장 수만큼이, 다음 해에 폐업한 셈이에요.
저는 5개월 동안 한 1인 창업 플랫폼에서 1만 명의 1인 창업자가 보낸 채팅 25만 개를 옆에서 봤습니다. 그 채팅들에는 사람들의 시작이 담겨 있어요. 사업자등록 직전에 던지는 첫 질문, 등록 후에 다시 들어와서 묻는 후속 질문, 6개월 뒤 폐업 처리하러 오는 마지막 질문까지요.
그 1만 명이 다 폐업으로 가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메시지를 한참 보다 보면 1년 뒤 위험해질 사람의 모양이 점점 보여요.
오늘은 그 모양 다섯 개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패턴 1. 혼자서 다 정하려는 사람
가장 자주 보였습니다.
이 사람들의 첫 메시지는 이래요. "업종코드 A와 B 중에 뭐가 맞을까요?" 이미 본인이 검색을 다 해보고 온 톤이에요. 답을 듣고 나면 또 묻습니다. "그러면 과세 유형은 어떻게 하나요?" 그렇게 한 번 들어와서 평균 26개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세무사·법무사를 부르지 않는 게 문제는 아니에요. 문제는 본인이 세무·법인까지 전부 직접 결정하고, 6개월 뒤 다시 들어와서 "이게 맞는 선택이었나요?"를 묻는다는 겁니다.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아요. 한국 세제는 등록 시점에 정한 네 가지(업종코드·과세유형·지역·사업자유형)가 5년치 결과를 만들거든요.
패턴 2. 등록부터 빠르게 끝내려는 사람
거꾸로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데이터는 그렇게 말합니다.
등록을 5분에 끝낸 사람일수록 6개월 뒤 다시 옵니다. 인허가에서 막혀서요.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는 걸 등록 후에 알았어요." "건강기능식품인데 별도 인허가가 필요한 줄 몰랐어요." 5개월간 들어온 인허가 질문이 영역 외 전체 질문의 29.3%였습니다. 등록 직전에 알았어야 할 정보를 등록 직후에 묻는 사람들의 비중이에요.
빠르게 끝내려는 욕심이 결국 폐업 후 재등록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습니다.
패턴 3. 세금이 무서워서 미루는 사람
영역 외 질문의 49.2%가 세무·회계였어요. 절반에 가까운 비중이죠.
이 비중이 큰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한국 세제가 복잡해서. 둘째, 사람들이 계속 미루다가 신고 직전에 한꺼번에 들어와서 묻기 때문이에요.
미루는 사람의 첫 질문이 들어오는 시점은 보통 5월(종합소득세) 또는 1월(부가세). 이때 들어오는 메시지는 평균보다 훨씬 길어집니다. 6개월치 학습을 한 번에 압축해서 하려고 하니까요.
그 압축이 첫 신고에서 데미지를 만듭니다. 가산세, 중복신고, 업종 누락 같은 것들요.
패턴 4. 한꺼번에 다 묻는 사람
5개월 동안 81.3%가 한 번만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그 한 번에 평균 26개 메시지를 주고받았어요.
한 번 들어와서 사업자등록·세무·인허가·결제 시스템·정부지원금까지 한꺼번에 묻는 사람들이에요. 5개 영역의 미지를 한 자리에서 해소하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답변을 다 받고 나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서 멈춥니다. 너무 많이 한꺼번에 알면 첫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작은 것부터 하나씩 결정하는 사람과, 큰 그림을 한 번에 그리려는 사람의 첫 1년은 정말 다릅니다.
패턴 5. 다시 등록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폐업 후 재등록 문의는 생각보다 자주 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자주 놓치는 게 있어요. 청년 창업 세액감면, 비과밀 지역 감면, 업종별 감면. 이런 세제 혜택이 대부분 5년 유효기간을 가지고 있고, 폐업 후 재등록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다시 하면 되죠"가 통하지 않는 영역이 한국 세제예요. 한 번 시작했을 때의 5년이 다시는 안 옵니다.
다섯 패턴의 한 가지 공통점
다섯 패턴이 다 다른 사람의 모양 같지만, 한 줄로 묶이는 공통점이 있어요.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
한국에서 사업자등록은 5분 안에 끝나지만, 그 5분 앞의 60일이 1년 뒤를 가릅니다. 100만 폐업이 보여주는 건, 그 60일을 안 쓴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사실 같아요.
당신이 지금 브랜드 런칭 앞두고 있다면, 위 다섯 패턴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거꾸로 등록 후 6개월이 지났다면, 다시 6개월 전으로 돌아가서 어떤 학습을 했어야 했나요?
답을 적어두는 것 만으로도, 1년 뒤가 좀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