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6z Speedrun AC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Joshua Lu는 탈락하는 팀들의 가장 흔한 실수를 이렇게 말했다.
"시장 논리와 문제 정의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 내용이 틀려서 나쁜 평가를 받는것이 아니다. 어차피 아이디어는 작게든, 크게든 무조건 바뀐다. 가장 성공한 테크 기업들도 초기에 예상치 못한 벽을 만나 기존의 아이디어를 수정했고, 그 중 상당수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로 피벗했다. 처음에 만들려던 것이 결국 성공을 만들어낸 것과 달랐다.
아이디어/제품을 보는것이 아니라면,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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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팀의 보완성이다.
한 명은 개발자, 한 명은 비즈니스 가이. 이런 공식이 아니다. Lu가 말하는 보완성은 조금 더 추상적이고 미묘하다. 팀 전체로 봤을 때 "눈에 띄는 공백(glaring holes in capabilities or interests)"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더 중요한 건 팀 스스로가 그 공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기술적 접근뿐만 아니라 사업이라는 유기적 생태계 안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냉정하게 보는 팀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족함을 인지하고 보완할 계획이 이미 있는 팀은, 자신들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팀에 비해 월등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자기 인식이 없는 팀은 벽을 만났을 때 공백을 인정하지 못하고, 결국 그 공백이 팀을 갈라놓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함께한 세월이다.
같이 일해본 경험, 혹은 서로 공유하는 배경이 있는 팀을 선호한다. 본문에 나온 이유가 꽤나 구체적이다. 창업 과정에서 의견 충돌은 반드시 생긴다. 방향이 갈리고, 우선순위가 충돌하고, 누군가의 판단이 틀렸음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온다. 그 순간, 서로가 어떻게 부딪히고 어떻게 극복하는지 - 그 패턴을 이미 갖고 있는 팀이 평균적으로 그러한 과정을 더 잘 이겨낸다. 처음 만난 팀은 그 패턴을 - 어떠면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 창업 과정에서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Lu가 선호하는 건 갈등을 피하는 팀이 아니라, 갈등을 이미 통과해본 팀이다.
세 번째는 이미 세상에서 움직여본 흔적이다.
Lu는 "very small spark"라는 표현을 썼다. 작은 불씨라도 가져오면 자기들이 거기에 가솔린을 붓겠다고 했다. 반대로 말하면, 불씨 없이 아이디어만 가져오는 팀에게 Speedrun은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어떤 반응이든 확인해봤는가. 가설을 세우고 실제로 사람들 앞에 내놓아봤는가. 작더라도 그 과정을 거친 팀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증명한 셈이다. 초기 단계일수록 말보다 실행의 흔적이 훨씬 많은 것을 보여준다.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팀이 아니라, 이미 뭔가를 만들어보고 부딪혀본 팀 — Speedrun이 찾는 건 그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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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세 가지 기준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어떤 팀과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 것인가"
이 팀이 앞으로 만날 것들을 - 예측하지 못한 실패, 방향의 혼란, 서로 간의 충돌 - 함께 이겨낼 수 있는가. 역량은 보완할 수 있고 아이디어는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는 힘과 합은, 팀이 처음부터 보유하거나-아니면 끝내 갖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결국, 함께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