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와 저작권 — 서로 다른 보호의 층위
지식재산권 중 소프트웨어를 보호할 수 있는 권리는 특허권과 저작권의 두 가지입니다. 두 제도는 보호 대상과 요건이 명확히 구별됩니다. 특허는 소프트웨어가 구현하는 알고리즘, 즉 기술적 사상 자체를 보호합니다.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라면 구현 방식과 무관하게 특허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저작권은 그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프로그램 코드를 보호합니다. 창작과 동시에 자동으로 발생하며 별도의 출원·심사 절차가 필요 없는 대신,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코드가 무단으로 복제된 경우에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저작권은 소프트웨어 보호에 있어 특허를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작권 보호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두 가지 사건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Chardet 사례 — AI 재작성과 라이선스 전환
Chardet는 파이썬 생태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온 문자 인코딩 감지 라이브러리입니다. 오랜 기간 LGPL(Lesser General Public License) 라이선스 하에 배포되어 왔으며, 이 라이선스는 해당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배포할 경우 일정한 소스 공개 의무를 부과합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버전 7.0은 AI를 활용하여 기존 코드베이스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한 뒤,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은 MIT 라이선스로 전환하였습니다.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을 보호하는 권리이므로, 동일한 소프트웨어라도 이를 별도의 코드로 구현하였다면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AI의 등장으로 인해 코드를 재작성하는 것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AI를 이용해 기능적으로 동등한 코드를 새롭게 생성하기만 하면 기존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 또는 라이선스 위반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일까요? 현행 저작권 법리만으로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Malus 사례 — AI 재구축을 비즈니스 모델로
Chardet 사례가 개별 프로젝트 차원의 전환이었다면, Malus는 이를 하나의 사업 모델로 구조화한 서비스입니다. Malus는 GPL 등 강한 copyleft 조건을 가진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AI로 재구현하여, 보다 자유로운 라이선스 하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업들이 상용 제품에 오픈소스를 활용하면서도 소스 공개 의무를 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서비스를 둘러싸고 법적 쟁점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립니다.
Malus 측 논거
- AI가 생성한 코드는 기존 코드베이스를 직접 복제한 것이 아니다. 저작권법상 침해는 표현의 복제를 요건으로 하므로, 기능을 참조하여 독립적으로 작성된 코드에는 기존 copyleft 조건이 적용될 수 없다. 이른바 '클린룸 개발(clean-room development)'과 유사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반대 측 논거
- 기존 코드의 구조·로직·설계를 그대로 참조하여 재구현한 것은 실질적으로 파생 저작물(derivative work)에 해당한다. AI를 매개로 했다는 사실이 법적 성격을 바꾸지 않으며, 오픈소스 생태계의 라이선스 질서를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행 법 체계 내에서 위 사례를 직접적으로 다룬 판례나 입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Malus 사례는 AI가 오픈소스 생태계의 라이선스 질서를 구조적으로 우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법적·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저작권 보호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위 두 사례가 공통으로 드러내는 것은, 코드 작성이 AI로 대체되면서 소프트웨어 보호의 한 축인 저작권의 존립 기반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작권은 인간의 창작적 표현만을 보호 대상으로 합니다. AI가 생성한 코드에 저작권이 귀속되는지 자체가 아직 각국에서 논쟁 중인 상황에서, AI로 재작성한 코드가 기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더욱 불분명합니다.
두 사례가 어떤 법적 결론에 이를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AI의 등장으로 인해 현재의 저작권 체계가 그 형태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은 점점 명백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기업과 개발자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현 단계에서의 현실적인 대응은 저작권이 아닌 특허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입니다. 특허가 보호하는 알고리즘은 아직까지 AI의 재작성으로 인한 법적 공백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영역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 자체에 대한 특허를 확보해 두면 구현 방식과 무관하게 보호 효과가 미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AI를 이용해 해당 알고리즘을 새롭게 구현하더라도, 특허 침해 주장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저작권이 '표현'을 보호한다면, 특허는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에 소프트웨어 지식재산의 실효적 보호를 위해서는, 특허 전략의 선제적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