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소설가 김애란 작가가 이야기한 ‘망설임’을 캡처해 자신의 SNS에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 그녀는 AI에겐 없고 인간에겐 있는 것이 망설임이라 짚었다. 1초 만에 답을 내는 효율성과, 고민이나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함을 꼬집은 것
3. 이는 대중이 생성형 AI를 바라보는 현재의 복합적인 시각과 피로감을 대변한다.
4. 2025년만 해도 ‘GPT 지브리 이미지 만들어줘’처럼 생성형 AI에 대한 대중의 시각은 ‘경이로움’이었다. 오랫동안 공들여 하던 작업을 단번에 만들어 내자 너도나도 결과물을 공유하며 즐겼다.
5. 하지만 이제 AI에 대한 반응은 불안과 분노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Z세대를 중심으로 긍정적 반응은 감소하고, 부정적 반응(분노, 불안)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6. 직업 대체라는 위협도 크지만, 양산된 AI 슬롭 콘텐츠에 대한 피로도가 핵심이다. 인터넷이 봇으로 도배되자 대중은 투박한 진짜를 갈망하게 되었다.
7. 1년 전엔 AI와 대화하며 장난치는 것이 유행했지만, 이젠 AI 밈을 사람이 재현하며 인간이 만들었음을 증명하는 NOT AI의 가벼운 콘텐츠도 각광받는다.
8. 이러한 인식은 마케팅 분야에서 먼저 가시화되고 있다.
9. 비용 절감을 위해 기업이 AI 광고를 도입하지만 반발심이 보인다. 작년 맥도날드의 크리스마스 AI 광고는 “기괴하다”는 혹평 속에 내려갔다. 소비자가 AI의 효율을 ‘노력의 결핍’으로 인지했기 때문
10. 역사가 깊고 헤리티지가 있는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 명품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장인 정신이다.
11. 똑똑한 브랜드들은 데이터 분석 같은 백엔드에만 AI를 숨기고, 프론트는 인간의 몫으로 남겨 진정성을 어필한다.
12. 예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AI 예술은 공허한가"라는 담론과 함께, 모방을 원천봉쇄하는 글레이즈, 나이트셰이드 툴이 쓰이고 웹툰에선 AI 의심 시 별점 테러를 한다.
13. 반대로 수작업을 고집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장인들이 만든 인생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영상미 이면에 담긴 미련한 '노력' 자체가 바이럴 된 것.
14. 완벽한 결과를 딸깍 도출하는 시대에는, ‘결과의 완벽함’이 더 이상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이제는 그 ‘과정’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각광받을 것이다.
15. 과정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굥하우스다. 비즈니스가 중심인 인테리어 카테고리임에도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평균 20만 이상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다.(41만 기준)
16. 꿀팁만 나열하는 대신, 낡은 옥탑방, 할머니집, 국가 유공자, 아이들의 집을 며칠에 걸쳐 직접 땀 흘리며 고쳐나가는 스토리를, 날 것 그대로 30분 영상에 담아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17. 특히 이 과정은 굥하우스만의 색감과 분위기로 나타나는데, 힐링된다는 댓글들이 많다. AI로 효율만 챙긴 쇼츠 양산 채널이 조회수는 높아도 팬덤은 결코 형성하지 못하는 것과 대조된다.
18. 유튜브 영상 요약 기능으로 인해, 정보성 콘텐츠는 시청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핵심 내용만 순식간에 요약해 버리기 때문.
19. 하지만 재미와 위로, 특히 타인의 수고로움을 통해 위로를 주는 콘텐츠는, AI가 텍스트로 요약한다고 그 본질적인 힐링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20. 이 흐름은 유튜버의 ‘취약성(Vulnerability)’ 공유와도 직결된다. 브이로그에서 자신의 콤플렉스나 찌질한 실수를 고백하는 서사가 유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1.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고뇌, 망설임, 좌절, 실패 같은 불완전함이 핵심이다. 기계가 완벽해질수록 역설적이게 이 투박한 인간의 결함은 가장 비싼 사치재로 대우받는다.
22. 머지않아 테크 기업들은 인간의 호감을 얻기 위해, AI가 일부러 대답을 망설이거나 실수를 연기하게 만드는 ‘휴먼 워싱(Human-washing)’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23. 그렇다고 AI를 완전히 배척하자는 흐름은 아니다. 현 시점은, AI를 통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만들었냐'가 아니라 '누가, 어떠한 마음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다.
24.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망설였는지, 얼마나 실패했는지, 얼마나 수정했는지가 인간적인 콘텐츠, 즉, ‘진정성’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