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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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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목요일, 창업가들의 인사이트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창업가들의 Day 0로 돌아가, 그들의 ‘처음’에 담긴 고민과 배움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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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종이에 적는다고 상상해볼까요. 분명 머릿속에는 있는데,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해 얼버무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기획 문서에 담아야 하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본질이 흐려질 위험이 있습니다.

캐머론 아담스(Cameron Adams) 이 ‘소실’에 주목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창의력을 잃거나 낭비되지 않도록 도구의 한계를 걷어내고자 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멜라니 퍼킨스(Melanie Perkins)의 비전과 만나 매달 2억 6,500만 명이 사용하고, 8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인 ‘캔바(Canva)*’가 탄생했습니다.

지난 24년 9월 멜라니의 시점에서 캔바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캔바의 공동창업자이며CPO(Chief Product Officer)인 캐머론 아담스의 Day 0로 돌아가보려 합니다.

*캔바(Canva) : 모든 사람이 디자인에 쉽게 접근하여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그래픽 디자인 플랫폼

오늘의 인사이트 요약
1. 실패로 알게 되는 것 
2. NO lean startup, YES perfect startup! 
3. 론칭 첫 날은 가장 중요하지 않은 날이다
4. 멈추는 것도 전략이다

1. 실패로 알게 되는 것

캐머론에게 기술이란 놀잇감 그 자체였습니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컴퓨터 가게에서 몰래 비디오 게임을 열어 컴퓨터에 복사하고 다시 밀봉해 선반에 올려두던 아이. 그 손이 자라서 코드를 짜고, 디자인을 하고, 블로그도 만들었습니다.

그는 맬버른 대학교에서 법학과 컴퓨터사이언스를 복수 전공했습니다. 성적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법조 취업 지원을 깜빡 잊었다고 합니다. 사실 잊은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운영하던 웹 디자인 블로그 'The Man in Blue'가 더 재밌었으니까요. 6년간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면서도 블로그는 계속됐고, 결국 그것은 UI 디자이너로서 구글로 합류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캐머론이 운영 중인 블로그 'The Man in Blue' (출처 : 블로그)

구글에서 4년 동안 '구글 웨이브(Google Wave)*'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2009년에 실시간 협업이라니, 기술적으로 시대를 앞선 프로젝트였고 내부에서도 큰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를 부흥하지 못했죠. 기술자 눈에만 완벽한 제품이었고, 일반 사용자에게는 그저 쓰기 싫은 복잡한 화면일 뿐이었습니다. 당시 구글은 극도로 엔지니어링 중심인 환경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그는 오히려 ‘제품과 디자인이 중심이 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구글 웨이브(Google Wave: 구글이 출시한 실시간 협업 플랫폼. 이메일·메신저·위키·문서 편집을 하나로 통합을 시도.

그는 몇몇 동료와 구글을 나와 이메일 스타트업 플루언트(Fluent)*를 창업했습니다. 그들은 사용자 중심의 설계와 디자인을 최우선적 가치로 두었습니다. 출시 전부터 “트위터 타임라인 같은 이메일”이란 타이틀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팀 전체가 제품 중심적 사고에만 치우친 나머지 수익 모델과 비즈니스 구조를 설계하지 못한 점이 두 번째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플루언트(Fluent) : 2011년 창업한 이메일 협업 스타트업으로, 파일 공유·노트·작업 관리를 하나로 묶어 이메일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이 실패는 캐머론 스스로가 본인의 강점과 부족한 점을 선명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공적인 팀이 되려면 제품 역량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추진력과 거대한 비전을 가진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왼쪽부터 클리프 오브레히트 : 캔바 공동창업자 겸 COO, 캐머론 애덤스 : 캔바 공동창업자 겸 CPO,  멜라니 퍼킨스 : 캔바 공동창업자 겸 CEO (출처 : 구글)

플루언트를 정리하던 때, 구글 시절 상사였던 라스 라스무센(Lars Rasmussen)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는 캐머론에게 멜라니 퍼킨스(Melanie Perkins)와 클리프 오브레히트(Cliff Obrecht)를 캐머론에게 소개했습니다.

두 사람의 스타트업 캔바(Canva)는 100번 이상의 투자 거절을 겪으며 냉혹한 초기 단계를 거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겐 제품 완성도를 올려줄 누군가가 필요했죠. 플루언트를 깊이 살펴본 멜라니는 비즈니스적 실패와는 상관 없이 그동안 찾던 적임자임을 확신했습니다.

캐머론이 합류를 결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디자인의 힘을 전하겠다”는 그녀의 비전은 그에게 강렬하게 다가왔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합류로 캔바는 ‘아이디어’에서 실제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2. NO lean startup, YES perfect startup!

캔바 (출처 : 웹사이트)

캐머론이 합류한 후, 제품 공식 출시까지는 16개월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 6개월은 캐머론, 멜라니, 클리프 셋이 텅 빈 사무실에서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썼습니다. 당시 실리콘밸리는 린스타트업 열풍이었습니다. 최소 기능만으로 빨리 내놓고 고치는 방식. 일반적인 스타트업보다 3배 느린 속도였고, 투자자들의 압박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캔바 팀은 완강했습니다. '실망해서 떠난 사용자는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멜라니의 철학과, 앞선 실패에서 얻은 캐머론의 경험이 더해진 결과였습니다.

*프로토타입(Prototype): 정식 출시 전 핵심 기능만 구현해 만든 시제품

이후 본격적인 사용자 테스트에 들어갔습니다. 사무실 작은 테이블에 사용자를 앉혀두고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어디서 막히는지, 어디서 포기하는지를 세밀히 기록했습니다. 이후 온라인 테스트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3~4일마다 새 버전을 배포하고, 20명 내외의 사용자에게 피드백 영상을 받아 즉시 반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기능이 아닌 심리적 장벽이었습니다. 캔바의 ‘빈 화면’은 처음 쓰는 사용자에게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닌데, 모든 걸 망쳐버릴까봐 무섭다.” 그 두려움 시작을 망설이게 만들었습니다.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시작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캔바 팀은 이 두려움을 허무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별한 온보딩 과정을 설계했습니다. 23초짜리 사용법 영상을 미리 보여주고, ‘원숭이에게 모자 씌우기’라는 참여형 미션을 통해 망설이기 전 직접 만져보게 만들었습니다.

출시 2~3개월을 앞두고 타깃이 좁혀졌습니다. 처음엔 '전 세계 모든 이들을 위한 디자인 플랫폼'을 그렸지만, 모두에게 말하려다 보니 누구에게도 명확한 가치를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집중 타깃은 사용자 테스트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캔바에 가장 강하게 반응한 소셜미디어 마케터였습니다. 디자이너가 아니지만 많은 양의 이미지가 필요하고, 늘 시간과 예산이 부족한 사람들. 캔바는 이들의 능력을 확장시켜 줄 도구였습니다. 직무 특성상 새로운 도구와 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집단이기도 했습니다. 캔바 팀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캔바를 알려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가치를 줄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확산도 기대할 수 있는 첫 번째 타깃에게 선택과 집중을 결정했습니다.

“거대한 비전과 오늘 당장 누군가에게 유용한 제품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론칭 첫 날은 가장 중요하지 않은 날이다

론칭 당일, 캔바 팀은 Google Analytics 대시보드를 벽에 크게 띄워놓고 기다렸습니다. 15,000명의 대기자가 있었음에도 첫날 가입자는 단 500명이었습니다. 허탈했지만 캐머론은 다음날도 여느 날처럼 출근했습니다. 어떻게 제품을 계속 만들어갈지, 어떻게 성장시킬지 고민하면서요.

"출시 그 자체는 회사나 제품의 성공이 아닙니다. 진짜 성공은 출시 이후의 모든 날들에 달려 있습니다."

준비했던 것들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5,000명, 한 달 만에 20,000명. J커브를 그려냈습니다. 론칭 1년 후 캔바에서 만들어진 디자인은 50만 개가 됐습니다.

성장의 바탕은 제품이었습니다. 첫인상에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감탄을 만들어낸 온보딩. 그 결과 첫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다시 돌아왔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캔바를 알렸습니다. 지금도 캔바 트래픽의 대부분은 광고 없이 유기적으로 발생합니다.

💡 Insight Note [제품과 검색을 잇는 SEO 전략]
캔바 팀은 초기에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엔진 최적화)에 대해 무지했다. 외부 전문가 영입을 결정하며 단순 트래픽이 아닌, 사용자가 고민하는 순간부터 제품 안에서 실제 결과물을 만드는 순간까지 전체 흐름을 설계하자는 목표를 세웠다.멈추는 것도 전략이다.

  • 문제 해결 키워드 타깃: 잠재 사용자가 디자인 관련 검색할 수 있는 수백, 수천 가지의 용어를 매핑했다.
  • 맞춤형 랜딩 페이지: 로고 만들기를 검색했다면, 캔바의 일반 홈페이지가 아닌 로고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하고 바로 제작을 시작할 수 있는 전용 페이지를 만나게 된다.
  • 검색과 제품 가치의 연결: 검색 의도와 실제 사용의 간극을 없애고, 하고 싶은 작업을 캔바에서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4. 멈추는 것도 전략이다

캐머론 아담스 (출처 : 구글)

성장은 통증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2018년 캔바는 사용자 수 3,000만 명을 돌파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늘수록 로딩 속도는 3초에서 8초로 길어졌고 협업 시 버벅임이 발생했습니다. 초기 코드베이스가 사용자 규모를 견디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캐머론은 기능 개선과 신규 출시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더 성장하려면 그 기능들을 담아낼 그릇 자체를 다시 지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사용자 요청에 응답할 수 없었고, 팀 사기는 떨어졌습니다. 투자자의 압박도 견뎌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캐머론에게 캔바는 단순히 현재를 위한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도구의 한계 없이 협업할 수 있는 세상을 바꾸는 도구로 설계했기 때문에, 당장의 신기능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확장성과 기술 스택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2018~2020년은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3년이었습니다. 코드베이스를 재작성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사용자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2020년 초반, 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그 직후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협업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준비된 기술력 덕분에 캔바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2020년 사용자 수 75% 증가했고, 2021년 1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 폭발적 성장의 배경엔 당장의 지표보단 제품이 만들어 낼 본질적 가치에 집중한 그의 신념이 있었습니다.

출시 첫 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캔바는 2025년 기준 기업 가치 400억 달러(한화 약 55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2억 6,500만명에 달하죠. 늘어난 사용자에 발맞추어 쓰이는 방식 또한 확장되었습니다.

캔바는 현재 190개국에 100개의 언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캐머론은 단순히 번역하는 것을 넘어, 각 국가의 문화적, 사회적 상호작용에 맞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풍부한 로컬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해왔습니다. 또 개인이 쉽게 템플릿 기반 편집을 하도록 돕던 디자인 툴에서, 이제는 Amazon, FedEx, New York Stock Exchange의 수만 명의 직원이 소통하고 협업하는 플랫폼이자 워크플로우가 되었습니다.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스프레드시트에 ‘50% 할인’, ‘가을 기획전’ 정도만 입력하면 이미지·카피·광고 소재가 자동으로 생성되어 다양한 채널에 동시에 확장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캐머론과 캔바 팀은 늘 “1%만 완료되었다”고 말합니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견고해지고 있지만, 그들이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기술의 최신성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구에 기술을 입혀 한계를 걷어내는 것. 그로써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재된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도록 하는 것. 그들은 여전히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유튜브 First Round Capital의 How Canva leveraged unconventional growth levers to grow to $42B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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