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운영 #커리어
둘 다 잘하는 사람을 찾으려다, 승진할 사람이 없어졌다

좋은 직원이라면 자기 일을 잘 처리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 일이 다른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시스템과 구조까지 같이 짜둬야 한다.

한참 동안 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렇게 믿고 채용을 했고, 그렇게 믿고 승진을 시켰고, 그렇게 믿고 조직을 짰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가지를 다 잘하는 사람만 리드로 올리겠다고 결정했더니

승진시킬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았습니다.

 


한 명에게 두 역량을 동시에 요구하는 게 가능할까

 

처음에는 각 팀의 실무진이 자기 업무를 하면서

자기들이 쓸 매뉴얼과 시스템도 같이 짜도록 했습니다.

 

본인이 가장 잘 아는 일이니 본인이 시스템도 잘 만들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빠르게 드러났습니다.

시스템이라는 건 혼자만을 위한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쓰게 만드는 것이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이 각자 자기 시스템을 만들다보니,

만드는 사람 수만큼 서로 다른 시스템이 생겨버렸습니다.

 


이번엔 리드급에게 맡겨봤습니다

 

시스템 설계를 팀장·파트장 같은 리드급 라인으로 올렸습니다.

실무진은 자기 실무에만 집중하고,

리드급이 자기 팀의 실무를 관리하면서 시스템 설계까지 같이 맡는 구조였습니다.

 

이번에는 잘 굴러갈 줄 알았습니다.

시스템 설계자가 한 단계 위로 올라갔으니,

통일성도 잡히고 실무진의 부담도 줄어들 거라고요.

 

예상했던대로 통일성은 생겼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들이 줄줄이 따라왔습니다.

 

실무를 잘하는 사람이 리드로 승진하면, 시스템을 못 만들었습니다.

매뉴얼을 짜라고 한두 달씩 시간을 줘도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실무와 시스템의 설계는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는 일이었습니다.

 

반대로 시스템을 잘 짜는 사람이 리드가 되면, 이번에는 실무가 약해졌습니다.

실무진이 어려운 문제에 막혔을 때 위에서 받쳐줄 힘이 부족했습니다.

시스템은 잘 만들어지는데, 그 팀의 실무 퍼포먼스가 떨어졌습니다.

 

그러면 둘 다 잘하는 사람만 승진시키자. 이렇게 결정했더니,

또 다른 문제가 따라왔습니다.

둘 다 잘하는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한쪽은 분명히 잘하는데 다른 쪽이 약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약한 쪽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충분히 잘하는데도 승진 루트가 막혀버린 사람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역량 모두 뛰어난 것이 증명되어야만 승진이 가능한 구조 속에서

한 가지 강점이 뛰어난 사람들의 동기가 빠르게 식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제야 받아들였습니다.

실무를 잘하는 역량과 시스템을 짜는 역량은 다른 영역이라는 걸.

둘 다 잘하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지만, 그것이 기본 구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걸.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건 사람을 잘 뽑거나 잘 키워서 풀 문제가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꿔야 풀리는 문제라고.

 


본사가 없는 가맹점은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 패티를 굽는 사람은 매장 운영 매뉴얼을 만들지 않습니다.

매뉴얼은 본사가 만듭니다.

매장은 그 매뉴얼대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손님을 끌어올지에만 집중합니다.

이 당연한 구조가 우리 회사에는 한참 동안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스템만 고민하는 조직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헤드쿼터라고 부릅니다.

비즈옵스, 백오피스, HR을 묶은 본사 조직입니다.

골든웨일즈의 운영 매뉴얼·지침·규율을 만드는 역할입니다.

 

실무 팀은 매뉴얼대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크리에이터의 상한선을 어떻게 뚫을지에만 집중합니다.

헤드쿼터는 그 운영이 누가 하든 같은 퀄리티로 재현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같은 20명, 반대 결과

 

작년과 지금, 회사 인원수는 같습니다.

일하는 시간도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같은 20명을 옛날처럼 실무와 시스템 모두 함께 짊어지게 두는 것과,

실무 10명, 시스템 10명으로 분업화하는 것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같은 인원·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이 더 높은 퀄리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팀원들의 만족도도 올라갔습니다.

모든 역량을 다 갖춰야 한다는 부담이 줄었으니까요.

 

본인이 강점이 있는 한두 역량에 집중하면서도

회사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구조가 되니,

"내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 일이 줄었습니다.

 

본인의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사람은 더 자신감 있게 일합니다.

 

승진 루트도 다양해졌습니다.

슈퍼 실무자로 성장하는 트랙, 시스템을 설계하는 트랙.

 

모든 역량을 다 갖춰야 한 단계 올라가는 식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에 따라 다른 루트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실무를 하다가 시스템 설계 쪽에 더 관심과 재능이 보이는 사람은

헤드쿼터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고요.

 


둘 다 잘하는 사람을 찾는 일을 그만뒀습니다

 

요즘은 한 사람에게 더 많은 역량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시대처럼 이야기됩니다.

한 명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슈퍼맨 같은 인재가 좋은 인재이고,

그런 사람들로 채워진 조직이 좋은 조직이라고요.

 

저도 한참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래서 둘 다 잘하는 사람만 승진시키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의 끝에서, 승진시킬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지금은 그 결정을 거두었습니다.

둘 다 잘하는 한 사람을 찾는 대신, 각 영역을 잘하는 두 사람이 같이 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한 명의 슈퍼맨이 짊어지고 가는 회사가 아니라,

분업화된 시스템 위에서 각자가 자기 강점에 집중하는 회사.

 

같은 20명이 작년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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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규 주식회사 골든웨일즈 · CEO

메가급 크리에이터의 운영 인프라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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