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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몰드 용기 시대, 당신의 브랜드는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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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장품 산업을 관통하는 뚜렷한 흐름이 있다. 브랜드는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생산은 전문 제조사(OEM·ODM)에 맡기는 분업 구조다. 그 결과, 용기 역시 제조사가 미리 설계해 둔  ‘프리몰드(pre-mold)’를 선택해 라벨만 교체하는 방식이 보편화되었다. 이 흐름 속에서 진열대 위 제품들의 외형은 점점 서로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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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화장품 용기 전문 제조 기업 ‘태성산업’ 의 디자인권 일부 (출처: KIPRIS)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다. 스타트업 대표나 브랜드 운영자들은 흔히 ‘유효성분이 충분히 경쟁력 있고 콘셉트가 명확하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실제 소비 환경은 훨씬 냉정하다. 올리브영의 진열 매대나 인스타그램 피드 사이에서, 소비자는 제품의 상세 스펙을 ‘읽기’ 전에 외관을 먼저 ‘본다’. 소비자의 브랜드 인식은 짧은 시각적 접촉의 순간에 형성되며, 그 중심에는 기능이나 내용물이 아닌 ‘패키징’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남들과 동일한 프리몰드 용기를 사용하면서도, 내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무기는 경쟁사의 얕은 모방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되고 있는가?

단순히 ‘예쁜 외관’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패키징은 여러 지식재산권(IP)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구조적 자산’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필자는 성공적인 K-뷰티 브랜드들이 이 자산을 지키기 위해, 최소 세 가지 축의 입체적인 방어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고 본다.

 

 

첫째, 뼈대 전체가 아닌 ‘기억되는 부분‘을 선점하는 부분디자인 전략이다. 

우리가 독자적인 디자인을 개발하여 새로운 금형으로 제작한 용기가 아닌 이상, 제품 전체 형상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접근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전체를 보호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소비자의 시선이 머무는 ‘특정 지점’을 공략해야 한다. 펌프의 끝부분, 캡의 구조, 어플리케이터의 미세한 형상과 같이 작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요소를 ‘부분디자인’으로 권리화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포인트는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핵심 단서로 작동한다. 

셀퓨전씨 선스틱 사례처럼 제품의 특징적인 부분을 ‘부분디자인권’으로 확보하면, 경쟁사가 비슷한 프리몰드 용기를 쓰면서 우리만의 포인트 디자인을 슬쩍 베끼는 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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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화장품 용기의 특징적인 부분에 등록 받은 ‘부분디자인권’
(등록번호 KR 30-1311758, 출처: KIPRIS) 과 해당 제품 (셀퓨전씨 썬 스틱)

 

 

둘째, ‘패키지 전체의 인상‘을 디자인권으로 묶어두는 전략이다. 

시장에서의 위협은 더 이상 형태를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는 브랜드의 ‘느낌’ 자체를 모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동일한 형태를 사용하더라도, 그 위에 어떤 요소를 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똑같은 원기둥 용기라도 그 위에 입혀진 색채, 그래픽, 로고의 배치가 달라지면 소비자가 받는 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파메어스 사례처럼 화장품용 튜브 용기와 포장 상자의 그래픽 구성 전체를 하나의 디자인으로 권리화하면, 단순한 형태 모방을 넘어 브랜드의 분위기를 유사하게 구현하는 ‘미투(Me-too) 제품’까지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용기 형태가 흔할수록 프린팅을 포함한 패키지 외관 전체를 하나의 디자인 자산으로 묶어 보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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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화장품 패키지의 외관 및 포장 상자를 모두 디자인 등록 한 사례
 (등록번호 30-1327503, 30-1322825, 출처: KIPRIS)

 

 

셋째, ‘라벨 자체‘를 상표권으로 격상시키는 전략이다. 

앞선 두 가지가 형태와 외관을 지키는 ‘방패’라면, 상표권은 브랜드를 지속시키는 ‘코어’다. 소비자는 텍스트로 된 이름보다, 로고·제품명·색채·문자와 이미지의 배치가 결합된 ‘디자인된 라벨’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고 기억한다. 따라서 상표 출원 시에도 이름만 개별적으로 확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라벨 전체의 시각적 구성을 하나의 상표로 권리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디자인권이 형태를 보호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존속기간에 한계가 있는 반면, 상표권은 10년 단위로 갱신이 가능해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결국 브랜드의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가장 길고 안정적으로 지켜주는 권리는 상표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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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화장품 라벨 전체를 상표권으로 등록받은 사례 (등록번호: 40-2071835, KIPRIS)
와 실제 제품 패키지


화장품 브랜드는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신규 런칭을 준비하거나 사업 영역 확장을 고민하는 브랜드라면, 패키징을 더 이상 단순한 포장재나 외주 비용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실제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들은 이미 패키징을 ‘권리 설계의 대상’이자 경쟁을 차단하는 전략 자산으로 다루고 있다.

당신의 패키징은 단일 권리가 아니라, 부분디자인·전체 패키지 디자인·라벨 상표권이 다층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방어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 구조가 충분히 견고하지 않다면, 기획과 마케팅에 투자한 브랜드 자산은 경쟁사에 의해 너무나 쉽게 복제될 수밖에 없다.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남기고 싶다. 소비자가 화장품을 다 쓰고 빈 용기를 분리수거장에 던져 넣은 뒤에도, 당신의 브랜드는 소비자의 머릿속에 어떤 시각적 자산으로 남아 있는가? 그 답이 명확하지 않고 법적으로도 쥐고 있는 것이 없다면, 지금 당신이 키우고 있는 것은 지켜질 수 없는 ‘예쁜 디자인’일 뿐이다. 그것은 시장을 장악할 ‘브랜드’가 아닐 수도 있다.

 

 

 

BLT 칼럼은 BLT 파트너변리사가 작성하며 매주 1회 뉴스레터를 통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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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동 필자 
김하나 책임 연구원 / 특허법인 BLT 빌드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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