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현의 Human AX]에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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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X는 우수한 기술을 도입하고 사람들이 잘 따라와주기만 하면 성공하는 것일까요?
A. 아니요.
제가 현장에서 배운 답은 달랐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이전 에피소드에서는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기획'이라 함은 '문제 정의 능력'과도 관계 맺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정말로 기획의 중요성, '문제 정의 능력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면, 도구는 언제든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뉴스레터를 쓰는 시점에 정말 공감이 가는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요.
바로 클래스비누(민상기)님이 출연하신 유튜브 영상이었습니다.
이 영상의 타임라인 25:48에 나오는 '기술에 매몰되지 말자'라는 말이 제가 이 프로젝트를 하며 경험한 교훈과 같았어요.
이전 에피소드에서 보셨듯이 Slack으로 처리하던 비효율적인 업무를 개선하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최종적인 구현체는 '웹 포털' 형태였지만 처음부터 이 기술스택을 목표했던 건 아니었어요.
문제를 더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기술은 자유자재로 바뀌었습니다.
첫번째 전략: Slack 안에서 해결하기
처음에는 Slack 안에서 자동화 워크플로우를 짜서 해결하려고 했었거든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보다 기존에 익숙한 툴 안에서 해결방법을 먼저 탐색했었습니다.
다행히 Slack 자체적으로 트리거 설정을 통해 자동화 플로우를 만드는 기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의 저의 처음 가설은 Slack 내 자동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Slack helpcenter
그렇게 제 해결방안을 가지고 다시 현업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현업의 반응이 의외인 거에요. 저는 이렇게 하면 새로운 웹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하고, 향후 발생할 관리포인트도 줄일 수 있을 거다는 식으로 설득을 했지만 이건 논리적으로 맞다 아니다를 다투는 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전사에서 Slack을 쓰고 있었지만 임직원들의 디지털 친숙도는 천차만별이었어요.
정말 공지확인 용이나 DM 메시지 기능으로만 Slack이 사용되고 있었고, Slack에서 트리거를 통해 사용자가 자동화 루프를 실행한다는 거 자체에 거부감이 있으셨어요.
기능적으로 가능한 건 알겠는데, 어려워보인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저는 그 때 깨달았어요.
‘아, Slack을 쓴다는 거 자체가 Slack이 편하다는 의미가 아니구나. 기술적인 관리 포인트면만 보고 문제 해결에 접근을 해서는 안되는 구나. 결국 그걸 쓰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구나.’
기술의 성능이 아무리 우수해도, 그 기술을 써야 하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쓸 수 없는 도구가 된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죠.
또한 현업 담당자와의 대화에서도 방향이 분명해졌습니다. 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려면 단일 채널은 한계가 존재했어요. Slack 안에 자동화를 쌓는 방향 자체는 단일 플로우라서 이 전략은 유효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의 인사이트는 명확했어요. 결국 기술 스택을 고를 때 결국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그 걸 쓰는 사람이라는 점이요.
두번째 전략: 노코드 조합으로 해결하기
두 번째 선택은 노코드 조합이었습니다. 아임웹으로 인증 사용자만 접근하는 포털 프레임을 구성하고, Tally로 숫자 입력 폼을 만들고, 구글시트로 raw 데이터를 수집한 뒤, 구글 앱스크립트로 정산서 확정과 메일 자동 발송까지 연결했어요.

사용된 툴은 이전에 다뤄본 적이 있어서 빠르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번 분기 정산 때 적용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완벽한 프로덕트보다 MVP 수준으로 만들고 향후에 고도화하자는 걸로 방향성이 정해졌어요.
그리고 또 다시 내부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리뷰를 하면서 세 가지 한계가 확인됐어요.
첫째, '의존성 취약'이었습니다. 네 가지 툴이 엮여서 작동하다보니, 그중 하나라도 서버 이슈나 연동 오류가 생기면 전체가 멈춰버렸어요. 운영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둘째, 'UI 제어 한계'였어요. 사용자가 잘못된 버튼을 누르거나 입력 순서를 틀리는 걸 방지하는 흐름 제어가 이 조합에서는 어려웠습니다. 각 툴이 독립적으로 동작하다 보니 사용자 경험을 통합적으로 제어하기가 힘들었어요.
셋째, '기능 확장 불가'였습니다. 두 번째 리뷰에서 사실 새로운 기능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원래는 분기마다 돌아오는 단발적인 정산 업무에 대응하는 구조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미납금 관리' 기능도 필요하더라구요. 그런데 이 조합 안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했어요. 가능하더라도 하드코딩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분기 정산이 시작되기 까지 단 5일.
그냥 이 정도로 테스트 마무리하자는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미납금 관리는 일단 보류하고, 지금 돌아가는 걸 유지하는 방법도 있었어요. 현실적인 타협점이기도 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불안정한 구조를 떠안는 것이었어요.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웹 포털을 직접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단 5일 만에 해내야 하는 일이었죠.
그 전에 2번째 전략의 시도 이유와 회고를 잠깐 짚고 넘어가 볼게요.
일단 MVP 수준으로 개발하고 나중에 피벗한다는 전략으로 내부 합의가 되었기 때문이었어요. Slack 안에서 해결 불가? -> 바로 웹 포털 개발의 흐름으로 가기보다 이미 검증된 툴들의 조합으로 동작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본 것이죠.
그렇게 만든 구조가 동작하는 것을 보다보니, '아, 이것만으로는 안 되네. 우리가 이런게 더 필요하겠네'라는 요구사항이 더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원하는 기능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지만 무언가 있는 상태에서는 부족한 기능이 보이기 마련이죠.
그 점에서 두 번째 전략의 시도는 유의미했다고 생각합니다. AI의 발전으로 MVP 수준의 UI는 쉽게 뽑을 수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여러 PoC를 통한 검증이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전략: 5일 만에 웹 포털 만들고 배포하기
AI가 없었던 3년 전이었다면, 저도 이 시도는 꿈에도 못 꾸었을 것 같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여겼을 거에요. 단 5일 만에 웹 포털을 만들어서 배포한다? 아무리 기능이 단순하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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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것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Claude Code에 감사를..)
AI가 낮춰준 건 기술 구현의 난이도만이 아니었습니다. '전환을 결정하는 심리적 비용'도 낮춰줬어요. 두려움이 없어지자, 타협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Slack과 아임웹+Tally+Google 조합을 지나, 웹 포털 직접 개발로 넘어올 수 있었던 것.
AI가 기술구현에 대한 '심리적 비용'의 허들을 낮춰졌기 때문이었어요.
마무리하며: AI시대, 탐색은 낭비가 아닙니다
처음에 Slack으로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선택한 건 틀린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 시도와 탐색이 없었다면, 저는 여전히 '이미 쓰던 툴(기술) 안에서 해결하는 게 제일 좋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거예요.
아임웹+Tally를 선택한 것도 틀린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 구조를 직접 겪어봐야 노코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으니까요.
세 번의 선택이 모두 당시 상황에서 최선이었고, 각 전환이 다음 탐색의 방향을 만들어줬습니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Claude Code를 쓰면서 Slack 안에서 해결하는 게 왜 유효하지 않는지, 노코드 조합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직접 겪지 않았다면, 결국 같은 실수를 더 나중에 더 큰 규모에서 했을 거라고요.
AX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분이라면, 이 말을 꼭 드리고 싶어요.
특정 기술에 매몰되지 마세요. 첫 번째 선택이 정답일 필요는 없습니다. 탐색 자체가 이미 전략이에요.
AI는 이제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의 비용'을 낮춰줍니다. 두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다는 건, 더 빠르게 진짜 문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탐색은 낭비가 아니라,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문제 해결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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