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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현실적'이라고 치부된 것들이 어떻게 현실이 되는가? 뇌는 상상을 기억처럼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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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스타트렉을 보고 논문을 썼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에서 Caltech 실험물리학 교수 라나 아디카리(Rana Adhikari)가 할리우드 작가, 감독, 프로듀서들이 모인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입니다. 아디카리는 2015년 중력파 발견(LIGO)의 핵심 공로자로 '브레이크스루 상(Breakthrough Prize)'을 수상하고, 2017년 라이너 바이스, 배리 배리시, 킵 손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긴 LIGO 연구의 핵심 멤버이자, 현재 차세대 중력파 관측소 'Cosmic Explorer'의 설계 책임자입니다. 그가 이 자리에서 한 고백은 뜻밖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스타트렉(Star Trek) TV 시리즈를 정말 좋아했어요. 한 에피소드에서 블랙홀이 태양계를 위협할 때 '우주의 중력 상수를 바꾸면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생각했죠.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실제로 그 플롯을 물리학 논문으로 변환했습니다. 현실 경제에 몸담은 기업가나 창업가들은 이런 이야기를 조금 허무맹랑하다고 넘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이건 여러분의 일터의 회의실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대개는 반대 방향으로 벌어지죠.

 

노벨물리학 수상자 Kip Thorne

 

'현실'이라는 이름의 세련된 감옥

 

누군가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면, "그게 현실적입니까?" "수치로 보여주실 수 있나요?" "레퍼런스가 있나요?" 이런 질문들을 받습니다. 모두 맞는 질문들이고 타당한 우려로 보입니다. 사업은 데이터로 검증되어야 하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투자자 앞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바꾼 비즈니스, 세상을 바꾼 과학, 세상을 바꾼 제품은 거의 예외 없이 처음 등장했을 때 "비현실적"이라고 조롱받았던 것들입니다. 개인용 컴퓨터가 그랬고, 전기자동차가 그랬고, 재사용 로켓이 그랬습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인 2006년까지도 대부분의 통신업계 임원들은 "누가 휴대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겠느냐"며 터치스크린을 비웃었습니다.

여기,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말로 현실을 반영하는지 아니면 상상력이 없는 일종의 감옥을 "현실"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닌가 하는 겁니다.

물리학자 아디카리가 한 일은 이것과 정반대였습니다. 그는 "스타트렉에서 본 아이디어"라는 과학자로서 감히 말하기 부끄러운 출발점을 숨기지 않고, 대중에게 밝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스타트렉에서 영감을 받은 것을 인류 최첨단의 과학적 실체로 증명해냈습니다.

 

뇌는 상상을 '기억'처럼 처리한다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클리셰가 아닙니다. 이는 철저히 생물학적인 문제입니다.

첫 번째 근거.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가장 큰 발견이 실험이 아니라 사고실험(Gedankenexperiment)에서 나왔다고 명시적으로 기록했습니다. 16세에 그는 "빛줄기를 따라 같은 속도로 달리면 어떻게 보일까"라는 상상을 했고, 이 비현실적인 질문이 10년 뒤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이어졌습니다. 1907년 스위스 특허청 책상에 앉아 "자유낙하하는 사람은 자기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는 상상을 떠올린 순간을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생각"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의 등가원리가 됩니다. 그가 당시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인 그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현대 물리학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두 번째 근거.

영화가 실제 과학 논문이 된 사례. 킵 손(Kip S. Thorne) Caltech 이론물리학자(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 제작 과정에서 Double Negative 스튜디오와 함께 DNGR(Double Negative Gravitational Renderer)이라는 코드를 개발했습니다.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 근처에서 빛이 어떻게 휘는지를 IMAX 화질로 렌더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 과정에서 기존 천체물리학이 놓치고 있던 새로운 발견이 튀어나왔습니다. 회전하는 블랙홀 근처의 "Caustic(초점면)"이 개별 별 하나의 이미지를 열 개 이상 만들어낸다는 사실. 이 결과는 2015년 Classical and Quantum Gravity 학술지에 논문으로 게재됐고, 할리우드 시각효과팀도 이 논문의 공저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세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근거.

뇌과학은 최근 상상력이 "창의적인 사람에게만 있는 특수 능력"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뇌가 기억을 꺼낼 때 사용하는 바로 그 회로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Penn State의 심리학자 Roger Beaty의 fMRI 연구들은 창의적 사고가 뇌의 Default Mode Network(DMN)와 Frontoparietal Control Network의 협업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확인했습니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가 창의적 아이디어 생성에도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 즉 "과거를 회상하는 바로 그 회로가 미래를 상상하는 회로"라는 발견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보스턴에 위치한 Brigham and Women's Hospital 연구팀이 857명의 환자 데이터와 36개 fMRI 연구를 타분석한 결과도 같은 결론을 뒷받침했습니다. 창의성은 특정 뇌 영역이 아니라 회로망 전체의 연결 상태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같은 테이블 위에 있는 과거와 미래

 

결국, 이 모든 지식의 끝에서 우리는 하나의 경이로운 진실과 마주합니다.

아디카리가 스타트렉의 우주를 설계하고, 아인슈타인이 빛의 파동을 따라 달리는 자신을 상상했을 때, 그들의 뇌는 '과거의 기억'과 '오지 않은 미래'를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신경과학적으로 회상과 상상은 동일한 회로를 공유합니다. 즉, 상상은 지능에 덧붙여진 화려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인간 인지 시스템을 돌리는 기본 운영체제(OS) 그 자체입니다.

이 지점이 바로 "데이터"에만 목매는 조직이 왜 매번 '세련된 복제품'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지를 극명하게 설명해 줍니다. 과거의 데이터에만 갇힌 뇌는 결코 새로운 현실을 설계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내놓는 혁신이란 대개 '과거의 변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질문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여러분이 지금 "현실적"이라고 믿고 있는 그 판단의 기준을 다시 의심해 보라는 겁니다. 그것이 정말로 실존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래의 가능성을 '비현실'이라는 편리한 이름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진지하게 질문해 보시겠어요?

어쩌면 가장 비현실적이라고 치부했던 그 상상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미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ditor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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