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트렌드 #기타
“저 좀 보세요"
일상마저 마케팅이 된 시대

아래 글은 2026년 4월 23일에 발행된 위픽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마케터님, 안녕하세요! 마케터들의 목요일 아침을 깨우는 위픽레터 에디터 허성덕입니다.

요즘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를 넘기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다들 참 다채롭게, 그리고 부지런히 자신을 기록하며 사는구나.' 트렌드모니터의 SNS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7%가 "사용하는 사람의 방식이 문제이지만, SNS 자체는 매우 효율적"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62.6%는 "계정을 관리하는 시간에 비해 실속이 없다"며 일종의 피로감과 허탈감을 내비치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스크롤을 멈추지 않고, 재미있는 영상을 따라하거나 공유하며 피드를 채워 나갑니다. 이것이 단순히 기업의 교묘한 알고리즘에 휩쓸려서, 혹은 막연하고 유치한 허영심 때문일까요?

 

[이 콘텐츠를 꼭 읽어야 하는 분]

개인의 일상이 어떻게 거대한 자기표현의 무대로 변모했는지 사회적 맥락을 읽고 싶은 실무자

소비자가 특정 밈이나 공간에 왜 열광하고 또 빠르게 흥미를 잃는지, 그 이면의 심리가 궁금한 마케터

제품의 스펙 중심 메시지가 왜 더 이상 타깃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지 고민하는 기획자


과거에는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하고 그 순간을 앨범 속에 조용히 묻어두었다면, 이제는 나의 취향과 상황을 매력적인 프레임으로 편집해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색깔을 타인과 나누고, 그 안에서 나의 사회적 위치나 가치를 확인받으려는 일종의 현대적인 소통 방식이 된 셈이죠. 오늘 우리는, 섣부른 시니컬함이나 비판적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조금 더 저널리스트의 시선으로 이 흥미로운 '자기표현과 전시의 시대'를 깊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사진] 김용명 셀카

[사진] 김용명 셀카

 

개인의 고유성과 취향이 교차하는 3가지 소셜 트렌드

 

1. 모방을 통한 소속감, 그리고 트렌드의 사이클

유행이 시작되는 지점은 단지 그것이 '새롭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철저히 타인에 대한 관찰과, 그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동질감에서 출발합니다. 사람들은 SNS에서 자신보다 감각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타인의 일상을 관찰합니다. 특정한 밈이나 유쾌한 챌린지가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이유는 그 행위 자체가 대단히 유익해서라기보다, 누군가 발견한 그 참신함을 나도 모방함으로써 '트렌드에 민감하고 유쾌한 무리'에 속해 있음을 확인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의 절대다수가 그 모방에 동참하는 순간 유행은 그 매력을 잃고 맙니다. 지난 유행을 뒤늦게 따라 하는 것만큼 멋쩍은 일도 없죠.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두바이 초콜릿 인증 대란을 떠올려 볼까요? 초기 수용자들은 가장 먼저 이 낯선 디저트를 경험하고 피드에 올림으로써 정보력이 빠르다는 일종의 '트렌드 세터'로서의 뿌듯함을 얻습니다. (솔직히 그 비싼 초콜릿을 구하기 위해 웃돈까지 지불하는 동력의 팔할은, 달콤한 맛보다는 '나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는 경험의 공유에 있을 겁니다.) 그러나 몇 주 뒤, 직장 상사나 공공기관의 공식 채널까지 그 초콜릿을 들고나오기 시작하면, 이 아이템은 즉각적으로 쿨함을 상실합니다. 대중화는 곧 그 유행의 수명이 다했음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신호탄인 셈이다.

 

두쫀쿠 못 먹는 고통이 더 클까요? [사진] MBC 뉴스데스크

두쫀쿠 못 먹는 고통이 더 클까요? [사진] MBC 뉴스데스크

 

2. 스스로 기록하고 증명하는 1인 크리에이터의 시대

요즘은 왜 모두가 자신의 자아를 드러내는 1인 크리에이터가 되어버린 걸까요? 플랫폼 기업들이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숏폼을 밀어붙인 영향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방식 자체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2024년 교육부 진로교육 현황조사를 보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 3위가 '크리에이터'입니다. 지금의 세대는 경험을 그저 머릿속에 기억하기 위해 남기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매 순간의 서사를 직접 기획하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능력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주 당연하고 건강한 자기 PR의 수단이 됐습니다.

 

브이로그는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몰라서 하는 소리다. 여전히 가장 활발히 소비되고 만들어지는 콘텐츠. [사진] 유튜브 채널 위.연우/중간.Breanna Quan/아래.슛뚜

브이로그는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몰라서 하는 소리다. 여전히 가장 활발히 소비되고 만들어지는 콘텐츠. [사진] 유튜브 채널 위.연우/중간.Breanna Quan/아래.슛뚜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큐레이션하는 '겟레디위드미'와 브이로그 생태계가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과거 홈비디오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나 쑥스러워하며 렌즈를 피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하는 극히 사적인 행위조차, 시청자와 친밀하게 공유하듯 콘텐츠화 됩니다. 평범한 출근 준비 과정마저도 감각적인 BGM과 자막을 더해 가치 있는 콘텐츠로 포장해 내는 기술, 그것이 곧 나의 시장 가치를 증명하는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합니다.

직장인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링크드인이나 커리어 플랫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들의 회고 현상을 살펴보면, 단순한 업무 지시나 일상적인 프로젝트 미팅조차 '인사이트'와 '레슨런'으로 정갈하게 가공되어 업로드됩니다. (솔직히 저 역시 가끔은 별것 아닌 아티클을 대단한 글인 양 포장해 올릴 때가 있어서 뜨끔하긴 합니다만) 이는 가벼운 허세라기보다 소속된 회사의 이름표를 떼고서도 나라는 직업인이 얼마나 훌륭한 문제 해결 능력을 지녔는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현대 직장인들의 깊은 불안감과 위기감이 만들어낸 생존형 방어 기제라고 생각됩니다.

 

3. 지덕체보다 '미덕체', 미감이 취향이 된 '아트맥싱'

요즘 1020 알파·Z세대 사이에서는 '지덕체(智德體)'보다 '미덕체(美德體)'라는 재미있는 신조어가 쓰이기도 합니다. 캐릿에서 짚어낸 '아트맥싱(Art-maxing)' 트렌드가 이를 잘 보여주죠. 일상에서 미적 감각을 뾰족하게 키우고, 모든 소비의 순간을 미학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는 이제 특정 예술 애호가들만의 취미를 넘어섰습니다. 시각적 소비가 가장 값싸고 보편화된 지금은 누구나 미감을 무기로 삼습니다. 문제는 이 시각적 기준이 끝없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감이 없다는 것은 곧 사회적 센스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직결되며, 소비자는 자신의 미적 자본이 타인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요즘 2030세대는 의도적으로 예술을 탐구하고, 텍스트를 읽으며, 비슷한 미감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느슨한 취향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이렇게 대중이 '미감'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던 시기가 있었나 싶네요. [사진] 유튜브

이렇게 대중이 '미감'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던 시기가 있었나 싶네요. [사진] 유튜브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 이색적인 문화 공간으로 조명받는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사례가 흥미로운 증거입니다. 과거 연세 지긋한 골동품 수집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이곳이, 전통과 현대를 감각적으로 믹스매치하는 젊은 층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예쁜 공간이나 흔한 대형 카페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월의 흔적이 묻은 고미술품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해 냅니다. "나는 뻔한 카페나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이런 깊이 있는 고미술의 미감까지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선언인 셈입니다.

 

요즘 2030 세대에서 답십리 고미술 상가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사진] 인스타그램

요즘 2030 세대에서 답십리 고미술 상가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사진] 인스타그램

 

'왓츠인마이백' 콘텐츠나 데스크테리어 인증샷에 등장하는 치밀하게 연출된 톤앤매너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가방 안에서 꺼낸 립밤, 핸드크림, 무선 이어폰 케이스의 색감은 결코 우연히 섞인 것이 아닙니다. 책상 위 작은 달력의 폰트와 키보드의 키캡, 텀블러의 무광 질감까지도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죠. 이 조화로운 사물들의 배치는 "나는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나만의 명확한 미학적 기준을 세워두고 관리한다"는 것을 대중에게 과시하는 셈입니다.

결국 우리가 이토록 부지런히 트렌드를 살피고 일상을 기록하는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수동적인 태도라기보다 이 거대한 연결의 시대에 나만의 고유한 자리를 만들어가려는 꽤나 능동적인 노력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이 다채로운 '자아의 전시장' 속에서, 브랜드 담당자와 마케터들은 어떤 역할을 자처해야 할까요? 타깃을 가르치려 들거나 우리 제품만 바라보라고 외치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 아래 두 가지 질문을 가벼운 마음으로 던져보면 어떨까 합니다.

"우리 브랜드는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표현할 때, 꽤 쓸모 있는 '언어'가 되어주고 있는가?" 제품의 기능적 우수성을 줄줄이 나열하기보다는, 이 제품이 고객의 일상이라는 콘텐츠에 등장했을 때 그 사람의 안목이 어떻게 더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을지, 그 여백과 맥락을 먼저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 제품과 패키지에는 고객이 자신의 피드에 자연스럽게 올려두고 싶을 만한 '미적 한 방'이 존재하는가?" 지덕체보다 미덕체를 좇는 시대입니다. 상세페이지에 들어갈 카피 한 줄을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책상 위나 가방 속에 무심히 놓였을 때 발휘되는 시각적 질감과 미묘한 톤앤매너에 기획의 에너지를 조금 더 쏟아부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누구나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또 나만의 감각을 증명할 수 있는 시대. 우리 브랜드는 과연 이 흥미진진한 무대 위에서 소비자를 기분 좋게 비춰주는 조명 역할을 잘 해내고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무대 중앙을 차지하고 서서 내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떼쓰는 눈치 없는 주인공은 아닐지, 한 번쯤 조용히 돌아보게 됩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번 아티클이 계시는 자리에서 새로운 영감이 되었기를 바래요 :)

 

에디터 : 허성덕


[인용]

전체 74.7% “사용자가 문제지 SNS 자체는 매우 효율적”, 그러나 62.6% “관리하는 시간에 비해 실속 없어” - 트렌드모니터

2024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발표 (초등학생 희망직업 3위 크리에이터) - KDI 경제정보센터

요즘 소비자는 '미적 허영'이 충족돼야 지갑 연다! '아트맥싱' 트렌드 활용하는 법 - 캐릿(Careet)

"작고 귀여운 것 하나 건졌다"…2030 사이 핫플 등극한 답십리 고미술상가 - 머니투데이

 


아래 글은 2026년 4월 23일에 발행된 위픽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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