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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평판은 당신이 없는 방에서 만들어집니다
2024년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한 수리생물학 논문이 흥미로운 결론을 내렸습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생물학부의 Mari Kawakatsu, Taylor Kessinger, Joshua Plotkin 연구팀은 게임 이론 모델을 사용해 사람들이 서로를 평가하고, 뒷담화를 나누고, 협력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결론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뒷담화가 충분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같은 사람에 대해 전혀 다른 평판을 갖게 되고, 그 불일치가 협력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것입니다.

Kessinger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쁜 행동자를 처벌할 때,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잘못했다는 데 동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하는 당신이 오히려 나쁜 행동자로 보일 수 있습니다. 뒷담화는 그 합의를 만들어내는 방법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부분의 조직이나 경영 리더들은 뒷담화를 조직 건강의 적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정반대를 말합니다. 뒷담화가 사라지면 신뢰도 사라진다고.
한국에서 직장 갑질119의 보고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중 모욕·명예훼손 관련 건수는 폭행·폭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뒷담화가 누군가의 커리어를 파괴한 경험은 한국 직장인이라면 아마 한두 번쯤 목격했을 것입니다.
오늘 질문을 통해서 제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흑백 논리, '뒷담화는 나쁘다'라는 것을 우리가 평판 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와 연결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공식적인 인사평가, 실적 리뷰, 올핸즈 미팅, 이런 공적 채널에서 정말로 중요한 판단이 내려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업력이 많은 분일수록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승진을 결정하는 것은 인사위원회 테이블 위의 서류가 아니라, 그 테이블에 앉기 전에 복도에서, 슬랙이나 카톡 DM에서, 회식 자리, 어느 술자리에서 이미 오간 한마디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채널을 연구자들은 '백채널(back-channel)'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백채널이야말로 조직 안에서 신뢰가 실제로 축적되고, 기회가 실제로 분배되며, 협력이 실제로 작동하는 장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뒷담화의 두 얼굴: 파괴자인가, 질서의 수호자인가
뒷담화가 나쁘다는 것은 알면서도, 우리는 왜 멈추지 못할까요? 한 가지 이유는 신체에 있습니다. 토론토 대학교 조직행동학 교수 Matthew Feinberg은 친사회적 뒷담화(prosocial gossip)'라는 개념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는 실험에서, 누군가 불공정하거나 반사회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목격한 참가자들의 심박수가 즉각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해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자, 심박수는 다시 내려갔습니다. Feinberg는 이를 두고 "뒷담화는 몸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불의를 목격했을 때 느끼는 불편함, 그 긴장을 해소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바로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도덕적 나약함이 아니라,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인간의 사회적 본능에 가깝습니다.
그의 실험 결과는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구성원에 대한 평판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했고, 이 정보를 받은 사람들은 협력적인 사람들과 선택적으로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기적 행동을 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배제되었고, 흥미롭게도 배제된 사람은 이후 협력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즉, 뒷담화는 공식적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 ‘저비용 집행 시스템’으로 기능합니다. 사석에서 조직원 몇몇이 모여 누군가 “그 OO님은 좋은 말도 많이 하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데, 이상하게 중요한 순간에는 공을 늘 자기 몫으로 가져가더라”라고 말할 때, 그것은 단순한 험담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조직 안에서 어떤 행동이 적절한지, 어떤 방식이 신뢰를 해치는지에 대한 규범을 조정하고 유지하는 언어적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Plotkin의 2024년 연구에서 그의 수학적 모델은 사람들이 같은 사람에 대해 극단적으로 다른 평판을 갖고 있을 때 협력이 붕괴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내가 보기에 정당한 행동이 상대방의 눈에는 배신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백채널은 이 불일치를 줄여 줍니다. 사적인 대화를 통해 구성원들이 누가 신뢰할 만하고, 누가 위험한지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할 때, 협력은 비로소 안정됩니다. (Kawakatsu, Kessinger & Plotkin, PNAS, 2024)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백채널은 이미 존재하는 규범을 증폭시킵니다. 건강한 조직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내지만, 편향이 깊은 조직에서는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소수자의 평판을 왜곡합니다. Plotkin은 이렇게 경고합니다. 문제는 뒷담화 자체가 아니라 고정관념을 허용하는 사회적 규범이며, 직접 관찰 대신 선입견에 의존하는 인지적 편의라고.
한국, 눈치의 문화
한국 조직에서 이 양면성은 특히 날카롭게 드러납니다. '눈치'의 문화는 본질적으로 백채널 위에서 작동합니다. 공식 회의에서 말하지 않는 것들이 비공식 채널에서는 흐르기 마련이고, 그 흐름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됩니다. 2019년 행정에 관한 공무원 인식조사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권위주의 행정문화 청산'(44.2%)이 꼽힌 것은, 공적 채널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때 백채널이 어떻게 권력의 도구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뒷담화 할꺼면 팩트 중심으로, 파괴가 아닌 더 나은 질서 세워가기
Feinberg의 연구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평판 정보 공유는 한 가지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추측성이나 모호한 인격 판단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과 결과에 대한 정보일 때, 협력을 촉진하는 효과가 극대화되었습니다. '그 사람 좀 이상해'가 아니라 예를 들어, '스프린트 3-4에서 마일스톤을 놓쳤고, PM이 개입해서야 MVP 일정을 맞췄어' 혹은 '지난달에는 전체 부서 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더니, 오늘은 언론사에서 나왔다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네.' 이런 식의 구체성이 뒷담화를 파괴에서 질서로 전환시킵니다.
그리고 Plotkin의 모델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원칙이 있습니다. 평판 정보는 새로운 관찰로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오래된 정보는 왜곡되기 쉽습니다. 어린 시절 전화놀이(telephone game)를 떠올려 보십시오. 전달 사슬이 길어질수록 원래 메시지는 형체를 잃습니다. 사람도 변하고, 상황도 변합니다. 3년 전의 실수로 오늘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아니라 업데이트되지 않은 데이터에 기반한 편견입니다.
결국, 백채널의 힘은 양방향으로 작동합니다. 한쪽에서는 #MeToo 시대의 위스퍼 네트워크가 공적 고발 이전에 산업 전체를 변화시켰고, 구글에서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한 급여 스프레드시트가 임금 불평등을 드러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할리우드의 악명 높은 위스퍼 캠페인이 경쟁자의 수상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렸습니다. 같은 도구가 정의를 위해서도, 파괴를 위해서도 쓰입니다.
점검해봐야 할 당신의 평판
당신이 없는 방에서 당신에 대해 오가는 이야기는, 당신이 실제로 보여준 행동의 정확한 반영일까요. 아니면 제대로 된 관찰 없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오래된 데이터로 말해지는 걸까요. 이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내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없고, 그 알 수 없음 자체가 때로는 묵직하게 짓누릅니다.
미시간 대학교 심리학과 Colleen Seifert 교수의 연구팀이 35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10주간 즉흥 연기(improv) 수업을 진행한 결과, 사회적 불안이 유의미하게 줄었습니다. 즉흥 연기가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즉각 반응하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참가자들이 불확실성 자체를 견디는 힘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Seifert는 이를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심리적 유연성을 간접적으로 개선하는 훈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채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없는 방에서 어떤 말이 오갈지, 우리는 끝내 완전히 알 수도,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 불확실성을 불안으로 감당하려 하면 소진됩니다. 평판을 관리하려는 집착은 오히려 그 사람을 더 작아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대신 방향을 바꿔 보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시선을 거두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 말하는지,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맡은 일을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그 하나하나가 쌓여서, 결국 당신이 없는 방에서 오가는 이야기의 재료가 됩니다. 평판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는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번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티클을 마무리하며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당신이 없는 방에서도 당신답게 살고 있습니까?”
일터에서 평판 관리를 위한 5가지 실천
말과 행동 일치: 조직 안·밖에서 흘린 말이나, 약속은 무조건 지키세요."저 사람 말이라면 믿는다"가 백채널의 강력한 평판입니다.
누구 앞에서도 같은 사람: 힘이 있는 윗사람, 힘이 별로 없는 아랫사람, 협력업체 모두 똑같이 대하세요."저 사람은 진짜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퍼집니다.
성과 나눠 주기: 중요한 성과는 혼자 독식하지 말고 팀원·동료와 축하하고 공을 돌리세요."저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가 백채널 기본값이 됩니다.
사석=공석 일치: 복도·DM·식사 자리에서도 책임 있는 말과 행동을 하세요. 일관성 있는 진실한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과로 증명: 말보다 결과, 꾸준히 보여주는 성과가 평판을 만듭니다. 성장하는 사람이 백채널의 주인공입니다.
Editor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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