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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회사는 창업자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창업자를 못 놓는 회사가 오히려 다음 시대를 놓칩니다>
- 팀 쿡의 퇴임 소식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팀 쿡 개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흥미로웠던 건, 애플 같은 회사조차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선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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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만든 사람이 회사를 끝까지 이끌 사람이어야 할까?
- 많은 회사가 이 질문 앞에서 흔들립니다. 특히 스타트업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창업자가 곧 회사이고, 창업자의 판단이 곧 방향이었던 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면, 회사를 만든 사람과 회사를 다음 시대로 넘기는 사람이 같은 사람일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창업자의 집착이 회사를 살립니다.
-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끝까지 밀어붙이고, 돈도 사람도 시스템도 없을 때 일단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건 결국 한 사람의 확신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창업자의 직감은 자산이 아니라 병목이 되기도 합니다.
- 빠른 판단은 독단이 되고, 강한 확신은 독선이 되고, 높은 기준은 조직 전체를 지치게 만드는 방식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없는 걸 만드는 사람과 있는 걸 굴리는 사람은 다릅니다. 그리고 있는 걸 굴리는 사람과 회사를 다음 패러다임으로 옮기는 사람도 또 다릅니다.
그런데 많은 회사는 이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 왜 좋은 회사는 창업자를 신격화하지 않을까?... >
좋은 회사는 창업자를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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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창업자에게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둘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 창업자를 존중하는 회사는 그 사람이 만든 철학과 방향을 조직 안에 남기려고 합니다. 반대로 창업자에게 집착하는 회사는 그 사람의 판단 방식과 존재감 자체를 계속 연장하려고 합니다.
전자는 시스템을 만들고, 후자는 의존성을 만듭니다.
- 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후자는 창업자의 컨디션과 의사결정에 따라 흔들립니다. 결국 좋은 회사는 "이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가?"보다 "이 회사가 이제 어떤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가?"를 더 먼저 봅니다. 그리고 바로 그 판단을 할 수 있는 회사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다시 살아났을까?... >
- 마이크로소프트를 보면 이 장면이 아주 선명하게 보입니다.
빌 게이츠는 회사를 만든 사람이었습니다.
- 스티브 발머는 그 회사를 엄청나게 키운 사람이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이크로소프트는 거대한데 둔해 보이는 회사가 됐습니다. 돈은 잘 벌었지만, 시대를 만든다는 느낌은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게이츠 같은 사람"을 찾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신 사티아 나델라가 등장했습니다.
- 나델라는 가장 드라마틱한 리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조직 문화를 바꾸고, 회사를 다시 현재형 기업으로 돌려놓는 데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례가 말해주는 건 단순합니다.
좋은 승계는 가장 상징적인 사람을 앉히는 게 아니라, 그 시기의 문제를 가장 잘 푸는 사람을 앉히는 겁니다.
< 아마존은 왜 베이조스의 복제품을 찾지 않았을까?... >
- 아마존도 비슷합니다.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 그 자체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 고객 집착, 장기주의, 실험, 높은 기준, 아마존의 문화는 거의 베이조스의 사고방식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이런 회사일수록 승계는 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여기서 실수합니다.
하나는 창업자의 복제품을 찾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창업자의 그림자를 지우려다 회사 정체성까지 흔드는 겁니다.
- 아마존은 그 중간을 택했습니다. 앤디 재시를 선택한 겁니다. AWS를 사실상 하나의 제국으로 키운 사람답게, 재시는 복잡한 시스템을 구조화하고 운영 가능한 사업으로 만드는 데 강했습니다. 베이조스가 원리를 만든 사람이라면, 재시는 그 원리가 더 큰 조직에서도 작동하게 만드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좋은 회사는 여기서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창업자만큼 상징적인가?"를 묻지 않고
"지금 이 회사가 풀어야 할 문제에 맞는가?"를 먼저 봅니다.
< 구글은 왜 더 조용한 리더십을 택했을까?... >

-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시절의 구글은
창업자적 에너지와 실험 정신이 넘치는 회사였습니다.
- 야심차고, 공격적이고, 뭔가 늘 다음 실험을 하고 있는 회사였죠. 하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문제는 달라집니다. 검색, 광고, 유튜브, 안드로이드, 클라우드, AI, 규제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더 이상 천재성 하나만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이 시기에 필요한 건 더 큰 드라마가 아니라 더 정교한 조율입니다.
순다 피차이는 덜 극적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초거대 기업은 원래 덜 극적인 리더를 필요로 할 때가 많습니다.
- 밖에서 보기엔 조용해 보여도, 안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균형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회사가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큰 회사는 카리스마보다 충돌 비용을 줄이는 리더가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 넷플릭스는 왜 한발 물러날 수 있었을까?... >
-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도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그는 단순한 CEO가 아니었습니다.
넷플릭스 문화의 설계자에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 자유와 책임, 높은 인재 밀도, 성과 중심. 넷플릭스가 넷플릭스답게 움직이는 데 그의 색깔은 아주 강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결국 한발 물러났습니다.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장면입니다.
강한 창업자는 종종 "내가 있어야 회사가 돌아간다"고 믿습니다. 더 강한 창업자는 "내가 없어도 회사가 돌아가야 진짜 회사다"라고 생각합니다.
- 좋은 회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립니다. 창업자의 존재감이 큰 것과, 창업자가 빠지면 안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디즈니는 왜 승계가 흔들렸을까?... >
- 반대로 승계가 흔들린 사례도 있습니다.
디즈니입니다.
- 밥 아이거 이후 체제는 후계자를 세우는 것과 승계에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줬습니다.
- 직함은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뢰와 권위와 방향성은 자동으로 안 넘어갑니다. 전임자의 그림자가 너무 크면 후임자는 계속 비교당합니다. 반대로 후임자가 너무 다른 방향으로 가면 조직은 혼란에 빠집니다. 그래서 승계는 사람 교체가 아닙니다. 회사 정체성을 다시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걸 인사 이벤트처럼 다루면 거의 대부분 흔들립니다.
< 결국 회사는 시장보다 과거에 더 자주 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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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사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회사는 늘 사람보다 문제를 먼저 봤습니다.
1. 누가 더 유명한가?
2. 누가 더 카리스마 있는가?
3. 누가 더 창업자 같은가?
- 이걸 먼저 본 회사는 대체로 고전합니다. 반대로 지금 우리 회사는 무슨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문제를 가장 잘 풀 사람은 누구인가를 먼저 본 회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많은 회사는 경쟁사에 지는 게 아닙니다. 자기 성공 방식에 집니다.
- 창업자의 감각으로 성공한 회사는 계속 감각에 기대고, 운영으로 성공한 회사는 계속 운영만 더 잘하려 하고, 카리스마로 버텨온 회사는 더 강한 카리스마만 찾습니다. 그런데 성공 방식에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관성이 되는 순간, 회사는 가장 위험해집니다. 문제를 못 본 게 아닙니다.
보기 싫었던 겁니다.
< 스타트업도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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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오히려 스타트업이 더 빨리 이 문제를 마주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대표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이 몰려 있습니다. 제품, 채용, 투자자 대응, 조직문화, 중요한 의사결정까지 거의 다 그렇습니다.
초기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 하지만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여전히 모든 중요한 판단이 대표 한 사람을 통과해야만 한다면, 그건 강한 리더십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큰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대표가 중요한 회사와 대표 없이는 안 되는 회사는 전혀 다른 회사입니다.
좋은 회사는 전자입니다.후자가 되는 순간부터 회사는 성장하는 게 아니라 의존하는 조직이 됩니다.
< 마치며 - 그래서 팀 쿡의 퇴임 뉴스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애플의 한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 애플이 또 한 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회사는 창업자를 끝까지 붙잡는 회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좋은 회사는 창업자를 존중하되, 필요할 때는 그 사람조차 회사의 단계 앞에서 다시 볼 수 있는 회사에 더 가깝습니다.
결국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건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천재가 떠난 뒤에도 굴러가는 구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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