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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매거진 B를 샀다 - 커머스가 관점을 사는 시대

지난번 북토크에서 조수용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러다 매거진 B도 엑싯하겠는데."

그런데 그 추측이 생각보다 빠르게 왔다. 오늘 무신사가 매거진 B를 인수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무신사가 산 게 뭔가

표면적으로는 미디어 회사 인수다. 커머스가 잡지를 샀다.

하지만 실제로 무신사가 산 건 세 가지다.

첫째, 글로벌 신뢰다. 매거진 B. 40개국 170만 부. 칸 은사자상. 이건 구독자 숫자가 아니다. "브랜드를 진지하게 다루는 미디어"라는 국제적 신뢰다. 무신사가 한국에서 1위여도 글로벌에선 아직 "한국 쇼핑몰"이다. 매거진 B는 이미 그 세계에 들어가 있다. 이 신뢰를 직접 쌓으려면 10년 걸린다. 무신사는 인수로 단축했다.

둘째, 브랜드 언어다. 매거진 B는 15년간 "어떤 브랜드가 왜 좋은지" 설명하는 언어를 쌓았다. 프라이탁, 파타고니아, 무인양품, 츠타야. 그 브랜드들이 왜 존재하는지를 정리했다. 무신사가 입점 브랜드를 단순 판매가 아니라 "이 브랜드는 이런 문화다"로 소개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사람이다. 조수용. 전 카카오 대표. 매거진 B 창업자. 브랜딩과 사업,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룩해놓은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카카오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던 시절 대표였고, 매거진 B를 글로벌 신뢰 미디어로 만들었다. 이 사람이 가진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씬의 관계와 브랜드 감각이 무신사에 들어온다.


15년 동안 대한민국 모노클을 만든 사람들

솔직히 말하면 매거진 B를 만든 이들을 존경한다.

2011년부터 15년. 대한민국에서 모노클 같은 팬덤 매거진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브랜드를 다루는 잡지. 광고 없이. 독립적으로. 이게 한국에서 15년을 버텼다.

모노클은 런던 기반이다. 글로벌 도시, 글로벌 자본, 글로벌 네트워크. 매거진 B는 서울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40개국으로 퍼졌다. 브랜드 일을 하는 디렉터로서 정말 최고로 이루고 싶은 희망 중 하나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하지만 질문이 있다

매거진 B의 핵심은 독립성이었다. 15년간 쌓은 신뢰의 근거는 특정 자본의 영향 없이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다룬다는 것이었다.

이제 무신사 소유가 됐다. "편집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독자들이 이걸 온전히 믿을 수 있을까. 매거진 B가 무신사 경쟁 플랫폼을 다음 호에서 다룬다면, 무신사는 정말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말로는 쉽다. 실행은 어렵다.

루이싱이 블루보틀을 샀을 때 했던 말을 오늘 또 한다. 사는 것과 지키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매거진 B는 느리고 깊은 미디어다. 무신사는 빠르고 넓은 커머스다. 이 두 DNA가 한 조직 안에서 공존하려면 무신사가 매거진 B를 "활용"하려는 유혹을 얼마나 잘 억제하느냐에 달렸다.

3년 후 매거진 B가 여전히 같은 독자에게 같은 신뢰를 받고 있는지. 그게 이 인수의 진짜 성패다.


18년 차 브랜드 디렉터가 보는 것

이건 브랜딩 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딜이다. 무신사가 "패션 플랫폼"에서 "브랜드를 이해하는 회사"로 포지션을 바꾸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매거진 B를 산 건 미디어를 산 게 아니다. "브랜드를 진지하게 다루는 관점"을 산 것이다. 이제 "어디서 사느냐"보다 "어떤 관점을 가진 곳에서 사느냐"가 소비자 선택 기준이 되는 흐름이다. 무신사가 이 관점을 지킨다면 한국 패션 플랫폼이 글로벌에서 처음으로 "브랜드를 이해하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저도 늦더라도 만들겠습니다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기대가 더 크다.

매거진 B가 15년 걸렸다면, 나도 15년 걸릴 수 있다. 중요한 건 방향이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매거진 B를 보면서 배운다. 독립성, 일관성, 관점. 이게 쌓이면 글로벌 신뢰가 된다.

한국에서 시작한 브랜드 미디어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가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 나도 그 중 하나가 되고 싶다. 늦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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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현 리듬앤프렌즈 · CEO

18년차 브랜드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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