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마인드셋
가진 게 많으면 변화를 주저하는 이유 : 손실 회피

Q. 새로운 도전할 때에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직장 생활 6년 차에 부서 이동을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사업전략실에서 인정받는 핵심 인재였고, 개인 성과도 우수했습니다. 보상이나 진급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얼마나 빨리 임원이 되는가가 관건인 상황이었죠.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성장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리더가 되기 전, 전략 수립 능력과 조직의 실행력을 제 역량 안에서 하나로 엮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인사조직실로의 부서 이동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부서 이동을 하려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적응 기간만 지나면 독보적인 역량을 갖춘 인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지금껏 쌓아온 성과와 평판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괜한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당장 가진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민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부서 이동을 마친 후에도 그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Q. 우리가 도전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간은 무언가를 얻을 때의 기쁨보다 잃을 때의 고통을 훨씬 크게 느낍니다. 주사위를 던져 1이 나오면 300만 원을 잃고, 2 이상이 나오면 100만 원을 얻는 게임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통계적 기대 수익은 33만 원의 이득이지만, 대다수는 이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1/6이라는 낮은 확률임에도 '300만 원의 손실'이 주는 심리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부릅니다. 연구에 따르면 같은 금액이라도 돈을 잃었을 때의 고통은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약 2.25배나 큽니다. 300만 원을 잃는 고통을 상쇄하려면 심리적으로 약 675만 원 정도의 이득이 필요한 셈입니다.

이러한 성향은 인류의 생존 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은 기회를 잡는 것보다 위협을 피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었습니다. 먹잇감을 놓치면 다음을 기약하면 되지만, 포식자를 피하지 못하면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생존 위험이 줄어든 현대 사회에서 손실 회피는 불합리한 본능처럼 보이지만, 과거 인류에게는 매우 효율적인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Q. 손실 회피는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비즈니스 현장에서 손실 회피는 판단을 왜곡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의사결정자는 자신이 이미 소유한 자산을 포기하는 행위를 단순한 거래가 아닌 자신의 일부를 잃는 고통으로 인식하여, 그 가치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부여하곤 합니다.

이러한 오류는 기업의 운명이 걸린 투자 유치나 IPO 상황에서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창업자나 초기 투자자들은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열정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게 현재의 수익성과 지표로만 가격을 매깁니다. 리더가 이 심리적 가치와 시장 가격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결국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정체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마켓컬리의 상장 보류 결정이 대표적인 사레입니다. 마켓컬리는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시장의 개척자로, 프리 IPO 단계에서 4조 원이라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2023년 상장 추진 당시 시장 평가액은 약 1조 원 수준이었습니다. 경영진에게 4조 원은 강력한 심리적 기준으로 자리 잡았고, 그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는 행위는 자산 가치의 훼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마켓컬리는 시장 상황이 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상장을 미뤘습니다. 이는 당장 확보할 수 있었던 대규모 현금 유동성과 시장 지배력 강화라는 실질적 이득을 포기하는 선택이었습니다.

 

Q. 손실 회피로 인한 의사결정 왜곡을 줄일 수 있나요?

손실 회피는 본능이기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이득을 중심으로 기준점을 설정해야 합니다. 손실 회피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미 가진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모든 선택은 손실이 됩니다. 반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를 기준으로 두면, 같은 상황도 기회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서 이동을 고민할 때, ‘현재까지 쌓아 온 성과와 평판을 잃는다’라는 프레임이 아닌 ‘내가 아무 경험도 없는 상태라면 이 기회를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보는 것입니다. 기준을 현재의 자산이 아닌 제로(0)에 두면, 비로소 선택이 제공하는 순수한 가치가 보입니다.

둘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손실 회피는 단기 감정에 매몰될 때 극대화됩니다. 당장의 손실은 크게 보이고, 장기적 이익은 희미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이 3년 뒤, 5년 뒤에도 손실로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의외로 답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시간의 축을 길게 늘여보면 단기적인 손실로 보였던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거대한 성장 발판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기댓값으로 환산해서 봐야 합니다. 의사결정으로 인한 손실과 이익을 확률과 함께 기댓값으로 환산할 경우 보다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합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바뀐 손실은 더 이상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감당 가능한 비용인지 판단 가능한 대상이 됩니다. 동시에 인지적으로 과소평가되던 이익의 가치 역시 또렷하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결국 기댓값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손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입니다.

 

Q. 리더들이 기억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성공한 리더일수록 자신이 일군 업적과 자산에 강한 애착을 갖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애착이 때로는 미래의 더 큰 기회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됩니다. 마켓컬리의 사례나 저의 부서 이동 고민이 보여주듯, 우리는 종종 과거의 영광에 묶여 현재의 최선을 놓치곤 합니다.

진정한 전략적 용기는 단순히 위험에 뛰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영광을 현재의 가치로 과감히 치환하고, 손실마저도 담담히 수용하는 것이 리더에게 필요한 진짜 용기입니다.

 


한 줄 요약 : 손실은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고, 판단은 그만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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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원(Luke) EDWORK · CSO

글로벌 마케팅 회사를 만들어 가는 창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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