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마인드셋
중요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는 착각 : 가용성 편향

Q. 깜짝 놀랄 소식을 듣고 예정에 없던 행동을 한 경험이 있나요?

3년 전, 친한 친구가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36살의 젊은 나이였습니다. 운동을 즐기던 친구의 발병 소식은 저를 포함한 주변 지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희는 암에 좋다는 음식을 공유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자며 다짐했습니다. 종합검진을 받지 않은 친구들에게는 서둘러 검사를 받아보라며 독려했습니다. 저 역시 밀려오는 불안감에 곧바로 검진을 예약했습니다. 권장 연령이 아님에도 추가 비용을 들여 정밀 암 검사까지 신청했습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제 마음속에는 언제든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남았습니다.

당시 제 반응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사실 합리적인 판단은 아니었습니다. 친구의 암 발병이 저의 생물학적 발병 확률을 직접 높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통계상 30대의 암 발생률은 약 1%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의 고통은 제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켰습니다. 두려움에 휩싸인 저는 실제보다 암 발병 위험을 과대평가하게 되었습니다. 굳이 값비싼 정밀 암 검사까지 받을 필요는 없었는데, 불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한 것입니다.

 

Q.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행동할 것 같은데, 왜 그런 걸까요?

우리는 기억에 남는 사건이 실제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고 착각합니다. 즉, 기억하기 쉬운 정보를 더 중요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라고 부릅니다. 주변 지인의 복권 당첨 소식에 괜히 기대감을 갖고 복권을 구매하게 되거나, 비행기 사고 소식을 듣고 예정되었던 여행을 취소하는 행동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가용성 편향이 집단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령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사건이 이슈가 되면, 이를 본 대중은 '모든 고령 운전자는 위험하다'라며 극단적으로 인식해 버리곤 합니다.

가용성 편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효율성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복잡한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기보다 당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이도록 진화했습니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정보의 특징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최신성'입니다. 오래전에 들었던 정보보다는 최근에 들었던 정보를 더 쉽게 떠올리게 됩니다. 두 번째는 '자극성'입니다. 평범한 정보보다는 시각적으로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인 사건이 뇌에 강하게 각인됩니다. 세 번째는 '친숙함'입니다. 본인이 직접 경험했거나 자주 접한 정보일수록 그것이 보편적인 진리라고 믿게 됩니다. 이 요소들은 실제 확률과 무관하게 우리 기억의 우선순위를 왜곡하여 세상을 왜곡한 렌즈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Q. 리더가 가용성 편향에 빠지면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리더가 가용성 편향에 빠지게 되면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합니다. 최근 AI 열풍 속에서 미디어가 쏟아내는 성공 사례들은 리더의 뇌에 강렬하게 각인됩니다. 이러한 기억이 자리 잡으면 리더는 AI 도입의 장밋빛 미래만 떠올리며 투자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기 쉽습니다. 그 결과 실질적인 수익 모델이나 조직의 준비도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대신, '대세'라는 선명한 인상에 의존해 막대한 자원을 배정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실제로 AI에 투자한 기업 중 수익을 낸 곳은 5%뿐이며 나머지 95%는 실패했다는 통계적 사실은 선명한 성공 사례에 가려지고 맙니다.

게다가, 가용성 편향은 새로운 변화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게 만듭니다. 리더의 머릿속에 과거의 성공 경험이 강하게 박혀 있으면 이를 의사결정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시장의 변화를 나타내는 최신 지표보다 본인에게 익숙한 과거의 방식이 더 옳다고 믿는 것입니다. 과거 '초콜릿폰' '프라다폰'으로 피처폰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LG전자는 디자인과 브랜드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강력한 기억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기억 때문에 아이폰 등장 이후의 생태계 변화를 무시했고,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과거 방식을 고수하는 역설적 선택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또한 가용성 편향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불러일으킵니다. 조직에서 연간 평가의 목적은 1년 전체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평가 직전 기간 동안 리더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구성원이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의 뇌가 지난 11개월의 누적 데이터보다 최근의 선명한 기억을 더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편향은 조직의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구성원들이 본질적인 성과보다 평가 직전의 보여주기식 활동에 치중하게 만듭니다.

 

Q.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용성 편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가용성 편향은 인간의 직관에 가깝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체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첫째,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사고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합니다. 《넛지》의 저자인 리처드 탈러는 개인의 의지에 기대기보다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합니다. 가용성 편향은 특정 정보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발생하므로 검토해야 할 정보의 여부와 정보의 노출 순서 자체를 조정하는 방식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가 대표적인 수단입니다. 미리 설계된 체크리스트는 기억의 가용성 순서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대신, 모든 중요 변수를 동일한 선상에서 검토하게 함으로써 리더의 시야에서 누락된 위험 요소를 강제로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둘째, 모든 의사결정 절차에 데이터 기반 검토 과정을 포함해야 합니다. 가용성 편향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 뇌가 추상적인 통계 수치보다 생생한 경험이나 강렬한 사례를 더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리더가 직관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전, 객관적인 통계 수치와 시장 데이터를 먼저 확인하도록 함이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절차는 이성적인 사고 체계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직관적 기억과 실제 수치의 차이를 드러내 가용성 편향을 억제하게 만듭니다.

셋째, 정기적인 기록은 기억의 왜곡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면 그 즉시 기록으로 옮겼습니다. 인간의 뇌는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기억하고 반대되는 데이터는 쉽게 잊어버린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리더가 팀원의 성과나 프로젝트 과정을 상시 기록한다면 그 자료는 전체 기간을 조망하는 객관적 증거가 됩니다. 날 것 그대로의 기록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리더의 감정과 기억의 선명함에 휘둘리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줍니다.

 

Q. 리더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요?

리더는 '기억에 남는 것'과 '실제로 중요한 것'을 엄격히 분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 스스로 자신의 가용성 편향을 인지하고, 의도적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정보의 자극성이나 최신성에 매몰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데이터를 읽어내는 힘이야말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의사결정 역량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한 줄 요약 : 인상 깊은 정보가 중요한 정보라는 착각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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