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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수입금지? 하이닉스 덮친 NPE 소송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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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특정 NAND 및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에 대해 미 관세법(Tariff Act of 1930) 제337조 조사를 공식 개시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MonolithIC 3D라는 회사가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이다. SK하이닉스의 HBM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 구축 일정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비록 ITC 공식 문서가 특정 공급망을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이 사건의 파장이 단순히 두 기업 간의 합의금 다툼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MonolithIC 3D의 제소에 따라 배제명령(Exclusion Order) 가능성이 열린 지금, 글로벌 AI 공급망 전체가 한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BM은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IP 격전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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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업의 경영진이나 실무자는 NPE를 향해 “단지 합의금만을 노리는 특허 괴물”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물론 상당수 NPE의 비즈니스 모델이 맹목적인 재무적 수익 창출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MonolithIC 3D의 사례를 보면 일반적인 NPE와는 결이 다른 특성이 엿보인다. 이 회사의 창업자 즈비 오르바흐(Zvi Or-Bach)는 반도체 분야의 연쇄 창업가로 기술적 권위를 인정받는 인물이며, 이 회사는 기존 방식을 넘어서는 '3D 순차적 적층(Sequential 3D)' 기술 등과 관련해 미국 등록특허 100건 이상과 350건 이상의 출원·계속출원을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시장에 흩어진 특허를 무작위로 사들여 소송을 거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 방향을 미리 읽고 제조 생태계의 주도권을 흔들 수 있는 '길목'을 선점한 전략적 설계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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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흔한 오해는 “SK하이닉스처럼 핵심 공급망을 담당하는 거대 기업이 설마 수입 금지까지 당하겠는가” 하는 안일함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할 제도가 바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다. 일반적인 연방 법원의 특허 소송이 주로 '과거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데 목적이 있다면, ITC는 미 관세법 제337조를 근거로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의 미국 내 수입 자체를 원천 차단(수입 배제 명령)할 수 있는 막강한 행정 권한을 가진다. 이번 사건에서도 MonolithIC 3D는 제한적 수입 배제 명령(Limited Exclusion Order)과 중지 명령(Cease and Desist Orders)을 요청했다. 법원 소송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며, 기업 입장에서는 거액의 배상금보다 시장 진입 자체가 막히는 배제명령 가능성이 훨씬 치명적인 비즈니스 리스크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흔히 수입 금지와 같은 무역 구제 조치는 자국 내에 공장을 둔 '제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알려져 있다.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라이선싱 전문 NPE인 MonolithIC 3D가 어떻게 ITC에 제소할 수 있었을까? 미 관세법은 제소를 위해 미국 내 산업(Domestic Industry)이 존재하거나 구축 중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중요한 것은,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더라도 해당 특허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엔지니어링, 또는 라이선싱 활동에 미국 내에서 상당한 투자를 했다면 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MonolithIC 3D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들어, 제조 시설 하나 없이도 경쟁사를 압박할 수 있는 ITC의 강력한 무기인 수입 금지 요청을 꺼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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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현재 시장의 주류인 HBM 및 3D NAND 제품 구조에 MonolithIC 3D의 3D 적층·메모리 구조 관련 특허 청구항이 어떻게 읽히고 침해 여부가 인정되는지다. 만약 특허 침해 리스크가 커진다면, 가장 날카로운 방어 논리는 '공공 이익(Public Interest)'이 될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수입 배제 조치가 통과될 경우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초래해 공공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ITC는 이번 조사 개시 전 연방관보를 통해 공익 관련 의견 제출 절차를 이미 별도로 진행했고, 조사 개시 후에도 행정법판사(ALJ)에게 공익 심리를 하도록 명시적으로 지시했다. 특허권 보호라는 사적 이익과 'AI 인프라 수급 안정성'이라는 국가적 공익 중 무엇이 우선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다툼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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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소송은 “특허를 침해했는가”라는 한 줄 질문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쟁점의 핵심은 반도체 적층 구조에 대한 기술적 독해, 제337조 절차에서의 공익 논리, 그리고 AI 반도체 공급망의 현실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순차적 적층 기술을 둘러싼 청구항 해석은 곧 HBM 구조와 제조 방식의 문제로 이어지고, 그 판단은 다시 미국 시장 접근성과 고객사 공급 안정성의 문제로 번진다. 이 사건이 예민한 이유는 법리보다 시장 충격의 범위가 더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분쟁은 오래전부터 기술·법률·사업이 겹치는 영역이었지만, AI 시대의 메모리 분쟁은 그 밀도가 다르다.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품이 ITC 분쟁에 들어가는 순간, 특허는 손해배상 규모를 계산하는 권리가 아니라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고 협상 질서를 흔드는 지렛대가 된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소송 대응이 아니다. 공정과 구조를 이해하는 기술 해석, 배제명령 가능성에 대비한 절차 전략, 그리고 고객사·생산계획·대체공급선까지 연결해서 보는 사업적 판단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IP의 무게는 이미 권리 보호를 넘어 공급망 통제력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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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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