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Garry Tan의 에세이 Boil the Ocean을 번역한 글입니다. Garry Tan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로, Posterous의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 CEO를 맡았으며 이후 Initialized Capital을 공동 설립해 다양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습니다. 또한 현재는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의 CEO로서 전 세계 창업가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끓이려 하지 마라(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누군가 회의에서 지나치게 야심찬 목표를 말하면 종종 나오는 말이죠. 평상시라면 꽤 유익한 조언입니다. 팀의 집중력을 유지해 주고, 프로젝트의 범위가 무한정 넓어지는 것을 막아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평상시'가 아니기에, 우리는 이 말을 놓아줄 때가 되었습니다.
초인공지능의 시대는 이제 우리가 바다를 끓일 때가 왔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시작은 호수 몇 개를 데우는 것부터겠지만요.
최근 한 대학 기금의 사모투자 책임자를 만났는데, 그분은 개발자들이 Claude Code가 할 수 있는 일을 보고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첫 반응이겠지만, 냉정히 말해 이는 잘못된 접근입니다. 전체 가치가 커지는 상황을 보지 못하고,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는다는 제로섬(Zero Sum)식 사고에 갇혀있기 때문입니다.
(필자) 제로섬 사고 방식에 대해서는 일론 머스크의 영상을 추천드립니다. (링크)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어떻게 더 싸게 할까'를 고민하며 전전긍긍하기보다, '이전에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을 어떻게 해낼지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요?
- 그 대학 기금이 10%가 아닌 50%의 수익률(IRR)을 달성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 스타트업이 기존 대기업보다 100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 우리가 핵융합 에너지를 가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 왜 우리는 모든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며 우리 제품의 모든 버그를 완벽하게 잡을 수 없을까요?
이런 질문들이 더 이상 이상이 아닌, 해결책이 있는 공학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제 생각에 두려움의 본질은 이렇습니다. 미래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우리의 야망이 얼마나 작은지와 정비례합니다. 만약 당신의 계획이 지금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면, 그 일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해낼 수 있는 AI가 정말 무섭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계획이 이전에는 꿈꾸지 못했던 훨씬 더 큰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라면, AI는 당신이 평생 들은 것 중 가장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노동자, 즉 노동을 대가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이 바로 '창조자'가 될 때입니다. 사업을 시작하세요. 그리고 이미 경영진이나 자본가라면, 여러분의 포부를 10배 더 과감하게 키워야 할 때입니다. 효율성을 5% 끌어올리거나 인력을 감축해 이익률을 2% 높이는 구시대적 방식에 머물지 마십시오. AI시대의 새로운 질문은 이것입니다.
“사람들이 지금보다 10배 더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할 만큼 압도적인 서비스는 어떤 모습일까?”
결과적으로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그 욕망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기술은 마침내 그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Buckminster Fuller는 1938년 '일시화(ephemeralization)'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기술의 발달로 점점 더 적은 자원을 들여 더 많은 일을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들이지 않고 모든 것을 해내는' 상태로 나아가는 진보의 과정을 뜻합니다. 그는 돌다리에서 철제 트러스로, 다시 강철 케이블로 발전하며 구조물이 더 튼튼해지면서도 가벼워지고 저렴해지는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이는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문명이 문명으로서의 제 역할을 더 완벽하게 수행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여기에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적용됩니다. 자원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면 사용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자원이 너무나 유용해진 나머지 수요가 폭발하게 됩니다. 과거 증기기관이 석탄 소비를 줄이기는커녕 석탄의 시대를 열었듯, 이제 지능과 노동,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서비스 영역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설은 가만히 앉아 있다고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본가와 경영진이 실제로 그만큼의 야망을 품어야만 발동합니다. 지루한 위원회 회의에 갇혀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호수와 바다를 통째로 끓여버리겠다는 야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타트업이 가장 잘해온 일입니다. 모두가 현재의 1.05배를 최적화하며 안주할 때, 극심한 불확실성을 뚫고 10배 더 나은 미래를 먼저 건설하는 것.
이제 시작할 때입니다.
(필자) 본 글의 댓글도 좋아서 가져왔습니다.
저 역시 이런 낙관론에 동의합니다. 이미 이러한 도구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냥 빌더가 되라”는 말은, 그렇게 되지 않을 90%의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지능에 대한 제본스의 역설 역시,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기계와 경쟁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기계를 다루고 방향을 설정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더 똑똑하거나 더 자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단지 이 도구들을 더 일찍 배웠을 뿐입니다. 그것은 견고한 경쟁 우위라기보다, 단지 출발선에서 앞서 있었던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가속되는 대상이 ‘지능’ 그 자체라면, 그 작은 격차는 순식간에 넘을 수 없는 간극으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답하지 못하는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 도약에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는 말만으로는 월세를 낼 수 없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진정으로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이라면, 우리는 도착지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그 전환 과정에 대해서도 훨씬 더 책임감 있게 고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