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사업전략 #프로덕트
창업이 쉬워졌다는 착각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 라는 말이 축복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상하다.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정말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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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한 번이면 된다.

 

랜딩페이지, MVP,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 도식화까지. AI 기반 도구들이 실행 문턱을 대부분 없앴다. 

문제는, 그 문턱이 낮아진 만큼 '깊이'를 만들 여지도 함께 사라졌다는 점이다.

 

구조화된 설계 없이 AI와 핑퐁을 시작하면 의도했던 목적지와 다른 곳에 도착하곤 한다. 표면적으로 그럴듯한 무언가이지, 깊이감 있는 제품이 아니다. 물론 확장성도 잘 고려되지 않는다. 표면적인 결과물은 누구나 만들 수 있기에, 경쟁자가 해당 제품의 구조와 경험 맥락을 해킹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극단적으로 짧아졌다.

 

쉽게 만든 제품은 쉽게 복제된다. 쉽게 복제되는 제품에 고객이 돈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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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숫자를 대입해 보았다.

 

팀원 2명. 구독료 4,900원. 마진율을 넉넉하게 50%로 잡는다. 각자 월 1,000만원을 가져가려면 필요한 매출액은 4,000만원이고, 유료 구독자 약 8,163명이 필요하다.

 

8천 명이라는 숫자가 현실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직시해야 한다. SaaS 벤치마크 분석 플랫폼 RoastMyWeb이 86개 SaaS 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무료 체험 없이 바로 결제하는 모델의 웹사이트 방문자 대비 유료 전환율은 높은 의도의 트래픽 기준으로도 2~5%다. 현실적으로 2%를 적용하면, 유료 구독자 8천 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누적 웹사이트 방문자는 40만 명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4,900원짜리 구독은 결제 허들이 낮은 만큼, 해지 허들도 낮다. "안 쓰네, 해지하자" 까지의 심리적 거리가 극단적으로 짧다. 저가 B2C 구독 제품의 월간 이탈률이 5%라면, 매달 400명이 빠져나간다. 8천 명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 400명의 새로운 유료 고객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

 

매달 400명. 전환율 2% 기준, 매달 2만 명의 유의미한 웹사이트 방문자가 필요하다. 한국 내수 시장에서 니치 제품으로 이 트래픽을 오가닉으로 유지하는 것은 이미 브랜드가 된 이후에나 가능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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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도 주인이 생기고 있다.

 

지금은 AI라는 새로운 축 위에서 시장이 잘게 쪼개지고, 각 파편마다 새로운 주인이 등장하는 시기다. 선점에 성공한 이후를 상상해 보면, 그 다음은 피 튀기는 경쟁의 시작이다. 그 시장이 성장하면 결국 상대해야 할 대상은 빅테크이거나, 그 시장에서 제일 잘 치는 플레이어다.

 

그리고 진짜 해자라고 불릴 수 있는 것, 누적된 고객 행동 데이터와 신뢰 기반의 관계는 둘 다 시간의 함수다. 빠르게 만들 수 있어도 위 내용들은 복제가 되기 어렵다. 문제는 그걸 쌓는 동안 자금이 버텨줘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이 쉬워진 만큼 경쟁자도 많아졌고, 해자를 쌓기 전에 소진되는 팀이 늘고 있다.

 

'선점'과 '지속'은 또 다른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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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었습니다" 까지는 정말 빨라졌다.

 

하지만 "왜 이것인가", "이것을 계속 해야만 하는가" 에 대한 답을 가진 팀은 여전히 드물다. 오히려 더 적어졌다.

 

시작은 쉬워졌다. 하지만, 계속하는 이유와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어려워졌다.

 

이 둘을 같은 선상에 놓는 순간, 착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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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id Candid · CEO

스타트업을 위한 채용컨설팅사, Candid 이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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