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법무법인 임팩터스가 스타트업 법률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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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계약서 쓰고 있는데, 이거 괜찮은 건가요?”
스타트업 법률 자문을 하다 보면, 이 질문을 정말 자주 받습니다. 회사 쪽에서도, 프리랜서 본인 쪽에서도요.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일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좀 다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상사 지시를 받고, 다른 클라이언트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 그건 계약서가 뭐라고 하든,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최근 하나가 더 달라졌습니다. 2026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됐습니다. 이 법의 핵심 중 하나가 "근로자"의 범위를 넓게 보겠다는 방향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종사자처럼 기존에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도 노동3권 보호의 길이 열린 것입니다.
시행 한 달이 된 지금, 한번 점검해볼 타이밍입니다. 지금 맺고 있는 프리랜서 계약, 형식과 실질이 일치하고 있는지.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적었는데, 그게 진짜 프리랜서인가요?
이 부분에서 많은 분이 헷갈려합니다. 계약서에 "위탁계약" 또는 "프리랜서 용역계약"이라고 적으면 근로기준법 적용을 안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직관적으로는 맞는 것 같지만, 법원은 다르게 봅니다.
법원은 계약서의 이름을 보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봅니다. 이걸 "실질적 종속성"이라고 하는데, 풀어서 말하면 이런 겁니다.
- 업무 내용이나 수행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받고 있나요?
- 근무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나요?
-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나요?
- 보수가 정기적으로 들어오나요?
이러한 항목에 여러 개 해당한다면, 계약서의 제목이 뭐든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기준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닙니다. 대법원이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유지해온 원칙입니다. 다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근로자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넓어지면서 이 기준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근로자로 인정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상당히 많은 것이 한꺼번에 달라집니다.
- 회사 입장에서 보면, 4대보험을 소급 가입해야 합니다. 퇴직금을 줘야 합니다. 연차수당을 정산해야 합니다. 해고 제한 규정이 적용됩니다. 프리랜서로 계약한 기간이 길수록 소급 금액은 커집니다. 수년간 프리랜서로 협업해온 분이 근로자로 판정되면, 수천만 원 단위의 비용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프리랜서 본인 입장에서도 반대쪽 문제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처럼 일하고 있는데, 계약 형태가 프리랜서로 되어 있으니 퇴직금도, 해고 보호도, 산재보험도 적용받기 어렵습니다. 갑작스럽게 "다음 달부터 안 해도 돼요"라는 통보를 받아도 근로기준법상 해고 절차를 주장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형식과 실질이 안 맞는 계약은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양쪽 모두에게 예측 불가능한 비용을 만들어냅니다.
최저임금도 적용될 수 있나요?
네, 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니니까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실질이 근로자라면 최저임금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프리랜서로 되어 있더라도, 앞서 말한 실질적 종속성 기준에 해당하면 근로자로 판정되고, 그 시점부터 최저임금법이 적용됩니다. 지급된 보수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합니다.
프리랜서 본인도 한번 계산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받는 대가를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어느 수준인지, 그리고 지금 일하는 방식이 실질적으로 어떤 관계에 해당하는지. 이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계약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러면 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진짜 프리랜서 계약인가요?
이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핵심은, 계약서가 실질을 반영해야 한다는 겁니다. 임팩터스에서 스타트업 법률 자문을 하면서 프리랜서 계약 관련 이슈를 정리해보면, 결국 네 가지가 빠져서는 안 됩니다.
첫째, 업무 범위와 산출물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마케팅 업무 전반", "개발 업무 지원"처럼 포괄적으로 적으면,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 관계와 구분이 어려워집니다. 과업 내용, 산출물, 수정 횟수와 기간까지 정하는 게 좋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결과물을 납품하는 사람"으로 계약의 성격이 드러나야 합니다.
둘째, 대금 지급 방식입니다. 매월 같은 금액이 정기적으로 나가는 구조는 근로자성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나누거나, 결과물 납품과 연동해서 지급하는 방식이 프리랜서 계약에 더 맞습니다. 추가 작업 발생 시 비용 부담도 미리 정해두면 나중에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지식재산권 귀속입니다. 프리랜서가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이나 특허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회사에 귀속되는 건지, 프리랜서가 보유하되 회사에 비배타적 사용권을 주는 건지 — 선택에 따라 이후 활용 범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조항이 없으면 프로젝트가 끝난 후 분쟁이 생길 수 있고, 양쪽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용입니다.
넷째, 근로계약이 아님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본 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니며, 당사자는 대등한 사업자 관계"라는 문구입니다. 이 문구를 넣는다고 법적 효력이 자동으로 보장되진 않습니다. 실질이 근로관계이면 이 문구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계약 당사자 간의 의도를 명확히 해두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판단의 한 요소가 됩니다.
특히 셋째(지식재산권)와 관련해서, 프리랜서뿐 아니라 정규 멤버의 입사·퇴사 시점에서도 비밀유지와 자산보호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궁금하시다면 입사와 퇴사, 두 시점에서 완성하는 비밀유지 및 자산보호 전략을 함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계약서만 잘 쓰면 되나요?
아닙니다. 이것도 많이 놓치는 부분인데, 계약서를 아무리 잘 작성해도 실제 업무 관리가 근로자형으로 운영되면 의미가 없습니다. 법원은 계약서뿐 아니라 실제 운영 방식까지 봅니다.
정기 보고를 요구하는 것, 고정 근무시간을 지정하는 것, 특정 장소에서의 근무를 요구하는 것 — 이런 관리 방식은 프리랜서 계약의 성격과 충돌합니다. 프리랜서에게 위임한 것이 "결과"라면, 과정에 대한 지시는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건 프리랜서를 "방치"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중간 점검을 하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그 방식이 "보고와 지시"가 아니라 "협의와 조율"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결과물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과 업무 수행 과정을 통제하는 것은 다릅니다.
프리랜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프리랜서로 계약했다면, 실제로 프리랜서답게 일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여러 클라이언트와 병행이 가능한 구조인지. 자신의 근무 형태가 계약서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지금이 살펴볼 타이밍입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근로자의 범위와 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한층 넓어졌습니다. 이건 법 하나가 바뀐 것이 아니라, 일하는 관계를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신다면, 지금 맺고 있는 계약이 자신의 실제 근무 방식과 일치하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회사에서 프리랜서와 협업하고 있다면, 계약 구조와 관리 방식이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검토해볼 시점입니다.
형식과 실질이 일치하는 계약은 양쪽 모두를 보호합니다. 형식만 갖춰둔 계약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쪽에도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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