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드론, 자동차, 전기자전거 등 움직이는 것들에 꼭 들어가는 모터. 모터의 무게는 줄이고 힘은 더 키우는 것이 전 세계의 숙제였습니다. 그래야 더 멀리, 더 오랫동안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되려면 모터의 무게를 줄이는 게 큰 미션으로 꼽히고요. 이플로우는 차세대 AFPM 모터 기술로 이 숙제를 풀었습니다. 팬케이크처럼 납작한 구조로 무게와 부피를 줄이며 유럽 시장 수출 실적 5275% 상승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플로우 윤수한 대표님과 함께 글로벌 모터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결과, 디캠프 배치 2기 활동으로 조직의 동력을 키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Q1. 글로벌 모터 시장에 혁신을 가져온 이플로우를 소개해주세요.
이플로우는 AFPM(Axial Flux Permanent Magnet 축방향 자속형) 모터를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원래 사용해왔던 원통형 모터와 달리, 고정자와 회전자의 방향을 나란히 배치해서 팬케이크 같은 모양의 모터를 만들고요. 두 모터가 같은 지름이라고 가정할 때 AFPM 모터는 기존 모터보다 무게를 2분의 1, 부피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면서 출력 토크는 2배로 강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작은 크기와 무게로 큰 에너지를 내야 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산업용 로봇 등을 만드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2. AFPM 회사를 직접 창업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 이플로우는 2017년 소형 AFPM 모터 개발에 대한 원천 특허를 독일에서 기술 이전받아 창업했습니다. 제가 AFPM 모터 기술을 알게 된 건 2010년인데요. 당시에는 제작 난이도 때문에 AFPM 모터를 대량으로 생산해내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장벽만 넘는다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집요한 연구 끝에 해답을 찾아내어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제작 기술과 타사 대비 2분의 1 가격 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습니다”
Q3. AFPM 모터를 대량으로 만들기 까다로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은 ‘에어 갭(Air Gap)’입니다. 모터가 강력한 힘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석과 구리 코일 사이의 간격이 중요합니다. 이 간격이 좁을수록 모터가 더 강력하게 돌아가죠. 저희는 AFPM의 에어 갭을 0.5mm까지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내어 모터의 힘을 늘렸습니다.

두 번째는 핵심 부품인 ‘코어’의 가격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코어 만드는 기술이 있더라도 가격이 비싸서 시장에서 팔리기 어려웠습니다. 코어 안에만 부품이 또 40가지 들어가는데 하나하나 금형 틀을 따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금형 틀 맞추는 비용이 상당히 높고요. 하지만 저희는 금형 틀 하나로 40개 부품을 한번에 찍어내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타사 대비 모터 원가를 2분의 1 수준으로 낮춰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고요. 내구성도 일반 모터에 비해 30~40% 높습니다.
Q4. 이렇게 까다로운 기술력을 어떻게 확보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2017년에 처음 창업하고 중소기업청(현재 중소벤처기업부)에 찾아가서 이런 고효율 모터 만들고 싶은데 도움받을 만한 곳이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저희한테 경남 창원에 한번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최신 방산 기술 기업이 모인 곳이 창원이잖아요. 가보니까 세계적인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 저희 기술 책임자분들은 창원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은퇴하고 오셨습니다.

유럽에서도 도움을 받은 부분이 많습니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는 AFPM 기술에 관심을 가진 엔지니어가 상당히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이 모터를 양산하기 어렵다고 하니까 해보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마땅한 곳이 없던 거죠. 이런 상황에 저희가 AFPM 모터와 전기 자전거를 들고 유럽 전시회를 나가니까 그쪽 전문가들이 저희랑 협업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희 멤버 중에 4~5명은 유럽 출신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고 양산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유럽 시장 재주문율 98%, 휴머노이드와 인공위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Q5. 그렇다면 현재 이플로우의 기술은 어디에서 어떤 성과를 올리고 있나요?
현재 저희는 글로벌 시장, 특히 유럽에서 가장 매출을 많이 올리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8000달러 매출을 올렸는데 2025년에는 43만 달러를 벌면서 수출 실적이 5275% 상승했고요. 특히 프랑스에서 진행한 PoC 프로그램에서 380개 팀 중에 1위로 선정되면서 30만 유로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유럽 시장 전체로 보면 현재 25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재주문율도 98%에 달해 시장 검증을 완료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연락을 받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가 사람처럼 움직이기 위해서 모터가 많이 들어가는데, 현재는 전체 무게의 60%가 모터 무게라는 거예요. 휴머노이드가 더 완성형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 몸무게랑 비슷해져야 하고 결국에는 모터 무게를 줄여야 하는 거죠. 그래서 작고 가벼우면서 힘이 센 AFPM 모터의 특성을 알게 된 국내 대기업 2곳에서 휴머노이드용 액츄에이터 개발 요청을 받았고, 미국, 유럽, 중국 쪽에서도 요청을 받아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는 드론과 인공위성 분야로도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모터가 작고 가벼우니까 하늘을 나는 기계에 넣기 좋잖아요. 드론은 미국, 독일, 영국의 드론 모터 기업과 시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고, 인공위성은 국내 대기업의 요청을 받아 소형 모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6.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 높은 성과를 올리고 계신데, 비결을 조금 알려주신다면요?
공공기관에 마련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는 ‘지사화 사업’ 프로그램이 있어요. 중소벤처기업부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고요. 이 기관에서는 해외에 직원 파견을 보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스타트업을 지원합니다. 그래서 기관 관계자 분들을 저희 직원 수준으로 활용했고요. 현재는 독일 함부르크,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루마니아에 마케팅 사무실을 직접 내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Q7. 승승장구하는 스타트업에는 항상 어려움이 있기 마련인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2024년 하반기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면서 저희 모터에 들어가는 네오디뮴 자석 가격이 40% 폭등하고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때 자석 공급망을 다각화해 물량을 확보하고, 설계를 변경해서 자석 사용량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했고요. 유럽 고객사와 투명하게 소통하면서 가격을 조정하는 등의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이때 투명하게 소통한 일이 전화위복이 되어서 재주문율 98%를 달성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디캠프 배치 2기를 통해 사업의 내실과 외실을 모두 다질 수 있었습니다”
Q8. 이플로우가 급격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디캠프 배치 2기로 선정되었는데 어떤 지원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저희가 조직 구성원이 10명에서 24명으로 급격히 확장되는 과정에서 R&R이 중복되고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때 디캠프의 멘토링을 통해 조직을 개편하고 R&R을 명확하게 나누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2배 빨라지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저희가 유럽 영업 성과에 비해 국내 대기업 협상이 지지부진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캠프에서 ‘대기업에 영업할 때는 기술 중심 프레젠테이션보다 ROI 중심 제안서로 바꾸는 게 좋다’라는 조언을 해주었고, 실제로 국내 대기업 도입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론트원 입주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다른 팀과 복도에서 편하게 대화하다가 힌트를 얻기도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팀과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의도치 않게 생기는 시너지가 정말 큰 베네핏이 되었습니다.
Q9. 디캠프 배치를 마친 지금, 미래 비전을 어떻게 계획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단기적으로는 전 세계 거점에서 AFPM을 양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경제 기조가 ‘자국 우선주의’로 바뀌고 있잖아요. 한국에서 생산해서 수출하지 말고 우리 땅에서 공장 짓고 만들라는 건데, 그래서 저희가 지금 루마니아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70~80% 조립한 거를 루마니아에서 마저 조립하고 유럽 시장에 유통할 계획입니다. 올해 내에 완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도 마찬가지 요청을 받고 있어서 대응할 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주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타깃하려고 합니다. 최근 우주 산업이 주목받고 있고, 저희에게도 문의가 들어왔으니 이 기회를 잘 잡으면 앞으로 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자동차 쪽은 이제 시작이라 앞으로 더 커질 일만 남았습니다. 전기차는 무게를 줄여야 한번 충전했을 때 더 많이 갈 수 있고, 자율주행 분야도 AFPM이 들어가면 자유도가 높아지는 등 확장성이 정말 큽니다. 저희가 지금은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맞춰 소형 AFPM을 만들었지만 자동차 기업에서도 꾸준히 요청을 받고 있어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저희 AFPM 모터를 사용해서 로봇과 모빌리티의 성능과 효율이 더 좋아지고, 에너지를 아끼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 여정의 시작에 저희가 배치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큰 도움과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디캠프 배치에 참여한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사례가 더 궁금하신가요?
지금 d.day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홈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