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기획하는별입니다.
사업계획서 컨설팅이나 멘토링을 진행하다 보면, 예비·초기 창업자분들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 서비스는 세계 최초라 경쟁사가 없습니다. 유사한 아이디어가 아예 없거든요.”
이 말은 심사역이나 기획자의 눈에는 "우리는 경쟁자가 누구인지 아직 모릅니다" 혹은 "이 서비스를 써야 할 절박한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라는 말로 치환되어 들리곤 합니다.
오늘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직접 경쟁자'가 없다는 확신에 빠져 놓쳤던 '진짜 적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경쟁자가 없다는 착각, 왜 위험할까?
시장에 똑같은 모양의 서비스가 없다고 해서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서비스 없이 무언가로 그 불편함을 해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업자가 "똑같은 게 없다"고 할 때, 대개는 '기능(Feature)'이 겹치는 서비스가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고객은 기능을 사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삽니다.
창업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는 ‘기능적 유사성’에만 매몰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경쟁은 ‘고객의 시간과 지갑’을 두고 벌어집니다.
- 직접 경쟁자 : 나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앱
- 간접 경쟁자 :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 (예: 배달 앱의 경쟁자 중 하나는 편의점 도시락)
- 최대 경쟁자 : 고객의 기존 습관과 귀찮음 (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이 ‘귀찮음’이 바로 전환 비용입니다. 고객이 기존 방식을 버리고 새 서비스로 넘어올 때 치러야 하는 시간, 노력, 심리적 불편함의 총합입니다. 경쟁자 분석에서 이 전환 비용을 빠트리는 순간,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아예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셈입니다.
‘경쟁자 없음’이라는 확신이 만든 실패들
국내 스타트업들도 초기에는 간접 경쟁자나 고객의 습관을 간과해 실패를 경험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사례A] 심야 셔틀 공유 서비스 (경쟁자 : 택시와 규제)
특정 지역 간 셔틀을 운영하는 모델로 시작했던 초기 모빌리티 팀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 우리만 한 대안이 없다”고 자신했었습니다. 이들의 진짜 경쟁자는 비슷한 앱이 아니라 ‘승차 거부 없는 택시’와 ‘정부의 규제’였습니다. 택시보다 조금 싸다는 것만으로는 고객이 셔틀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수고(간접 비용)를 이기지 못했고, 기존 운송 사업자라는 보이지 않는 경쟁자의 반발을 계산에 넣지 못했습니다.
[사례B] 점심 메뉴 큐레이션 앱 (경쟁자 : 네이버 검색과 습관)
멘토링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유형이기도 합니다. “결정 장애를 해결해 주겠다”며 개인화된 맛집을 추천해주던 초기 앱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유사한 추천 앱들과의 비교에만 집중했습니다. 진짜 경쟁자는 다른 추천 앱이 아니라 ‘네이버 블로그/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그리고 ‘매일 가던 식당’이었습니다. 고객은 새로운 앱의 추천을 믿기보다, 익숙한 플랫폼에서 검색하는 습관 자체를 바꾸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기능’은 이겼지만 ‘습관’에 패배한 케이스
최근 예비 창업자들이 자주 도전하는 '특수 목적 네트워킹/모임 앱'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기존 소모임 앱은 너무 잡다합니다. 우리는 '기획자'들만 모이는 전문적인 공간입니다"라고 차별성을 내세웁니다.
- 창업자의 착각 : 기획자 전용 커뮤니티는 우리가 유일하다.
- 진짜 경쟁자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페이스북 그룹 등
고객들은 이미 오픈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새로운 앱을 설치하고, 프로필을 등록하고, 알람을 켜야 하는 번거로움을 이길 만큼의 ‘압도적인 이득’이 없다면, “똑같은 앱이 없다”는 말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결국 이 서비스는 ‘기능의 우수성’이 아니라 ‘압도적인 편리함(기존 습관)’이라는 간접 경쟁자에 밀려 시장에서 도태됩니다. 고객이 기존의 익숙함을 버리고 우리 서비스로 넘어올 때 발생하는 ‘전환 비용’을 너무 낮게 책정한 것이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체크리스트
그렇다면 경쟁 분석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사업계획서를 쓰기 전, 다음 3가지를 자문해 보세요.
질문1. 고객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 솔루션이 없던 시절, 고객이 이 문제를 해결하던 방식을 찾아보세요.
[어떻게 찾나요?]
가장 빠른 방법은 관련 네이버 카페나 오픈채팅방에서 “~하는 법”, “~추천”으로 검색해보는 것입니다. 고객이 직접 올린 질문글이 곧 현재의 대안이자 진짜 경쟁자 목록입니다.
질문2. 넘어올 명분이 충분한가?
─ 기존 방식보다 ‘10배’ 이상의 이득을 주지 못한다면 고객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확인하나요?]
초기 사용자 5~10명에게 기존 방식과 나란히 써보게 한 뒤 “이걸 계속 쓸 의향이 있나요?”라고 직접 물어보세요. 망설임 없이 “예쓰”가 나오지 않는다면, 아직 10배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입니다.
질문3. 대기업이 내일 이 기능을 넣는다면?
─ 기능 자체가 아닌, 우리 팀만이 가진 ‘실행력’이나 ‘데이터’ 같은 해자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대비하나요?]
“카카오가 이 기능을 내일 업데이트 한다면?” 시나리오를 직접 써보세요. 그 상황에서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이유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 경쟁 분석은 절반만 완성된 것입니다.
경쟁자가 만다는 건 기회다
경쟁자를 제대로 정의하고 나면, 역설적으로 경쟁자가 많다는 사실이 오히려 기회로 읽히기 시작합니다. 그만큼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시장성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나랑 같은 아이디어가 없다”고 자부하기보다, “고객은 왜 아직도 저 불편한 방식으로 고수할까?”를 고민해 보세요. 그 지점에서 진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시작됩니다.
고객이 기존 습관 대신 여러분의 서비스를 선택하는 이유를 만들어가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