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의학 정보 채널을 넘어, 브이로그와 숏폼 기반 일상 채널로 확장되고 있는 주제가 ADHD다.
2. ADHD는 주의력 결핍, 충동성, 과잉 행동을 특징으로 하며, 학창 시절 이러한 행동 때문에 고립을 겪은 이들이 '아동 ADHD'로 진단받아 왔다.
3.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변곡점이 된 것이 코로나다. ADHD 환자는 뇌의 구조적 특징으로 일상에서 잦은 실패를 겪는데, 이를 방지해 주던 것이 바로 '직장'이라는 외부 구조였다.
4. 정해진 통근 시간, 동료와의 대면 협업, 매주 진행되는 회의,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 이렇게 외부에서 강제로 부여된 루틴이 실행 기능의 대체재 역할을 해왔다.
5. 그런데 팬데믹으로 이 모든 게 붕괴되었다. 침대와 책상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에서 스크린으로만 업무를 하면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이들이 "나는 ADHD였구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코로나 이후 성인 ADHD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게 된다.
6. 여기서 특이점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ADHD를 밝히지 못했던 이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부족화(Tribe)되었다는 것이다. 그 선도적인 채널이 제시카 맥케이브의 How to ADHD(193만 명)이며, 최근 1주일 기준으로 480만 정도 조회수가 나온다.
7. 그녀는 30년 넘게 ADHD와 함께 대학 중퇴, 15개 직장 전전, 이혼까지 자기 파괴의 서사를 경험했고, 기존 ADHD 관련 정보가 "ADHD 자녀를 둔 부모" 또는 "전문적인 의학 정보"뿐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8. 이에 2016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당사자가 겪는 어려움과 실용적 해결법 중심의 영상을 제작했고, 전 세계 ADHD 환자들이 댓글로 공감하기 시작했다.
9. "ADHD 부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와 함께 "Hello Brains!"라는 그녀의 인사는, 잘못 행동한 게 아니라 뇌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메시지를 담으며, ADHD 커뮤니티의 상징이 되었다.
10. 이 채널은 코로나 시기 조회수가 수백만씩 폭증했고, 이 흐름이 한국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4년 기준 성인 ADHD 진료 인원은 12만 2,614명으로, 5년 전 대비 6.8배 급증했으며, 특히 30대 여성이 약 9배 증가하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11. 최근 1년간 한국 의학 정보 채널의 ADHD 콘텐츠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12. ①이런 말투, 행동을 보이면 ADHD일 확률이 높다. ②ADHD가 고지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③ADHD가 혼자 되는 이유.
13. 과거의 "ADHD 환자여서 일상이 불가능하고, 결국 실패하여, 가정 불화가 발생한다"는 서사와 달리, 오히려 신경다양성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전환되고 있다.
14. 신경다양성이란 ADHD가 정신 질환이 아니라 뇌 구조가 다를 뿐이라는 시각이다. 평소엔 산만하지만 내가 꽂힌 단 한 가지 일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엄청난 퍼포먼스를 내는 과몰입(Hyperfocus) 기질을 의미한다.
15. 이는 맥케이브가 이야기한 ADHD의 창의성 기질과도 연관되며, 일부는 전문의 진단 없이 자신을 ADHD라 부르는 '패션 ADHD'를 장착하기도 하며, 숏폼 중심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기도 하다.
16. 하지만 핵심은,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뇌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그런 결과가 생겼다는 위안을 받는 것이다. 수십 년간 자신을 자책해 온 이들에게, 이 깨달음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일종의 해방이다.
17. 이러한 흐름은 심화되는 외로움 트렌드와 맞물린다. 이제는 1인 가구보다 은둔형 청년이란 말이 익숙해졌듯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이들이 익명 기반 커뮤니티를 통해 위로를 받고 있으며, 스스로를 '@에이디'라고 부르기도 한다.
18. 또한 2023년 이후 대중적으로 퍼진 '도파민' 담론과도 맞닿아 있다. 숏폼 중독과 집중력 저하를 경험하는 현대인들이, ADHD의 '주의력 결핍'이라는 특성에 자신을 대입하며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19. 정리하면, 코로나 이후 콘텐츠의 기능이 기존 재미와 정보 외에 '돌봄(=힐링)'으로 확장되었고, ADHD까지 그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이는 디지털 속 익명성 기반의 부족화(Tribe)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20. 향후 이 흐름은 이제 의학 정보 채널에서 브이로그 쪽 일상으로 퍼질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