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마인드셋
뛰어난 성과는 왜 계속되지 않는가 : 평균 회귀

왜 나는 최고의 성과를 아직도 뛰어넘지 못했을까?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첫 해, 직장 생활 최고 성과를 올렸습니다. 대기업 전략기획실에서 7년 차로 자리 잡아가던 시점에 이직했습니다. 당시 회사는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이었고, 저는 상장보고서 작성부터 심사 대응까지 전 과정을 깊이 관여했습니다.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기쁘게도 회사는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주식 보상과 현금 보너스, 급여 인상, 리더 승진까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큰 보상을 받았습니다. 단 한 명에게 수여되는 최우수 직원상도 받았습니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빛났던 한 해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성과가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그때의 성과를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고, 회사의 기대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주말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몰두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더 들였음에도 성과는 오히려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칭찬일색이던 저에 대한 평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생겨났습니다. 저 역시 여러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 높은 성과는커녕,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결국 무리하는 동안 남은 것은 번아웃과 건강 악화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해의 성과는 운이 크게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성과에는 노력과 실력뿐 아니라 운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성과가 좋을수록 더 그렇습니다. 운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실력이 폄하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번아웃이 올 때까지 무리했던 이유도, 그 성과가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실력은 변하지 않았는데 성과는 왜 달라지게 되는 걸까?

통계학에는 '평균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값이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에 가까워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세 번 던졌을 때 6이 연속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순간만 보면 6이 나올 확률이 100%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시행 횟수가 늘어날수록 확률은 결국 1/6, 즉 16.7%에 수렴합니다. 이 원리는 주식 시장, 교육 평가, 기업 성과처럼 변동성이 있는 모든 영역에서 나타납니다. 앞선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고 성과를 낸 해는 예외적이었고, 이후의 하락은 본래 수준으로 돌아온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현상이 인간의 직관적 이해와 어긋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세상을 확률이 아닌 이야기로 이해하려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해 즉각적이고 선명한 원인을 찾습니다. 과거 사람들이 천둥을 신의 분노로 해석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오늘날 비즈니스도 다르지 않습니다. 주식 시장의 변동에 대해 사람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지만, 실제로는 동전의 앞면이 연속해서 나오는 것과 같은 우연한 변동일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평균 회귀를 모르면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평균 회귀를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일시적인 성과를 지속 가능한 패턴으로 착각합니다. 사람은 최근의 강력한 성과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장 상황이 맞아 역대급 실적을 낸 해를 기준으로 다음 해 투자와 인력을 과도하게 늘리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2014년 출시되어 품귀 현상을 일으켰던 ‘허니버터칩’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당시 제조사는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 판단하고 2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했습니다. 그러나 수요는 곧 평균으로 돌아왔고, 매출은 목표치의 절반 밖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시적인 성과에 기댄 투자 결정이 수익성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둘째, 현상을 오해하여 잘못된 방식을 고수하게 될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설명하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한 이스라엘 공군 비행 교관은 "칭찬은 자만심을 키우고 처벌만이 실력을 키운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뛰어난 착륙을 한 생도를 칭찬하면 다음번엔 실수하고, 형편없는 착륙을 한 생도를 꾸짖으면 다음번엔 실력이 나아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평균 회귀의 자연스러운 결과였습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교관은 자신의 질책이 효과적이라고 착각했고, 결국 잘못된 관리 방식을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평균 회귀를 고려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균 회귀는 직관적 판단과는 상충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첫째, 성과 속에서 '실력'과 '운'의 영향을 냉정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모든 결과가 노력과 역량의 산물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작입니다. 현재의 압도적인 성과가 시장의 호황이나 우연한 계기 같은 '운'의 영향은 아니었는지, 혹은 현재의 부진이 통제 불가능한 불운 때문은 아니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실력과 운의 가장 큰 차이는 반복 가능성입니다.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의도된 절차와 계획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실력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의 영향력이 큰 영역일수록 평균 회귀 현상은 더 강력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이 사실을 인지할 때 비로소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둘째, 단기적인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흐름을 살펴봐야 합니다. 인간의 직관은 단기적인 성과 변화에서도 자극적이고 선명한 이유를 찾으려 합니다. 그 결과 개별 사건의 결과 하나하나에 반응하여 시스템을 고치거나 인사 조치를 단행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피상적인 조치로서 대개 불필요한 비용만 발생시킵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지켜보며 변동성을 견뎌내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일시적인 변동과 본질적인 역량의 변화를 구분하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셋째, 기준이 되는 평균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준점이 명확해야 현재의 성과가 얼마나 이례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장기적 성과 데이터나 업계의 평균적인 성공 확률을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2025년 코스피 수익률은 75%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세계 증시 수익률이 15~25% 사이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성과는 지속되기보다 다시 평균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편이 안전한 전략입니다.

 

결국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성과에서 운의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그러나 운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성과는 본래의 실력과 평균으로 돌아옵니다. 따라서 리더는 개별 사건에 일희일비하며 성급하게 조치를 취하기보다, 조직의 근본적인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과 조직의 실제 수준을 냉정하게 인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변동과 잡음에 휘둘리지 않고 실력의 평균을 끌어올리는 태도가 올바른 의사결정의 핵심이 됩니다.

 


한 줄 요약 :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순간, 판단이 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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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원(Luke) EDWORK · CSO

글로벌 마케팅 회사를 만들어 가는 창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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