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이슨의 기승전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스토리텔링의 시대를 준비해보세요.
방시혁은 왜 굳이 논란을 만들었을까
"아니, 그냥 파리바게트가서 김치볶음밥 먹는 느낌이야" — 수록곡 'Body to Body' 청취 후 RM
지난달 말 BTS가 4년간의 공백기 이후 컴백한 이후 가장 뜨거웠던 논란은 음악이 아니라 앨범 이름이었다.
'ARIRANG'
가장 한국스러운 이름인데 정작 앨범 표지부터 한국 스럽지가 않아서 나도 당황했긴 했다. Dynamite 때부터 한국어 가사는 줄어들기 시작해서 그러려니 했지만, 음반의 얼굴인 타이틀곡인 'SWIM'도 100% 영어 가사인 마당에 '아리랑'이란 가장 한국적인 이름을 부여한 게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아리랑 이름말고는 전혀 한국적인게 안보인다...
논란은 예상 가능했고 실제로 일어났다.
특히 한국인들의 반발이 심했고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BTS: 더 리턴》의 클립들이 도화선을 지폈다.
가장 많이 논란이 된 장면은 BTS 멤버들이 방시혁과 대립하는 장면이다. 수록곡인 Body to Body에 들어간 아리랑 민요 샘플의 길이, 앨범 전체의 방향성. 멤버들은 불편함을 드러냈고 이 대치 장면이 다큐에 그대로 담겼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하이브는 왜 이 장면을 넣었을까. 이런 논란은 예상 못 했는가?
짜집기로 공개된 클립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태어나 처음으로 아이돌 다큐를 보기로 했다.
군대도 다녀온 일반인으로서의 BTS
러닝타임 내내 흥미로웠던 건 다큐의 초점이 화려한 BTS의 복귀가 아니었다는 점이 아니라, 세계 정상을 찍었던 그들의 인간적이고 나약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 분위기가 엔딩까지 이어진다).
'아리랑'이라는 앨범명과 ‘Body to Body,’ “Swim’ 곡 작업을 할 때 멤버들의 반응은 당황, 저항, 불편함이었다. RM은 "식빵, 돈까스, 김치를 섞은 비빔밥 같다"고 했고, 뷔는 "한국인 기준에서 보면 완전 국뽕으로 가려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어찌 보면 관객이 앨범을 듣고 느꼈던 바로 그 외적 의심을, 멤버들이 먼저, 더 강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화면 안에 더 깊은 내적 갈등도 느껴진다. 1시간 반의 러닝타임 동안 BTS멤버들 끼리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민 가득한 취중 진담을 나누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 "우리는 여전히 BTS인가"
- "군대를 다녀온 우리가 예전의 우리일 수 있나"
- "세상이 변했는데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나"
이것은 그들만의 질문이 아닌 듯했다. 4년을 기다리며 함께 나이 든 팬들이 자기 안에서 품고 있던 질문과 같다. 나도 변했는데, 그들도 변했을 텐데,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가.
결국에 나는 이 앨범을 만드면서 중요한게, 그래서 어디까지 갈래, 어디까지 변화할거고, 어디까지 주장할건데가 가장 중요한거 같아요. — RM
주인공들의 의심이 공유되는 순간, 의심은 불신에서 유대로 전환된다. 관객은 심판관의 자리에서 내려와 BTS와 같은 의심 안에 함께 서게 된다. 완벽함을 통해 감탄을 만든 것이 아닌, 나약함으로 연결을 만들었다.
방시혁과 하이브는 필요악이였을지도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왜 굳이 BTS 멤버들과 방시혁과의 대치 장면을 넣었을까.
조심스럽지만 일부로 방시혁을 악당 포지션에 넣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좋은 스토리에는 악당이 필요하다. 악당이 없으면 갈등이 없고, 갈등이 없으면 주인공이 없다.
악당이 생기면 한 가지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 관객과 주인공이 같은 편에 서게 된다.
하이브와 방시혁은 fan이 필요 없다, BTS가 필요하지. (어차피 뉴진스, 민희진, 그리고 과즙세연 사건 때문에 하이브랑 방시혁 이미지는 최악이기도 함)
이 구도가 결과에 따라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면 설계의 정교함이 드러난다.
- 앨범이 성공했을 때 = 결과가 증명되면 다큐는 그 성공의 의미를 증폭시킨다. 단순히 "좋은 앨범"이 아니라, 내부의 갈등과 저항을 뚫고 나온 선택이었다는 서사가 붙는다. 관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그 여정을 함께 통과한 목격자 및 변화한 BTS의 대변인이 된다.
- 앨범이 실패했을 때 = 다큐는 방어막이 된다. "멤버들도 똑같이 의심했구나"를 이미 경험한 관객은 비판의 화살을 멤버들에게 향하지 않는다. 불만은 BTS를 향하지 않고 시스템을 향한다. 공통의 적이 생기면 팬덤은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뭉친다.
악당을 배치하는 것의 목적은 결국 하나다: BTS 멤버들을 관객과 같은 편에 놓는 것. 그 시스템 안에서도 최선을 다한 일곱 명을 향한 감정은 결과와 상관없이 더 뜨거워진다.
서사는 끼워 맞추는게 아니라 동시에 써 내려가는 것
이번 앨범과 다큐는 BTS가 대중에게 변화를 허락받는 과정이다.
나 역시 이번 BTS 컴백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쩔어, FAKE LOVE, ON 그 시절의 BTS가 더 좋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은 변화하고 있고, 치열하게 본인들을 질문하고 있으며, 그 여정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 관객들을 고민의 장으로 초대했다.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에 논의의 의제가 설정되었고, 관객에게 질문의 방향이 생겼다: '달라진 BTS(performance)'가 아니라 'BTS가 어떻게 이 선택에 이르렀나(process)'로. 다큐 공개 이후 팬들끼리 Reddit 등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BTS의 미래가 증거다.
스토리텔링은 결과를 바꾸지 않지만, 결과가 읽히는 방식을 바꾼다.
결과는 판단의 대상이지만 스토리는 그 판단이 일어나기 전에, 관객이 어디에 서서 무엇을 보게 될지를 먼저 설정한다. 서사, 스토리는 결과 이후에 끼워맞추는 것이 아닌 결과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이자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향해 나아갈 때 서사를 기록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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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4/7일 기준 ‘아리랑’(ARIRANG)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칸예를 제치고 K팝 가수 최초로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팬들의 우려와 달리 해외에서는 아리랑 샘플링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다양한 레딧채널 둘러보면 이번 앨범에 굉장히 실망한 팬들도 많아 보인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그냥 무지성으로 싫어하는 hater도 많았다. BTS는 4/9부터 23개국 82회 콘서트 일정의 월드투어를 떠난다.
영상 2:30초부터 아리랑 민요 샘플링 반응